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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도연 Jun 14. 2022

‘꼭꼭 숨어라.’ 내한공연 유출과의 숨바꼭질

이달 발표를 앞두고 있던 미국 뮤지션 빅 시프(Big Thief)의 공연이 티켓 사 플랫폼에서 유출이 되어버렸다. 일반적으로 공연을 올릴 때 우리가 생각하는 오픈 시점을 설정해야 하는데 등록포맷에 별도 기입란이 없어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별안간 공연공지가 올라갔는데 하필 연휴 기간이 껴 빠르게 대응할 수 없었다. 처리하는 사이 티켓 플랫폼에서 이 소식을 본 팬분께서 SNS에 이미지를 올리며 Highjinkx를 태그하셨고, 거기에 더해 공연 소식을 알리는 모 계정에 공식 게시물로 박제가 돼버렸다.


쉽게 말하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별안간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상황을 정리하긴 했으나, 팬분들은 어째서 주최사가 공연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는지 한 주 정도를 궁금해해야 했다.


공식 발표 전에 유출된 빅 시프(Big Thief) 포스터


주최 측에서 한층  난감해할 공연 유출 케이스는 아티스트가 먼저 돌연 소식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 쪽에서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지만, 최근 유명 아티스트가 투어 스케줄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는데 그중  곳이 한국이었다. 공연장 이름과 국가가 병기된  국가와 달리 ‘SEOUL, SOUTH KOREA’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 공연을 주최하는 측에서 그날 오후 자사 소셜미디어 스토리에 올려 주최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가 되었다. 모르긴 해도 담당자들은 크게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공연 관련자가 누구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비밀로 하지 않는 한은 어느 선에서든 이야기가 돌기 마련이다. 업계 쪽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다가 ‘곧 누가 한국에 온다더라’, ‘어디가 누구 불렀다더라’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예삿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마도) 공연 업계에서 가장 달갑지 않을 유출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통한 유출일 것이다.


공연 업계에서 가장 달갑지 않을 유출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한 유출일 것이다.

영등위에서 해외 아티스트 비자 문제를 처리한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겠다고 생각한다. 그곳이 바로 해외 아티스트의 입국 공연 비자를 신고하고 처리하는 기관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승인한 아티스트의 정보를 모두 홈페이지에 공유한다는 것이다. 해외 아티스트를 맞을 때 언제나 입국 비자 신고를 하는 우린 초기에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공연 유출을 ‘당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2019년 HIPPO CAMPUS라는 미국 밴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발표 하루 전날 영등위 홈페이지에 이 사실이 노출된 것이다. 발 빠른 팬들이 이 사실을 개인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 날랐고 공식발표를 하기도 전에 우리가 발표한 것 같은 모양새에 처했다. 새벽 사이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되었고 마침 다음날 공식 발표가 나가버렸으니 마침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우린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내한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여기서 스케줄을 협의하는 건 꽤 중요한 사항이다. 그중에서도 공연발표일은 굉장히 떨리고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아티스트가 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공연의 흥행 여부가 어느 정도 점쳐지기도 한다. 이 고대하던 순간을 빼앗기는 상황은 몇 번을 처해도 도무지 달갑지 않다.


공연 발표날짜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협의하는데, 여러 상황을 반영해서 정한다. 보통 전체 투어에 해당하는 모든 주최 측이 동일하게 일자를 맞추는데, 간혹 발생하는 밴드와 연관된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어떤 국가에서 발생한 큰 이슈가 겹치면 협의해 미루는 일도 생긴다. 국가 및 대륙이 달라 나타나는 시차까지 조정하는 일은 별로 없고 일자 정도를 통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등위 발표 시점을 피해 공연을 미리 발표하고 그다음 넉넉히 아티스트 비자도 받으면 좋은데 일이란 것이 항상 그렇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아티스트 사정에 의해 비자를 하루바삐 받아야 하는 일이 있기도 하고,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사정으로 일이 돌연 급박하게 돌아가기도 한다. 결국 이 일을 하는 누구나 영등위의 유출에 알면서도 당할 일이 생기기도 할 것이란 소리다. 그렇기에 근본적으로 공연 비자를 받은 아티스트와 신고 회사의 정보를 영등위에서 정보공개 하는 시스템에 의문이 든다. 어떤 아티스트의 비자 취득 사실이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공익적인 정보는 아니지 않는가. 매번 공연 때마다 행정업무에서 발생하는 숨바꼭질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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