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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캉 Sep 09. 2023

통증일기 0

너무 억울해서 통증에 대해서 기록하기로 했다. 딱히 병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온몸에 안 아픈 곳이 없는 느낌이다. 누워있을 때, 앉아 있을 때, 서 있을 때, 걸을 때, 쉴 때, 잘 때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적는 이 시간에도 통증이 계속해서 느껴진다. 너무 억울하다. 왜 내 몸은 이따위인건지. 


1.

지금까지 만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내 통증의 시작은 왼쪽 발바닥이었다. 때는 2019년 여름 쯤이었다. 2017년부터 운동을 하려고 달리기를 꽤 많이 했었다. 하프마라톤도 나가고 그랬으니, 달리기가 내 몸에 좋은 줄 알았고 뛰고나서 그 상쾌함이 좋았다. 그 날도 달리기를 하던 날 중 하나였다. 뛰다가 이건 더 뛰면 안될 거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집에 가서 얼음으로 바로 찜질해줬는데 한동안 낫지 않았다. 한 일주일 쯤 뒤였나 병원에 갔는데 족저근막염이라고 진단해주고 약만 처방해줬다. 먹고 나면 나을 줄 알았는데 낫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 가서 발목 쪽에 주사를 몇 방 맞았는데 낫지 않았다. 그렇게 지속되었다. 내 발통증은. 쉬면 낫을 줄 알았는데 낫지도 않았다. 그 후 2020년이 되었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좀 더 악화되었던 것 같다. 이 당시에 충격파치료도 받고 했지만 그 치료를 받을 때 그 뿐이었고 내 발 통증에 효과가 없었다. 사실 이때부터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좀 쌓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진료를 했지만 이 원인이 무엇이며 이것에 대한 처방이 무엇인지 제대로 내려주지 않고 의료수가가 높은 치료들을 추천하는 태도에 반감이 지속해서 생겼다. 그렇지 않은 의사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계속 낫지 않았다. 2021년 6월 즈음부터는 집에서 지속해서 폼롤러를 통해서 유튜브 영상들을 참고해서 종아리 스트레칭을 해줬다. 2022년에는 도수치료를 1달에 거쳐서 10번 정도 받았다. 도수치료도 효과가 있는 듯 하였으나, 결국엔 다시 통증이 재발되었다. 가르쳐주는 운동을 계속하였으나 통증이 다시 재발되자 치료하고자하는 내 의지가 꺾였다. 아무튼 이게 내가 달고 있는 제일 긴 통증이다.

지금은 발을 넘어서 발목도 아프기 시작했다. 어깨도 아프기 시작해서 수영도 못하고 운동이라곤 산책정도만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발과 발목이 아파서 못하고 있다. 쉬면 나아야하는데 안 낫는다. 짜증나고 화난다.


2.

왼쪽 발 통증에 이어서 두 번째로 오래된 내 통증은 오른쪽 허리 옆에 만져지는 뼈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전 직장을 다니면서 운전을 많이 하면서부터 이 부위 주변이 항상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때문에 병원에 간건 2021년 5월이었나 6월 쯤이었을거다. 디스크 문제라고 해서 신경차단술을 했는데 당시에는 효과가 있었다. 아픔이 좀 덜하긴 했는데, 지금 내 하체로 가는 통증의 시작이 이 지점에서 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해부학을 배우지않아서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아프다. 여긴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 감도 오지 않아서 답답하다.


3.

