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가 마케터로 살아남기
"농대생이요?"
나의 전공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곤 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마케터 일하고 있다. 푸른 자연 속 여유와 힐링을 느낄 수 있는 농업. 빠르게 트렌드를 따라가야하는 바쁜 도심 속 마케팅, 어쩌면 희한한 교집합처럼 보인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을 만난다. 마케터는 전공을 크게 가리지 않지만, 보통 경영학과, 미디어과, 국어국문학과... 등 문과 계열을 전공한 사람이 대다수다. 그래서 유독 나의 전공을 들으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생소한 이과계열에, 게다가 농대생이라니.
나는 식물자원학과, 복수전공으로 영농창업특성화학과를 전공했다. 주전공인 식물자원학과는 쌀, 콩, 보리 등 우리가 주로 먹는 식량자원을 연구하는 학과다. 부전공은 영농창업특성화학과로, 농사를 지어 창업할 학생들을 육성한다. 그래서 좀 더 실무적이고, 현장에서 배우는 일들이 많다.
나는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일보다 현장에서 몸소 부딫히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영농활동이라면 무조건 참여했다.
영농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매달 현장벤치마킹으로 선진농가를 직접 방문하고, 창업/재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세어보니 약 100개정도의 농장을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녔다.
또, 표고버섯, 토마토, 딸기 등 내가 원하는 작물을 밭, 하우스, 유리온실에서 직접 키울 수 있다. 내가 키운 작물을 가공하여 판매도 할 수 있다.
#농산물 판매를 돕겠다고 시작한 첫 사업,
그 결과는?
수많은 농가를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가장 큰 문제점은 '생산은 잘 하지만 판매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농업인분들은 40-60대로 연령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작물을 잘 키울줄만 알지, 인터넷이나 마케팅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적절한 판매처를 찾지 못하고 20%의 마진도 남기지 못한 채 헐값에 도매상에 팔아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게 '청춘발아 협동조합'이다. 청춘발아 협동조합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분들을 돕고자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직접 농부님들과 상품 사진을 촬영해 상세페이지를 만들어드리고,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해 직거래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열정만 가득했던 새내기 막내, 창립멤버로 활동하게 되었다.
2019년 초, 당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막 활성화되던 시기었다. 워낙 초창기어서 알려진 정보도 많이 없었다. 농업 마케팅 전문가 땡큐김쌤의 도움을 받아 운영 방법을 배우고, 사업을 구체화했다. 열심히 기획한 사업계획서로 기관에서 지원도 받고 공모전에도 우수한 성과를 냈다.
우리의 협동조합은 어디서나 주목받는 팀이 되었다. 대학생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을 돕겠다며 팀을 꾸리고 활동하는데, 얼마나 기특하겠는가.
그렇게 꽃길만 걸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결코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월 매출 10만원.
열정을 갖고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부진한 매출과 돌아오지 않는 성과에 금새 추진력을 잃고 말았다.
이후 오프라인 사업 등으로 매출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비로소 깨닫는 것들, 잘 알아야 잘 판다
상세페이지만 만들어놓으면 팔릴 줄 알았다. 농업인분들을 돕겠다며 열심히 상세페이지를 만들어놓고, 정작 나조차도 잘 팔지 못하는 상황.
잘못 되어가고 있는데, 분명 조치가 필요한데,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마케팅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팔리는 기획, 광고, 마케팅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게 문제고,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알고싶었다.
그래서, 휴학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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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