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경험부터 쌓아가기
농대생을 마케터로 뽑아줄 회사가 있을까..?
가장 걱정되었던 건 취업이었다. 취업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인서울의 고학력에, 빵빵한 대외활동과 자격증까지. 나보다 훨씬 멋있고 치열하게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과연 내가 이곳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일까?'라는 고민은 끝없이 이어졌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나를 마케터로 뽑아주기에 뭣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혀 관련 없는 농업 전공에, 졸업조차 하지 않고, 그 흔하다는 마케팅 자격증이나, 토익, 오픽 같은 영어 성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2년간의 기간 동안 크고 작은 기업들을 '마케터'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험난 했던 취업 여정
21년, 휴학을 결심한 후 일단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조직적이고, 규모 있는 곳에서 마케팅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관심과 열정만 있는 농대생을 뽑아줄까. 그래서 내가 세운 전략은 '작은 기업' 에서부터 하나하나 실전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었다.
1. 학교 연계 - 스마트스토어 사무 보조
21년, 학교 연계로 1달의 방학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스마트스토어 운영 사무 보조 역할을 맡았다. 4-5명 규모의 작은 회사였는데, 스마트스토어, 쿠팡, SSG몰 등 오픈마켓에서 문구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약 180개의 상세페이지를 수정, 검토하고 400여 개의 제품들을 오픈마켓에 업로드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만, 1달의 제한된 기간에서 사무보조로 활동했기 때문에, 반복적인 업무가 많았다. 그러나, 이 경험이 추후 나의 마케팅 경험을 쌓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 그로스마케팅 부트캠프 교육
22년 2월, 코드스테이츠의 그로스마케팅 부트캠프를 들었다. 그로스 마케팅 부트캠프는 마케터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3개월간 이론과 실무를 배우는 캠프다.
약 900만 원 정도의 비싼 비용이지만, 내일 배움 카드를 통해 무료로 교육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마케팅 기초 이론은 물론, meta 광고 집행, GA 연결 및 추적, 데이터 분석 등 실무교육도 배운다. 또한 실제로 팀을 이루어 뉴스레터를 발간해 직접 meta광고 집행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며 홈페이지 개선까지 할 수 있는 꽤나 알찬 교육이다.
특히 그로스 정신과 빠른 실행과 개선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내 또래에 실무 경험을 쌓기 쉽지 않은데, 나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었던 알찼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3. 스타트업 마케팅 인턴(3개월)
그로스 마케팅 부트캠프가 끝난 직후, 인하우스 스타트업 마케팅 인턴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운이 좋게 인턴으로 3개월간 활동하게 되었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보니 마케터가 없는 상황이라, 감사하게도 많은 것을 펼쳐볼 수 있게 해 주셨다. 고객 설문조사부터, GA 설치, 이벤트 운영, 페이스북 광고 집행 등 부트캠프에서 배웠던 것들을 알차게 적용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너무 알차고 좋았던 시간이었지만, 사수가 없다 보니 하나하나 배우면서 실행하기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또,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맞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번엔 사수가 있는 곳에서 마케팅을 배워보고 싶었다.
4. 커머스기업 광고팀 인턴(6개월)
그렇게 들어가게 된 커머스 기업. 300명 정도 규모로 어느 정도 체계와 인지도가 있는 데다가, 사업팀이 구분되어 있어 광고를 전문적으로 다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게다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판교에 위치해 있다니. 생각만 해도 설렜다.
그렇게 약 6개월간의 인턴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곳에선 광고 소재 검수와 광고대행 업무를 맡았다.
광고소재 검수는 등록한 광고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가이드에 부합한 지 확인해 승인해 드리는 일을 한다. 광고대행 업무는 광고소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광고소재를 대신 제작하고 등록해 드리는 일을 한다.
광고대행업무는 꽤나 의미 있고 재밌었다. 내가 만든 광고소재로 광고를 태워 효율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집행 비용도 기본 300만 원으로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비용이었다. 나름 인턴치고 꽤나 큰 역할을 맡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광고검수는 꽤나 지치는 업무였다. 하루에 약 300개 정도의 광고소재를 보면서 승인/반려를 직접 해주는데, 반복적인 일이 많았다. 6개월간 본 광고소재만 7,000개 정도 되겠다.
그래서 이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채우려 했다. 데이터 분석해서 효율이 광고소재를 아카이빙하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여기서 인사이트도 많이 얻고, 추후 광고소재 제작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나 많은 광고소재를 보고, 효율을 볼 일이 있을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큰 배움을 얻었던 경험이다.
5. 현) 스타트업 에이전시
전 회사에서 좋은 인연이 닿아, 신생 에이전시의 창립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에 상세페이지 기획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후 사업이 확장되어, 프로젝트 운영까지 함께 맡고 있다. PD의 역할을 하면서 광고소재 제작부터, 흐름을 본 후 증액을 제안하거나 소재를 교체하는 등의 운영도 함께 진행한다. 이 일을 하면서 단순히 광고 효율만 보는 게 아닌 매출까지 함께 보며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광고비도 300만 원이 기본이고, 큰 규모의 매출을 원할 때는 1000만 원, 2000만 원까지 큰 단위로 운영을 한다. 이렇게 프로젝트 규모도 커지다 보니, 매출도 1-2억, 최근 4억의 매출을 낸 프로젝트도 생겨났다.
이제는 브랜딩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업에게 맞는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준다.
아직 초창기라 많은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전략과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작은 경험을 시작으로, 점점 큰 마케팅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큰 욕심부리지 않고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가면서 나의 업무파이를 넓히고 싶다.
콘텐츠, 퍼포먼스뿐 아니라 브랜딩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제안하고, 매출을 낼 수 있는 마케터. 그 여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