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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Apr 21. 2024

편순이의 외도 3 _ 프랜차이즈 창업

편순이, 일 벌이다



어쩌다 일이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모르겠다.

난 그저 4월 6일 새벽 5시에

이웃동네 주민센터로

사전투표 참관인을 하러 갔을 뿐이고,

중간에 밥 먹고 오라길래

밥보다는 커피가 땡겨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을 뿐이고

것만 봐서는 몰랐으나

안에 들어가 보니 무인에 자판기라

맛은 기대말자 생각하며

카페라테를 한 잔 뽑았을 뿐이고,

커피는 제쳐두고 아는 언니랑 전화통화만 실컷 하다

전화를 끊고 본격적으로 한 모금 마신 커피가...

그 커피가

생각보다 맛있었을 뿐인데

지금, 여기, 창업 직전까지 왔다.



어제 편의점에 온 손님들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손님들을 한번 보세요.

젤리 하나, 캔음료 하나를 사더라도

얼마나 신중한가 보라고요.‘

그런데 나는 뭘 믿고

2주 만에 창업을 결심했을까.



믿는 거?

‘우리 동네에 이런 카페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며칠 전부터 귓가에 손담비 노래가 맴돈다.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손담비는 이쁘기라도 하지.



다시 그날을 떠올려 본다.

가격대비 생각보다 맛있었던 커피.

카페를 찬찬히 둘러봤다.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 주인도 없는데 깔끔하다.

카페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고래를 보니 제주도 콘셉트의 개인 카페인가 싶었다.

핸드폰으로 검색하니 의외로 프랜차이즈.

회사 홈페이지도 간결하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창업설명회'

며칠을 고민하다 신청했다.

가서 들었고 다시 고민했다.

부동산을 검색하니

집주변에 마침 적당해 보이는 가게자리가 있다.

계속되는 고민.

'잘 안 되면 어쩌지?'

'돈은 어떻게 마련하지?'



나는

낮이 되면 기세가 살고

밤이 되면 기가 죽었다.

그렇게 며칠을 반복했다.

그러다 결정했다. 일단 하기로.

나 말고 누가 우리 동네에 이걸 차린다면

난 내가 안 한걸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따뜻하고,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언제라도,

누구라도,

들어와 편히 머물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을

20년 가까이 살아온 우리 동네에

내가 선물하고 싶다.



다시 또 들려오는 손담비 목소리.



가계약금 100만 원을 임대인에게 보냈다.

다음은 본사 카페 실측.

매장이 카페 하기 적합하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

인프피 내 심장,

터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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