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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빛 레오 Jan 25. 2024

의도적 치아재식술 후기

힘든시간을 지나고 나니

의도적 치아재식수술을 앞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 글을 남깁니다.

12월 초순에 코로나에 걸렸었다. 3년이 넘도록 걸리지 않아서 '나에게 무슨 특별한 항체같은게 있나보다' 했었는데 그런건 없었던거다. 지독한 기침을 이겨내고 나니 이번엔 치아에 통증이 찾아와서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치과를 다녀와서 며칠간의 통증과 발열 후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니 CT 사진상 치아에서 시작된 염증때문에 코까지 염증이 차 있다고 했다.(코로나와 치아 염증과의 상관관계는 알 수 없지만 내 생각엔 거의 확실히 코로나때문에 염증이 급격히 발현한 것으로 믿는다. )  그리고 급히 향한 대학병원 치과에서는 발치를 하면 천공이 생겨서 코로 물이 나올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치아를 뽑았다 다시 심는 수술을 해야 한다(설명만 듣고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의도적 재식술' 이라고 했다)고 수술날짜를 한달 이후로 정해줬다. 하지만 자꾸 얼굴에 열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서 그때까지 참을 수가 없어 다른 대학 치과병원을 갔더니 다행히 수술 날짜를 2주 당겨서 잡았고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으며 2주정도 남은 수술 날짜를 기다렸다. 전공의가 치아 상태를 검사해보고 문진을 하더니 교수님에게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줘서 기쁘기도 했는데 그 교수님이 너무나 예쁜 이름을 가진 젊은 전문의셔서  내 치아를 잘 해결해줄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했다. 수술날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매일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열이 났다가 몇 시간 지속되기를 반복했다.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빨리 수술을 받아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수술날이 오고야 말았다. 반차를 낸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고 전공의선생님이 수술실로 들어오라고 하고 입안 마취주사를 하고 수술과정을  설명 한 후 서명을 하라고 했는데 얼마나 손이 떨렸는지 글씨가 써지질 않았다. 

 드디어 수술할 선생님이 들어왔고 "000 환자님이시죠" 라고 물어보는데 마치 재판정에서 판결선고를 받는것처럼 권위적인 저항할수 없는 느낌이었다. 마취를 했기 때문에 발치할 때 통증은 없었지만 15분 이상은 의사선생님이 내 치아를 붙들고 흔들어대며 씨름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발치를 빨리 했다는 후기도 있어서 기대했겄만 나에게 그정도의 행운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한참 후에 다행히 치아 뿌리가 부러지지 않고 뽑혔다고 하셨다. 어떤 후기에는 크라운을 제거 한 후 발치하고 몇 달 후에 크라운을 새로 했다고 했는데 나는 크라운을 씌운채로 발치를 했다. 일단 크라운 비용을 아꼈으니 좋은거야.

 이후에는  재식술 과정 중 뽑아 놓은  치아에 있는 염증을 제거하는 시간이었고 나는  솜을 문 채 한참을 멍하니 기다렸다. 그 과정도 후기에서 읽은 시간보다 한참 길었던 것 같다. '15분 안에 재식해야한다고 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내 몸에서 빠져나간 치아를 드르륵 윙~ 갈아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잇몸 속 염증을 제거한다고 했었는데 그 과정은 한 건지 안한건지 기억에 없다. 통증도 없었고 그런 걸 한 기억이 없이 그냥 다시 발치한 치아를 꾹 눌러서 심은 후 꿰맨다고 했는데 실이 지나갈때 마취가 풀렸는지 아아~ 소리를 냈더니 다시 마취주사를 놓고 꿰맸다. 그리고 진통제와 항생제 주사를 맞고 약국에서 5일분의 약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효과좋다고 미리 검색해서 사다놓은 탁쎈 두 알을 먹고 다가올 무시무시한 통증을 기다렸다. 12시 전에 집에 돌아왔는데 5시가 될때까지  특별한 통증이 없어서 안도하고 있었다.

 통증은 5시 이후에 시작되었고 탁쎈이 생각보다 효과가 약한 것 같아 타이레놀을 추가로 먹고 잠이 들었다가 통증에 깨기를 반복하며 첫날을 보냈다. 

