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성복에 더 많은 프리사이즈' 제작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성복에 더 많은 프리사이즈' 기사 제작기를 써보려 합니다. 여성복의 사이즈를 남성복과 비교 분석하는 기사인데요. 아끼던 아이템 중 하나로 오랜 준비 끝에 기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기사는 아래 링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090609001
저는 옷을 좋아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자주 사입습니다. 쇼핑몰이 올린 사이즈 수치를 꼼꼼히 살피고 구매하지만 선택지가 적어 늘 상의는 딱 붙고 하의는 깁니다. 매번 이런 일이 생기니까 궁금증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런 옷이 잘 맞는 사람도 있을까? 왜 나한테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매번 옷을 수선해야 할까?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영상 하나를 발견하는데, 외국인이 올린 '한국에서 겪은 컬쳐쇼크'라는 영상이었습니다. 컬처쇼크 중 하나가 '옷, 특히 여성복은 사이즈가 한개인 경우가 많다. (Clothes, especially for girls, are very often labeled as one size.)' 였습니다. 높은 좋아요 수와 댓글을 보고 사이즈에 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곧장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가 사이즈표를 크롤링했습니다. 지금까지 느꼈던 불편함이, 컬처쇼크 영상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요.
처음 표본은 의류 쇼핑몰 '무신사'의 상의 약 400개였습니다. 어깨넓이, 가슴단면 등의 수치를 수집하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요. 남성복에 비해 여성복에 프리사이즈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S, M, L 등으로 나뉘어지지 않고 단일 사이즈로 판매할 경우 프리사이즈라고 부릅니다. 프리사이즈는 이름대로라면 어떤 체형이든 '프리'하게 입을 수 있는 사이즈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저와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았겠죠(...) 사람의 체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단일한 사이즈의 옷은 누군가는 입을 수 없는 옷이 됩니다. 여기서 기사의 주제를 확정지었습니다. 여성복이 남성복에 비해 사이즈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하고 그 이유를 알아보기로요!
처음 타겟으로 삼았던 무신사에 또 다른 의류 쇼핑몰 '29CM'를 더해 본격 옷 사이즈 크롤링에 돌입합니다. 과정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카테고리 페이지에서 상품 링크만 스크래핑합니다.
무신사의 단점은 수천 페이지까지 제품이 있어도 400페이지까지만 조회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400페이지도 꽤 많았기 때문에 우선은 상의, 바지, 아우터를 각각 400페이지까지 긁기로 합니다.
우선은 1페이지부터 400페이지까지 돌리면서 링크만 쭉 모았습니다. 그 다음 모은 링크를 하나씩 불러오면서 제품 상세 데이터를 스크래핑했습니다. 왼쪽 이미지의 사이즈정보를 오른쪽처럼 스크래핑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스크래핑 코드는 아래 깃허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github.com/SL-ee/musinsa-scraping/tree/main
이 다음은 추출한 데이터를 가지고 정제와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사이즈 단위를 S, M, L, FREE 등으로 통일하고 여성복에서 프리사이즈 비율이 얼마였는지, 남성복에선 얼마였는지 계산했습니다. 기사를 읽고 오셨다면 아시겠지만 여성복 중 프리사이즈는 39%였고 남성복 프리사이즈는 7%였습니다. 꽤 차이나죠. 여성복은 5벌 중 2벌이 단일사이즈였던 셈입니다. 거기다 여성복 프리사이즈의 '가슴단면' 평균은 M 사이즈보다 작고 S 사이즈보다 컸습니다. 결론적으로 많은 여성복이 S보다 조금 큰 단일 사이즈로 판매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이즈 정보를 긁으면서 상품의 리뷰 데이터를 함께 모았습니다. 무신사는 리뷰에 성별, 키, 몸무게를 밝히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과 남성이 작성한 리뷰를 비교하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상품별 리뷰를 0개에서 최대 10개까지 수집했습니다. 리뷰가 아예 없는 옷들도 많았고 특정 옷의 리뷰가 너무 많아지는 걸 막기 위해서 10개로 제한했습니다.
형태소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 리뷰에는 '날씬'이 383회 등장했고 남성 리뷰에는 44회 등장했습니다. 리뷰를 자세히 보면 '날씬해보인다'는 문장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해당 옷을 입으면 날씬해보여서 옷이 맘에 든다는 식입니다. 여기서 날씬해보이는 옷에 대한 여성들의 선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옷이 작거나 특정 부위가 부각돼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리뷰도 많았습니다. 말씀드렸듯 무신사 리뷰에는 키, 몸무게를 함께 적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리뷰를 남긴 여성 소비자의 몸무게를 확인한 결과 실제 여성의 평균 몸무게보다 적었습니다. 평균 이하의 체중을 가진 여성이 살을 더 빼야겠다고 다짐한 것이죠. 기사에 등장하는 교수님이 인터뷰 중에 '사이즈가 없으면 생산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뚱뚱하다며 본인을 탓합니다.'는 말을 하셨는데, 이를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안 좋아지는 결과였습니다.
'여성복에 더 많은 프리사이즈' 기사는 이렇게 성별 프리사이즈 비율 비교, 프리사이즈와 기존 사이즈 비교, 리뷰 분석으로 구성했습니다. 어느정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운 기사입니다. 제 단독 바이라인이 나간 기사는 처음이라 설레기도 했고요. 기사가 SNS에서 꽤 리트윗됐는데요. 독자 반응을 보니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제작기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