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감: 책 <겨울의 언어>
한때는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만 기웃거렸다.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기꺼이 조언하고 일러주는 자기계발서들은 그 표지만 둘러보아도 내가 정말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고민에 대한 답이 그곳에 있는 듯했다. 읽고 실행만 하면 나도 누구보다 꽉 찬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랬던 내가, 그것들을 나로부터 가장 먼 책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책 <겨울의 언어>의 1부 중 '완벽한 삶-책'이라는 소제목의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겨울 님은 자기계발서를 왜 읽지 않으시나요?"
이 문장을 보자마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요즘 읽은 자기계발서가 있던가? 답을 찾지 못했다. 당연했다.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의 독서량은 증가하였지만 자기계발서를 읽은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간혹 밀리의서재를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자기계발서를 드문드문 발췌하여 몇 챕터 훑어보긴 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집중해서 본 기억은 0에 수렴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최근 들어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절대로 자기계발서에 회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실제로 과거의 나는 자기계발서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생활 습관을 바꾼 경험도 있다. 자기계발서가 누군가에게 지침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바다. 각종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자기계발서가 빠지지 않고 자리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더 많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나는 '자기계발서를 멀리하는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있다.
위 책의 74쪽에서 저자는 '자기계발서가 홀로 닫힌 세계'이며, '자기계발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게 된 이유.
자기계발서는 우리에게 답을 내려준다. 성공을 위해서는 이러한 습관들을 가지라고. 다양한 자기계발을 통해 원하는 삶에 닿을 수 있다고. 얼마나 명쾌한가? 자기계발서에 나온 조언과 행동들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 꾸준히 실천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러나 나는, 나에게 내려진 해답을 향해 직진하는 것보다,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 줄 무언가를 원한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 너머 가보지 않은 세계로, 그 누군가의 삶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곳으로 나를 데려가주기를. 그리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묻는다면, 이 세상에 여전한 온기를 더하고, 경청하며 공감하고, 나의 행동과 판단에 미약하지만 강한 힘을 실어주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어떤 책도 누군가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삶은 다 다르고, 이룩하고자 하는 삶의 형태도 다르기에 책 한 권이 삶의 키를 쥐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줄 책을 읽고 곱씹고 생각하고 쓰면서 - <겨울의 언어>를 읽고 곱씹고 생각하고 쓰는 이 글처럼 - 삶을 조금씩 가꾸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