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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TnG 상상마당 시네마 Aug 30. 2022

낭만적인 예술 테러리스트 <뱅크시>

'뱅크시'에 대한 흥미롭고 강렬한 통찰! 레오다브의 GV 현장 공개!

미켈란젤로를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강렬한 메시지를 분사하는 얼굴 없는 예술가, 온 세상의 벽이 캔버스가 되는 예술계의 안티히어로. 이 모든 수식어는 바로 영국의 예술가 '뱅크시'를 표현하는 말인데요! 영화 <뱅크시>는 영국의 브리스톨 거리에서 시작해 기발한 상상력으로 상식을 무너뜨리는 활동을 하며 작품마다 화제의 중심이 된 뱅크시의 탄생과 현재를 쫓아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뱅크시의 이름만 듣고선 갸우뚱하던 사람이더라도, 런던의 세계적인 경매 회사 소더비 경매장에서 고가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을 그 자리에서 분쇄기로 갈아버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작가라고 설명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만큼 밖에서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뱅크시는 매우 돌발적이고 자유분방한 아티스트이죠. 그러나 영화 <뱅크시>는 뱅크시가 꾸준히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익명성을 통해 활동하는 이유, 그리고 자본성과 떼놓을 수 없는 현대 예술에 대한 뱅크시의 깊은 고찰과 이를 통해 완성된 뱅크시의 작품에 담긴 관념과 기조를 알아갈 수 있게끔 합니다. 


지난 8월 14일 일요일 낮, 상상마당 시네마에서는 영화 <뱅크시> 상영에 이은 상상톡톡(GV)이 있었습니다. 허희 문화평론가의 진행과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레오다브'의 참석으로 남다른 의미를 더한 자리였는데요.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귀한 주말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러 오신 관객분들과 함께 영화 <뱅크시> 그리고 뱅크시라는 인물에 대해 솔직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던 GV의 생생한 현장으로 들어가 보시죠!

Q. 허희 문화평론가(이하 허) “우선 뱅크시도 그래피티 아티스트에서 출발을 한 인물인데요. 같은 영역의 아티스트인 레오다브님께서는 이번 영화 <뱅크시>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레오다브 그래피티 아티스트(이하 레) “원래부터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뱅크시>를 비롯해 이전에도 여러 영상들을 찾아봤었는데요. 공통적으로 저는 뱅크시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점과 이러한 아티스트를 받쳐줄 수 있는 인프라가 국가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또다시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으로서 더욱 흥미롭게 보기도 했습니다”


 “레오다브님이 말씀해 주신 부분과 비슷한 맥락으로 국내에서의 문화적 저변이 다소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한국에서도 뱅크시가 어느정도 많이 알려진 작가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인지도가 낮은 이유가 그래피티 문화를 비롯한 서브컬쳐에 대한 국내에서의 인식 자체가 여전히 낮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레오다브님은 영화 속에서 어떤 장면이 인상에 남으셨나요?”


뱅크시가 팔레스타인에서 한 작업은 거의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정도의 일이라 제일 기억에 남고요. 박물관에 가서 몰래 자신의 그림을 붙였던 작업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끝까지 잡히지 않고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혹시 사전에 협의된 일은 아닐지 하는 여러 의문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뱅크시의 SNS에 들어가보니 21년 연말 이후에 포스팅이 올라오지 않아서 현재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뱅크시>를 보며 저도 더 열심히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 영화 <뱅크시> 속 캡쳐

 “영화에서 보셨듯이 '풍선을 든 소녀'라는 작품은 소더비 경매장에서 한화로 약 16억 원에 낙찰되었고, 소장자가 2년 정도 가지고 있다 다시 경매에 내놨을 땐 '사랑은 쓰레기통에'로 작품명이 바뀌었으며 새롭게 낙찰된 가격은 약 300억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해에 뱅크시는 슈퍼맨과 배트맨 대신 간호사 영웅과 아이를 함께 그린 '게임 체인저'가 거액에 낙찰되었는데 이를 병원에 전액 기부하는 공익적인 활동도 이어가는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아티스트인데요. 레오다브님께 뱅크시라는 인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2013년에 읽었던 뱅크시의 책에 ‘너가 유명해지고 싶으면 지금 당장 페인트통을 들고 밖으로 나와서 그림을 그려라’라는 구절이 있더라고요.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하라는 의미였을 텐데, 당시에 독립운동가에 대한 그래피티를 하고 싶었던 저에게 굉장히 큰 용기를 준 말이었고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한국의 영웅들 / 출처: 레오다브 블로그

레오다브님과 허희 평론가님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뱅크시라는 아티스트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아티스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토크를 나눴어요. 이후 관객분들의 질문으로 보다 뱅크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뱅크시의 모순?!

관1 “원래 뱅크시라는 작가가 워낙 유명해서 대략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영화를 보는 두 시간동안 그 사람이 생각들을 파악하면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동시에 뱅크시가 처음에는 순수하게 체제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주변에 있는 공터나 벽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하며 유명해졌는데, 점점 작품 활동이 많아지면서 정부 혹은 세계적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뱅크시를 잡을 수 있는데 내버려 두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뱅크시를 싫어하는척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분위기와 흐름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멋있게 보였는데 혹시 두 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 영화의 원제가 <뱅크시, 무법예술의 출현>이고 그래피티 자체도 저항적이고 반체제의 성격이 강한 예술입니다. 하지만 뱅크시의 작품이 현재는 체제 안에 완전히 수용된 것 같은 느낌도 있고, 뱅크시가 과거에 예술은 상품이 아니며 작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다가 지금은 작품을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다며 일종의 말바꾸기식 태도가 어쩌면 뱅크시가 가지고 있는 모순성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그러한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대해서 레오다브님은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계신가요?”