운전 자세가 확실히 안 좋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일 특성상 4~5시간을 운전했는데 쉬엄쉬엄 운전해줬어야 했는데 그땐 나이를 믿고 너무 깝쳤나보다. 가끔씩 내려서 몸도 풀어주고 스트레칭도 해주면서 일할 걸, 뭔 그리 눈치를 보면서 일을 했는지. 이것도 시작은 2021년 7월 즈음부터였다. 운전을 하고나면 오른쪽 엉덩이 바깥쪽과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면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 당시에는 운전을 할때만 아파서 집에서 폼룰러로 대충 근육을 풀어주는 정도로만 해도 통증이 사라지긴 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불편한 것이 계속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병원을 가니까 디스크 문제라면서 신경차단술을 해주더라. 2021년 7월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총 4번 정도 신경차단술을 한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차도는 없었다. 그냥 맞을때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생각해서 맞았다. 그래서 매일 30분 ~ 한 시간 정도는 하체 근육을 풀어주는데 시간을 썼다. 마찬가지로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풀어줄 근육, 강화할 근육을 배워가면서 착실하게 운동을 해줬으나 좀 나아지는 것 같더니, 결국 더 심해졌다. 본격적으로 이 통증때문에 너무 아프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11월 초부터이다. 뭐 집안문제로 계속해서 서울-마산을 왔다갔다 해야했었다. 몸이 전혀 회복되지 못했다. 기차를 탈 때, 운전을 할 때 그 모든 앉아있는 시간이 나에겐 고통이었다. 새 직장의 연수원에서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강의엔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어떤 자세를 취해봐도 엉덩이에 오는 통증을 줄일수가 없었다. 그리고 2023년 상반기에도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다. 허리디스크 문제라고 하는 의사도 있고, 근육통 문제라고 하는 의사도 있었다. 허리디스크라고 하는 의사가 4번 5번, 꼬리뼈 등등에 신경차단술을 해봤지만 진짜 전혀 낫지 않았다.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소염제, 진통제 등의 약을 먹어도 통증이 그대로였다는거다. 혹시나 강직성척추염일까봐 류마티스 병원에도 가봤지만 강직성척추염은 아닌 것으로 진단되었다. 강직성척추염이 낫기 힘든, 완치가 힘든 병이라는 얘길 들었지만 제발 그 병이길 바랬다. 원인이 있으면 그에 대한 통증을 줄여주는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 너무 짜증났다. 내 통증은 도대체 뭔가.


4.

 네 번째 통증은 왼쪽 팔꿈치 안쪽 부분이다. 이건 본격적인 통증의 시작은 2022년 3월 즈음에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갔다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 밤이었다. 근데 내 생각으론 헬스장에서 벤치프레스를 하다가 팔꿈치가 잠시 아팠던 적이었는데 거기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아무튼 이 통증은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아팠다. 팔을 쭉 펴도 아팠고 완전히 접어도 아팠다. 집으로 돌아와서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염증이 생긴거라고 해서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를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팔꿈치 보호대를 계속해서 차고 다녔다. 그래도 보호대를 차고 있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다가 다른 병원으로 가서 다른 주사를 맞았다. DNA주사라는 걸 맞았는데 효과가 있었다. 총 10번 정도는 맞았지 싶다. 근데 마찬가지로 또 재발했다. 2023년 3월부터 6월 정도까지 주사를 맞다가 7월에는 완전히 괜찮아졌다. 그러다가 또 아프기 시작했다. 완전히 괜찮아졌을 때 내가 팔꿈치 관련 스트레칭을 안 해준 것도 아니다. 의사가 시키는대로 스트레칭을 해줬는데도 결국 다시 재발했다. 


5.

 오른쪽 팔꿈치 안쪽이다. 이건 2023년 2월 즈음이다. 수영을 하다가 '어, 더 하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팔꿈치 통증이 시작된 것과 똑같이 조금 아프기 시작했다. 왼쪽 팔꿈치처럼 만성적인게 되면 안될 거 같아서 바로 병원을 갔다. 마찬가지로 DNA주사를 맞았고 이건 그래도 회복이 좀 잘 되었다. 글을 적는 지금도 왼쪽 팔꿈치보다는 덜 아프다.


6. 

 양쪽 엄지 손가락 관절부분. 이건 내가 스마트폰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은데, 최대한 폰을 안 하려고 의식적을 해도 잘 안 낫는다. 관절 사이에 간질거리는 느낌이 조금 있다. 막 아픈 건 아닌데 이질감이 있어 너무 거슬린다. 


7.

