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팬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K리그 하위권 팀의 좋은 선수는 상위권 팀으로 가고, 상위권 팀의 좋은 선수는 일본이나 중국으로 간다. 중국이 주춤한 요즘에는 중동 국가의 리그가 K리그의 선수들을 데리고 간다. 좋은 선수의 유출은 곧 리그 경쟁력 하락인 만큼, K리그 팬들은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내, 외국인 선수를 보면 즐거움과 동시에 “내년이면 볼 수 없겠지”의 근심을 동시에 갖고는 한다.
이렇듯 타 리그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기에 전 세계에서 먹힐 만한 슈퍼스타가 K리그를 누비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가 막대한 연봉을 안기며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할 때마다, K리그 팬들은 그저 부러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K리그에 제시 린가드가 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스타. K리그 팬들이 그토록 꿈꾸던 슈퍼스타. 보러 가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역삼에서의 지인 결혼식 참석 후 서둘러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오랜만에 하는 축구장 나들이. 생각해 보면 축구를 좋아함에도, 축구장을 향하게 만드는 결심은 축구가 아닌 스타였던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보다는 제시 린가드를 보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스타를 보러 가서는 축구를 즐기다가 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탁 트인 시야의 경기장, 시원하게 부는 바람. 기분 좋은 잔디 냄새. 그리고 이제는 평생의 로망이 된 내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고 있는 22명의 선수들. 그들이 부딪힐 때마다 나는 파열음. 공이 골문을 가르는 순간 수만명이 사람이 동시에 환호하는 순간의 짜릿함.
린가드 덕에 축구장에 가 알차게 축구를 맛봤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밌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보면 재밌잖아. 복잡한 마음이 축구 덕에 한결 편안해졌다. 아마 올해도 축구에 많이 손을 벌려야지 싶다.
ㆍ
ㆍ
ㆍ
ㆍ
ㆍ
ㆍ
영화를 보고 별점을 매길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별점을 매기는 순간, 해당 영화에 대한 내 평가가 끝이 나는 것이다. 나만의 영화가 되는 순간. 그런데 오히려 만점을 줄 때는 별 고민 없이 줄 때가 많다. 보자마자 느낌이 오는 영화가 있다. “아, 이 영화는 운명적이다.” <지구 최후의 밤> 같은 영화가 그랬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에서 마찬가지로 별점 하나를 주는 영화도 그런 경우가 많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엔드 게임>까지. 슈퍼 히어로 장르는 약 20년간 할리우드를 지배했다. 그리고 이제는 확연히 그 힘이 빠진 느낌이다. 더 이상 이 장르가 보여줄 것도 없고, 관객 역시 이 장르에 큰 기대감이 없는 것 같다. <마담 웹>은 이런 시기에 등장한 이 장르의 찌꺼기 같은 느낌이다. <마담 웹>에서 능동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슈퍼 히어로 장르의 동력이 됐던 여러 장점을 그저 흐린 눈으로 좆기만 한다. 문제는 그마저도 성의가 없다. 당연히 품질 역시 저열하다.
두 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덕분에 평가를 마무리해 이 영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에도 망설임 없었다. <마담 웹>에 대한 별점은 한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