 “말을 바꿨다는 것에 대해서는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뱅크시가 결국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성공을 했고 이로 인해서 대중들의 스트리트 아트나 그래피티에 대한 관심도와 접근성이 높아져 예술의 범위를 넓혔다고 생각해요. 모든 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고생을 해서 완성한 작품으로 죽고 나서가 아니라 살아있을 때 돈을 벌고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출처: <뱅크시> 보도스틸

허 “레오다브님께서 생생한 답변을 해주셨는데요. 뱅크시 관련 어느 서적에서는 뱅크시가 처음에는 반체제적으로 시작을 했지만 어느새 체제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가가 되어버린 이 모순적인 상황을 뱅크시 자신은 좋아하면서도 싫어할 것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작품 활동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 줄 몰랐을 것이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을 저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예술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순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예술가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뱅크시는 나름대로 현명한 대처를 하고 있는데, 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익명성이지 않을까요. 정체를 알리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간직함으로써 자본에 완전히 잠식당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메시지를 담는 예술, 그래피티에 대하여

관2 “한국에서 마이너에 속하는 예술이라는 분야 중 그래피티는 좀 더 알려져 있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마이너한 그래피티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어요”


 “대학교 때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그래피티를 접하게 됐는데, 제 성격이랑 잘 맞아요. 물감은 칠하고 말리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스프레이는 2~3초면 마르고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뱅크시가 사용했던 스탠실 기법처럼 사전에 미리 준비만 되면 현장에서 5~10분이면 빠르게 작업하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저도 기법이나 재료들을 많이 바꾸지 않고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시각적으로 명암이 확실히 구분되는 작품은 사람들에게 보다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데 뱅크시처럼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일 때 그 효과는 더 크죠”


 “뱅크시가 이를테면 도둑 전시를 한 여러 박물관 중에서도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에 달았던 미사일을 딱정벌레라는 작품에는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겨져 있었고, 이로 인해 뱅크시가 단지 도둑 전시를 장난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낸다는 게 작가로서 부담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레오다브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그러한 메시지를 띌수록 작가가 대중성을 가지기는 쉽지 않죠. 저도 작품 활동을 공개할 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실제로 가끔 메시지의 수위 조절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메시지를 담는 작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현대 예술의 의미를 다르게 묻는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전해드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이제는 뱅크시의 작품뿐만 아니라 뱅크시의 기획 자체가 제도권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였는데요. 레오다브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뱅크시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닌 영국에서 뱅크시가 주목을 받게끔 만든 보이지 않는 큰 기획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요. 뱅크시가 뉴욕에서 한 달 동안 그림을 그리는 다큐멘터리를 보시면 다음 날 어디에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예고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잡히지 않는데 과연 일반 작가라면 이러한 상황이 가능할까 싶어요. 이런 기획들이 국내에서도 만들어져서 예술가들이 자신의 색깔이 드러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뱅크시> 보도스틸

 “영화에서도 보셨듯이 주드 로,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가 뱅크시 전시회에 찾아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예술계에서는 유명인사가 어떤 작가의 작품을 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갑자기 확 작품과 작가가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이른바 유명해져서 점점 더 유명해진다고 해야할까요”


 “뱅크시가 만든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다큐를 보면 과연 작품으로 무엇을 그려야 좋은 것이고 어떻게 해야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뇌가 담겨 있는데, 이는 지금의 젊은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고민에 빠지게 되는 지점인 것 같아요”


 “그러한 점을 영화 속에서 아이러니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뱅크시가 뉴욕 한복판의 거리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내놓고 판매하는데 하루 종일 두 작품 밖에 팔리지 않았었는데요. 예술이라는 것이 작품의 가치라고 할 때 예술 작품 외의 다른 요인들로 인해 계속 회자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뱅크시>는 자본에 둘러쌓인 세상 속에서 가면을 쓰고 저항하며 활동할 수 있으며 타협하는 방식의 또 다른 저항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하는 영화가 아닐까 했습니다. 혹시 레오다브님은 이 영화를 어떤 분들에게 추천해주시고 싶은가요?”


미술을 전공하시거나 현대미술·거리미술의 문화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 있는 분들이 보시면 좋겠고, 예술가들이 어떤 작품을 해야하는 지가 제일 중요하지만 뱅크시처럼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도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영화를 통해서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던 예술가가 성장해가며 나중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자신을 풍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구현하는데요. 모든 행위들 그 자체로 뱅크시가 오늘날 예술의 의미를 다르게 묻고 있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보신 영화와 GV를 통해 나눈 이야기들로 예술에 대한 각자만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뱅크시'스럽다, '뱅크시'당했다(Banksy-ed) 등 그 자체가 퍼포먼스였던 뱅크시. 기발한 상상력으로 상식을 무너뜨리는 작품 활동, 작품마다 가치를 전복시키는 메시지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예술가의 활동은 그야말로 흥미로웠습니다. 한국 대표 그래피티 아티스트 레오다브님과 허희 평론가님과 함께 뱅크시에 대해서, 그리고 예술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글: 상상지기

수정/구성: 마당지기

이미지 출처: 마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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