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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플로우 Jul 23. 2022

부와 권력

택시 대란으로 본 부와 권력에 대한 고찰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재창궐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질병에 대한 공포로 모두가 집콕을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로 술자리가 부쩍 많아진다. 요즘 주말 모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밤늦게 택시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카카오 벤티도, 블랙도 잡히지 않는다. 비싼 돈을 택시비로 지불할 의향이 있어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카카오T, 타다 앱을 동시에 돌리며 택시를 찾아봐도 전혀 소용이 없다. 시장원리에 따른 가격 설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만취상태로 집까지 지하철 두 정거장 가량을 걸어가야 했다.


  우연찮게도 최근에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택시산업 관련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정답은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적어도 정치인들이 스타트업을 규제하기 위해 졸속으로 ‘타다 금지법’을 강행하는 모습만큼은 예비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듯하다. 카카오택시 콜비 상한이 없었다면, 아직 타다의 카니발 택시가 돌아다니고 있었다면, 강남 대로변의 상황이 좀 나았을까?


[부와 권력의 대립, 그 불균형]

  부와 권력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사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다.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이 별로 크지도 않은 돈을 탐하다가 정치생명을 잃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반대로 기업인들이 권력을 매수하려다 기업가로서 이루어낸 모든 것을 날리고 감옥에 가는 경우도 흔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기에 부를 얻은 사람은 권력을, 권력을 얻은 사람은 부를 탐하게 되는 듯하다. 물론 이 두 요소 간의 교환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부와 권력의 교환을 시도하려는 과정에서 그 균형이 깨질 때 한 사람의 인생사, 나아가서는 한 국가의 명운이 나락으로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와 권력을 상충 없이 둘 다 얻을 수는 없는 걸까? 왜 이 중 하나를 이용하여 다른 하나를 얻으려 하면 불균형이 발생하고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일까?


[부를 얻는 방법]

  단순히 좋은 대학을 나와 취직해서 월급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는 부를 이룰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진정한 부를 쌓기 위한 필수 요건은 바로 금융지능이다. 투자를 하든 사업을 하든 일회성 대박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부를 창출해 내려면 금융지능이 필수적이다. 금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선천적 재능도 필요하고 후천적 학습도 필요하다. 설령 금융지능을 개발한다 한들 실제로 유의미한 부를 이루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권력을 얻는 방법]

  권력은 돈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현대사회에서 권력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부여된 감투나 칭호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본 천황이 사실상 모든 권력을 반납하고 상징적 존재로 남아버린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나는 권력의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이지만, 나름 진지하게 연구를 하다 보니 알게 된 몇 가지 핵심 요소들이 있다. 권력에는 카리스마, 사회체제, 시대적 상황, 네트워크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든 권력을 가진 주체는 결국 예산을 분배하고 사람들을 다루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은 예산권을 쥐고 있는 자가 장악하기 유리하다.

  

  어떤 조직이든 예산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권력의 실행을 담당하는 주체인 공무원들에게 봉급을 주기 위해서도 예산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다루는 돈이 두당 최소 몇백억 단위인 기재부 공무원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공무원보다 시장의 전관예우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지사다. 마찬가지로 동 기관 내에서도 예산을 쥐고 있는 행정팀의 입김이 매우 강하다.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자 역시 입법부의 수반인 국회의장이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다.   



-권력은 물리력을 쥐고 있는 자가 장악하기 유리하다.

  

  여기서 ‘물리력’은 경찰력, 군대 등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과 인사권 등을 말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명령을 물리적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물리력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나도 2020년 공공의대 논란 발 의사 파업 당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권에 반기를 들고 직접 시위에 나간 적이 있는데, 의기양양하게 행진하던 도중 곤봉과 방패를 든 경찰 특공대 수백 명이 눈앞에 깔리자마자 동료들과 함께 혼비백산하며 해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본인이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었든, 공권력의 총, 칼, 몽둥이 앞에서는 생각보다 무력하다. 물론 나 같은 소인과 달리 두려움을 극복하고 끝까지 공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후대에 위인 또는 열사 등으로 추대받거나, 아이러니하게도 수년 후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 말기 김 씨 일가의 세도정치의 밑바탕 역시 물리력의 장악으로부터 나왔다. 앞서 말한 일본 천황은 예산권과 물리력이 없다. 영국 여왕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입헌군주국에서 군주보다 총리가 권력이 강한 이유이다. 또한 인간사 권력의 최고봉에 근접했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말을 떠올려 보자.


"교황이라! 그런데 교황은 몇 개 사단이나 갖고 있소?"