 오른쪽 고관절이 아프다. 뒤쪽이 아니라 장요근이 있는 앞쪽 뼈가 아프다. 이건 2023년 1월부터 시작되었는데 스트레칭을 해주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해서 이것도 매일 30분정도씩 스트레칭을 해줬다. 근데 결국 뭐 낫지 않았고. 통증은 그 앞쪽 뼈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바깥쪽까지 조금 찌릿한 느낌이 간다. 항상 뻐근하고 다리를 외회전시킨 뒤에 바깥쪽으로 오른쪽다리를 들려고 하면 통증이 더 심하다. 하다하다가 안되서 8월달에 MRI를 찍으러 갔다.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이라고 해서 아직은 증상이 그렇게 심하게 안 보여서 충격파치료하고 약 먹으면 낫는다고 해서 한달간 약 먹고 충격파치료했는데, 전혀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이 없다. 내가 참을 수 있는 고통이면 MRI를 굳이 찍으러 가겠냐고. 진료 너무 대충하는 의사때문에 짜증났다. 공장도 아니고 아프다고 해도 대충 진단하는 게 열받더라. 매일 앉아서 듣는 말이 '아프다'라는게 많겠지만, 진료하는게 귀찮아보이는 건 그냥 다 티가 난다. 아으 밤에 이 통증때문에 자기 힘들다고, 자다가 깬다고 말해도, 대부분의 의사가 하는 말이 '아직 젊으니까. 빨리 낫는다.'이다. 이 말은 내가 저 처음 발을 다쳤을 때부터 계속 듣는말이었다. 그 5년 간 내 몸에 생긴 통증 중 어느 하나도 사라진 통증이 없다. 


8.

 오른쪽 어깨부터 쇄골 오른쪽 목 쪽이다. 발이 아프니 밖에 뛰어나다니지도 못하고 그래서 수영을 2022년 6월부터 배웠었다. 중간에 쉬는 기간도 있었는데, 2023년 5월 즈음에 수영을 하다가 진짜 갑자기 아파왔다. 난 허리가 안 좋다고 생각해서 평영, 접영은 아예 하지도 않고 자유형만 했는데, 숨을 거의 오른쪽으로만 쉬었다. 그래서일까 오른쪽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참 억울하다. 아프자마자 수영을 쉬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는데 초기에 바로 가서 빠르게 나을 줄 알았다. 근데 이 통증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어깨 앞쪽부터 쇄골 쪽이 아픈게 너무 기분이 나쁘다. 이거라도 나아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을 하러 가는데 그게 안되니까 더 답답해지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9.

 그리고 제일 최근에 조금 장거리 운전을 했는데 여태까지 통증이 없었던 부위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른쪽 발 바깥쪽으로해서 종아리 바깥까지 이질감이 있다. 정확하게 어떤 느낌인지 말할 수가 없는데, 이게 저린건가 싶기도 하고 좀 불에 타는 듯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이건 허리 문제인 것 같긴하다. 디스크 증상처럼 보인다.


적고보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통증이 9개나 되네.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통증이 하나라도 사라지면 희망이라도 가지겠는데, 그딴게 없다. 그냥 있는 통증은 지속해서 가고 없는 통증은 새로 생겨난다. 몸이 망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인간의 몸은 비가역적이라는게 너무 와닿는다. 한번 망가진 몸은 쉽사리 원래의 상태로 안 돌아오는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체형교정도 받아보고 했지만 돈만 날렸다. 


 현재 내 상태는 내 뇌가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단 1분도 없다. 누워서 잠을 청해도, 앉아있어도, 걸어도 이 9가지 통증 중 하나는 무조건 나를 괴롭힌다. 뭐부터 해결해야할지 감도 안 온다. 병원에 찾아가더라도 이런 내 말을, 내 통증을 귀담아들어주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도 든다. 그냥 다 던져버리고 싶다. 놓아버리고 싶다. 


 그래도 뭐 일단은 이걸 다시 수복하는데 내 모든 노력을 하긴 할 것이다. 다만 기한을 정해두려고 한다. 그리고 그 기한동안 통증일기를 좀 지속해서 써야겠다. 기한 안에 해결이 되길 제발 간곡히 바란다. 이 통증에서 해방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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