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그건 꼭 해줘야 한다
작년 지방에 내려와 올해까지 벌써 2번째 생일을 홀로 맞이했다. 첫 번째 생일은 주위 아무도 모르게 씁쓸하게 지나갔고 올해는 그나마 사장님이 알아줘서 지갑이 풍성해지는 생일을 맞았다. 물론 아주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은 축하를 해줬지만 혼자 사는 사람으로서 더욱 울적해지는 날이었다. 하지만 마냥 울적해질 순 없었다. 내가 나부터 사랑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나 사랑법'은 푸짐한 한상을 차리는 것. 그게 '나 사랑법'이었다. 이번 한상의 핵심은 게장이었다. 요즘 게장값이 너무 올라 쉽게 사 먹기도 어려웠고 식당에 혼밥 하기도 부담스러워 평소에는 먹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직접 해 먹는다면 이만큼 쉬운 것도 없었다. 난 뭔가 요리를 할 때는 어머니께 쫑알쫑알 말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전화를 걸어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아들! 꼭 맛있게 만들어서 엄마 줘야 해!"
오랜만이었다. 어머니가 음식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환갑 때쯤부터 어머니는 입맛이 없으셨다. 가족외식을 하자 그래도 의견이 따로 없으셨고 먹고 싶으신 음식을 물어봐도 맛있는 게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근데 두 가지 정도 예외가 있었다. 하나는 맛있는 나물 밥상, 그리고 게장이었다. 특히 게장을 드실 때는 평소와는 다른 식탐을 보여주셨다. 나랑 둘이 갔을 때는 어머니도 모르게 내 몫까지 드실정도였으니 게장사랑은 우리 가족사이에선 유명했다. 근데 이 게장이란 게 밖에서 먹으면 그렇게 비싸다. 솔직히 밖에서 먹을 때는 어머니 더 드시라고 일부로 덜 먹은 적도 많았다. 그렇게 아쉬운 적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왜 그랬나 싶다.
"게장을 만들면 되잖아!"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니 게장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음식이었다. 이렇게 쉬운 음식을 많이 못 해 드렸으니 이것 또한 불효였다. 휴일 때 본가로 올라가 게장반상을 차려드려야겠다 다짐하며 게장재료들을 구입했다.
급랭한 게를 샀다. 아무래도 양념게장이었기에 수놈이고 암놈 뭐 이런 것보다 급랭한 게가 필요했다. 게를 살짝 씻고 집에 남아있던 전통주로 샤워를 시켜줬다. 보통은 미림이나 소주로 많이 한다고 한다.
술로 게를 샤워한 후엔 간장으로 밑간을 한다. 때마침 내겐 몇 달 전 만들어 둔 만능간장이 있었다. 항상 요긴하게 쓰여 내겐 효자간장이다. 액젓과 진간장, 만능간장을 섞어 30분 동안 밑간을 해 뒀다.
밑간이 끝나면 밑간에 사용한 간장과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을 이용해 양념을 만든다. 양념 맛은? 생각하던 그 맛! 맵지 않아 내겐 딱이었다. 요즘 식당 게장들은 왜 이렇게 맵게 하는지 정말 가끔은 화딱지가 난다.
양념과 게 그리고 약간의 채소들을 넣어 꽤나 근사한 게장을 만들었다. 바로 먹고 싶었지만 양념게장은 숙성이 필요한 음식! 그리고 지금 먹으면 간도 안 배어있다. 이틀 후 맛있는 게장으로 탄생하라 기도해야 한다. 오늘 한 게장 양만 보면 식당에선 10만원 이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에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요리를 마쳤다.
가끔 뷔페에 가면 그런 사치를 부린다. 게장을 푼 다음 몸통만 쪽 빨아먹고 버리는 그런 사치. 다리는 딱딱하고 먹기 불편해 몸통만 먹고 싶지만 높은 가격에 다리까지 샅샅이 파먹게 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하는 이상 우리 가족은 그럴 필요 없다.
"어머니 이제 게장은 제가 책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