 수술한 치아는 진통제를 먹으면 버틸만 한데 음식을 먹으려고 아랫니와 닿거나 말을 하다가 닿기만해도 깜짝깜짝 놀랄 통증이 찾아와서 죽과 요플레, 윌 등을 먹으며 이틀을 버텼다. 3일째 되니 일상적인 통증은 좀 덜한 느낌이었고 딸 자취방을 구하러 세종시까지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대학 근처 맛집이라고 하는 국수집을 검색해서 갔는데 난 집에서 싸온 계란찜과 남편의 국수면을 조금 덜어서 숟가락으로 잘개 쪼개 후루룩 먹으면서 "다음에 올 때는 꼭 여기서 국수 한그릇 시켜서 다 먹어야지." 가족들에게 다짐을 했다. 

 3일째 되는 밤에는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자다가 끔찍한 고통에 놀라서 깨서 수술이 잘못된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며 잠을 못이뤘고 4일째 되는 날 낮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또 비슷한 통증이 찾아와서 검색을 해 보니 치아에 염증같은 문제가 있으면 자려고 누웠을 때 피가 얼굴쪽으로 쏠리면서 그런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했고 4일째 되는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또 놀라서 깨기를 반복하고 베개를 3겹으로 쌓아놓고 비스듬히 젖힌 자세로 잠을 이뤘다. 수술이 잘못 되었다고 하기에는 이가 잇몸쪽으로 더 붙는 느낌이 나고 잘 때 이외에는 통증이 좀 줄어든 것 같아 일단 병원에는 연락하지 않았다.(대학병원은 담당교수님과 전화 연락하기도 쉽지 않아요.) 그리고 5일차 되는 날엔 쌀밥도 조금 우물우물 삼키고 저녁에는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부드러운 생고기를 먹었다. 쌀밥이 이렇게 단 맛이 나는 줄 몰랐다. 생고기를 혀로 눌러서 꿀꺽 삼키는 내 앞에서 남편과 딸은 등심을 지글지글 구워서 먹었다. (그 두사람은 이틀 전에도 내 앞에서 치맥을 했었다.)

 그리고 6일차에 출근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진통제를 먹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참을만하다. 밀린 일을 우선 해야하지만 치아 재식수술을 앞두고 인터넷에 몇 되지 않는 후기를 읽고 또 읽으며 떨었던 시간을 생각하면서 나도 꼭 후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위아래 이가 서로 맞닿아도 아프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 음식을 씹기는 어렵다. 

 부디 수술 경과가 좋아서 치아도 낫고 코에 염증도 사라져서 더 이상 아픈 수술은 받지 않고 싶다. 한달이 넘도록 항생제와 온갖 약들로 인해 망가졌을 내 몸에도 이제 더 이상 무리를 주고 싶지 않다. 

 오늘부터는 조금씩 걷기 운동도 해야겠다. 전기차를 구입하고 아직 한번도 못한 차박도 시도해 보고 싶다. 재식술을 또 하게 된다면? 아직까지는 글쎄다.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고 싶냐고? 글쎄다. 아직까지는...


(재식술 18일 후)

수술하고 6일차부터는 치아가 닿지만 않으면 통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항생제를 5일간 복용한 후부터 다시 얼굴에 열감이 생기는 것 같더니 며칠 지나서는 심한 발열과 머리와 귀쪽 압통이 생겼다. 11일차에 실밥을 풀러 갔을 때 증상을 말했더니 사람에 따라서 이비인후과 약을 두 달까지 먹는 경우도 있다며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하셔서 CT  촬영이 가능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워낙 환자가 많은 병원이라 쪽지에 미리 증세를 적으라고 줬는데 내 사연을 쓰기엔 공란이 너무 비좁았다. 그리고 다시 촬영한 CT 사진을 보니 신기하게도 왼쪽 코의 절반 정도 차있던 염증이 아래쪽만 조금 남아 있었다. 발열이 있긴 했지만 염증이 사라지고 있다니 다행인 일이다. 그런데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세가 있어 항생제 등 처방약을 먹고 있다. 

 아직까지 수술받은 쪽 치아는 불편해서 반대쪽 치아만 이용해서 식사를 하고 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이번주 금요일에는 수술로 인해 연기했던 태국 여행을 가야하는데 얼굴 열감이 계속 있어 걱정이다. 오히려 치료약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 본다.

 내 인생의 과제~ 끄라비여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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