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어머니는 가족의 취향대로 밥을 해주셨다. 아버지는 고기와 두부를 좋아했고 나는 지독한 편식쟁이어서 채소반찬은 거의 입도 안 댔다. 때문에 우리 집 밥상에는 고기 또는 생선이 무조건 있었고 덕분에 집에서 만큼은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의 취향이 생각나지 않았다. 무슨 반찬을 좋아하시긴 했던 거 같은데 자세하게 생각나진 않았다.
어머니와 같이 갔던 식당들을 기억해 봤다. 옆동네 산을 가면 항상 먹었던 곤드레밥집, 어디 놀러 가시면 찾으셨던 산채정식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간장게장집. 항상 다 좋다고 하셨지만 어머니는 조금씩 취향을 드러내셨었다. 이렇게 식당들을 떠올려보니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음식들이 떠올랐다.
일단 어머니는 나물류를 정말 좋아하셨다. 어디 놀러 가시면 말린 나물들을 자주 사 오셨고 고사리철이 되면 말린 고사리를 잔뜩 사 몇 달 동안 먹을 때도 있었다. 조림을 하는 채소반찬들을 하며 맛은 있는데 식당처럼 안된다며 하소연하신 기억도 있다. 결국엔 기본이었다. 화려하고 멋진 음식보다는 담백하고 기본기 가득한 소소한 반찬을 어머니는 가장 좋아하셨다.
어머니의 취향을 생각하며 첫 달 보낼 반찬들을 정했다. 저번 우리 집 방문 때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반찬들과 다른 반찬들을 조합해 2~3주는 넉넉히 드실 수 있는 양을 만들어 보내기로 했다. 물론 어머니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나도 요리공부할 겸 보낸다고 말씀드렸다. 가족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계획을 하고 재료 주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