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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Mar 07. 2024

마음의 크기

대화의 즐거움_#46

#46_마음의 크기


"아빠, <라스트 베어>(해나 골드, 2022)라는 책에 그림이 너무 이상하게 그려져 있어요."

"뭐가 이상해?"


"북극곰이 너무 커요. 한 7미터는 돼 보여요. 그런 곰이 어디 있어요."

"7미터라고 나와 있어?"


"아니요. 책에 나오는 여자 아이랑 비교하면 7미터는 되어 보여요. 너무 커요."

"그건 작가의 마음의 크기가 표현된 게 아닐까?"


"마음의 크기요?"

"실제 크기가 아니라 작가의 마음에 북극곰이 정말 거대한 존재로 느껴졌던 거겠지."


"실제 크기는 얼만데요?"

"아마도 2-3미터 정도 아닐까."


"그럼 두 배는 크게 그린 거네요."

"그 책에서는 베어아일랜드에 홀로 남은 북극곰이잖아. 그러니까 홀로 남은 외로움 같은 걸 보여주려면 아주 아주 아주 크게 그려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반대로 말이야."


"외로움을 보여주는데 왜 크게 그려요?"

"거대한 크기만큼의 깊은 외로움 같은 거 아닐까. 아마도 친구가 같이 있었다면 그렇게 크게 그리지는 않았겠지."


"율이도 그림 그릴 때 크고, 작고, 기쁘고, 슬프고 그런 거 표현하지 않아?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그리고 나면 그렇게 되어 있지 않아? 그림은 사진이 아니니까."

"웃는 강아지 같은 거요?"


"그래, 그런 거. 율이 마음에 강아지가 그렇게 느껴진 거겠지."

"아빠, 저는 피카소가 그린 말 그림이 정말 무섭더라고요."


"말 그림? 아, 게르니카. 무섭지 말도 그렇고 소도 그렇고."

"왜 그렇게 그린 거예요?"


"그건 그 그림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거라서 그래. 전쟁은 무서운 거잖아."

"아, 그런 거구나."


"아들, 보이는 걸 그대로 그려야 할 때도 있겠지만 때론 마음을 그려야 할 때도 있는 거야. 더 자라면..."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다고요?"


"그래, 어른이 되면 알게 돼. 그런데 지금 말고 나중에, 늦게 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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