  황제에게 카노사의 굴욕을 안겨준 수 백 년 전의 교황이면 모를까, 20세기의 교황이 스탈린과 물리력으로 충돌해서 이길 방법은 전무했을 것이다.


[부와 권력은 상호 교환될 수 있는가?]

  개인이 일생에서 부과 국가권력을 둘 다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반례가 있지만 논외로 하겠다.) 하지만 부와 권력 중 한 가지를 얻은 사람은 꽤나 있다. 단순한 예로 대기업의 총수는 부의 최고봉, 대통령은 권력의 최고봉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자본가가 돈으로 권력의 힘을 빌릴 수는 있지만 선을 넘는 순간 사회에 의해 응징당하게 된다. 권력을 이용하여 부를 얻으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적정선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다르다. 비교의 편의를 위해 부와 권력을 단순하게 양분했을 때, 2022년 현재 기준 우리나라는 권력의 힘이 부의 힘을 능가하는 것 같다. 정부가 대기업 총수를 감옥에 보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 부의 힘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더 강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전문 로비스트들의 입김이 정계를 가로지르고 다닌다. 자본의 힘이 정치에 개입하고 사회 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조가 있으며, 이러한 모습이 극단적으로 희화화되어 표현된 예시가 최근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에서 미국 대통령이 돈줄을 대주는 기업인에게 아부하며 쩔쩔매는 모습 아닐까 싶다.


  얼마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지만 내가 제일 관심 있는 부분은 다가올 5년간 대한민국에서 부와 권력의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쏠릴 지의 여부이다. 그 균형추의 위치는 내 개인적 목표 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서 ‘권력은 예산권을 가진 주체가 장악하기 유리하다’ 고 설명한 부분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권력을 유지하려면 예산, 즉 돈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큰돈을 얻으려면 금융지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금융지능이 필요하다는 삼단논법이 적용되는 걸까? 사실 그렇지 않다.


  금융지능 없이 큰돈을 얻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권력으로 돈을 얻어내는 것이다. 강한 권력은 공식적으로는 수백조 단위의 세금을, 비공식적으로는 기업인들에게 뒷돈을 받아낼 수 있다. 금융지능이 아무리 뛰어난 투자의 귀재라도, 기업인이 그 어떤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1년 만에 현금 수백조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권력으로는 1년 만에 수백 조의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 어느 날 정치인의 입김 한 마디로 백조 단위가 아닌 천조 단위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정권을 잡을 능력이 없는 주체가 가장 쉽게 권력을 얻는 방법이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돈으로 권력을 사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벌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개발도상국들이 꽤나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권력으로 돈을 얻어낼 경우, 예산이 늘어나서 권력이 강화되는 선순환이 생긴다. 금융지능이 없으나 권력이 강한 사람들이 권력으로 돈을 얻기 쉬워지게 된다. 물론 정치인들에게 자본가들만큼 뛰어난 금융지능이 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직업 정치인의 반열에 오른 것만으로도 일반인들이 모르는 카리스마나 사회적 능력이 있다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금융지능이 전무한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단순 표 계산에 따라 이해되지 않는 방식의 추경, 예산편성, 증세, 무분별한 복지 등을 일삼게 된다. 물론 그들 스스로 적정선을 지킨다면 욕은 좀 더 먹을지언정, 지속가능성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의 금융지능도 없이 권력으로 돈을 취하는 행태가 계속되어 적정선을 넘으면 포퓰리즘, 하이퍼인플레이션, 국가부도 등으로 대서특필될 만한 사회적 문제들이 생기게 된다.


  매주 한 번씩은 인생의 목표를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주에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니 나는 궁극적으로 정치인보다는 자본가에 가까운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진다. 하지만 이따금씩 부의 힘이 권력의 힘에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을 보면 아직 이루지도 못한 나의 목표에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주식이 52주 신저가를 갱신하는데 총수는 아직 가석방 상태라 경영에 직접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주주가 아닌데도 마음이 아프다. 위태로운 한국전력 적자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5년 후, 10년 후가 걱정된다. 아직 이곳에서는 사업능력이나 금융지능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권력으로 시장을 제압하고 돈을 움직이는 것이 훨씬 쉬운 듯하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것이다. 물론 돈과 권력의 완벽한 균형점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정치인의 힘보다 자본가의 힘이 현재보다 조금은 더 강해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을 조심스레 드러내 본다. 창업가들이 성공적 사업을 일구어내면 그것이 목표이든, 결과이든 간에 어느 정도 부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운과 실력이 따라주어 언젠가 내가 부를 얻게 되었을 때,  넘을 수 없는 권력의 벽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체감하지 않길 바라며. 무엇보다도 모임이 잦아진 요즘, 야간에 제발 무사히 택시 타고 제때 귀가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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