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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TnG 상상마당 시네마 Oct 12. 2022

범죄자로 추락한 '최애', 다시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입소문 흥행 다큐 <성덕> 오세연 감독, 박효실 기자 '테라피' 현장!


당신도 누군가의 덕후였나요? <성덕>
반짝이는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나의 '최애'
좋아해서 행복하고 절망했던 '덕후'들의 뜨거운 공감 & 입소문 열풍 화제작!

이례적 입소문으로 흥행 돌풍을 이끌고 있는 영화 <성덕>은 10대 시절을 바쳤지만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오빠! 좋아해서 행복했고 좋아해서 고통받는 실패한 덕후들을 찾아 나선 X성덕의 덕심 덕질기를 담았습니다. 한 순간 실패한 덕후가 되어버린 구성덕 오세연 감독이 동병상련의 친구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이자 블랙 코미디인데요. 

국내외 유수 영화제 초청을 통해 개봉 전부터 거침없는 추천 열기를 이어온데 이어 정식 개봉이 확정되자 영화 팬들은 물론 누군가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모든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일찌감치 흥행몰이를 예고했습니다. 개봉 이후에는 실관람객들의 압도적인 공감 속 생생한 관람후기는 기본, 자신들의 덕질 경험담을 쏟아내는 고백과 관람 영업, N차 인증이 봇물을 이후며 본격 입소문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HOT한 다큐를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놓칠 수 없죠! 


이 놀라운 데뷔작은 각본, 촬영, 편집까지 모두 오세연 감독이 참여했는데요. 오세연 감독과 <성덕> 속에서 분위기와 흐름을 강력하게 바꾸어놓았던 스포츠서울의 박효실 기자를 모셔 상상톡톡을 진행했습니다. 그 현장 속으로 입덕해보실게요 (๑˃̵ᴗ˂̵)و


지난 10월 2일, 일요일의 상상마당 시네마는 정말 많은 관객분들로 로비와 상영관 모두 북적북적 붐볐던 하루였답니다! 이 날의 상상톡톡(GV)에서는 젊고 톡톡 튀는 분위기와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성덕>의 주인공이자 연출자인 오세연 감독님이 전체적인 진행을, 영화 속 '그' 사건의 최도 보도자이자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큰 역할을 한 박효실 기자님이 게스트로 참석하신 분위기로 흐르게 되었는데요 (ㅎㅎ) 새로운 진행 방식에 ‘오, 뭐지?’라는 생각도 아주 잠깐! 귀여운 재치가 넘쳤던 감독님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과 함께 가감 없이 솔직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 박효실 기자님의 대화로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던 자리였어요. 두 분의 케미가 돋보였던 그 날의 상상톡톡 현장으로 가볼까요?!



 덕후와 기자의 독특한 첫만남?! 

박효실 기자(이하 박) “제가 끼니를 잘 거르는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GV가 너무 떨리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해서 저녁을 아직 못 먹었거든요. 그런데도 배가 고프기는커녕 아직까지도 매우 긴장된 상태예요”(웃음)

오세연 감독(이하 오) “그럼 오늘은 뒷모습으로 앉아서 진행해야 할까요? 저도 GV 아티스트로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피곤하네요. 여러분들도 배고프실 텐데 빨리 끝낼까요?(웃음)”


 “기자님과 저의 인연은 4000자 정도 되는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되었어요. 메일을 보내드리고 4~5일 동안은 답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답장을 보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기자님께 메일을 드리기까지 일 년 정도 망설였었는데, 기자님은 당시에 메일을 받으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요?”

“기자의 메일함에는 보도자료가 워낙 많이 들어와서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지는 않고 메일함 용량이 넘치지 않도록 관리 정도만 하거든요. 그래서 보내주신 메일도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정리를 하면서 발견하여 읽어보게 됐어요. 내용이 굉장히 진솔하고 긴 분량의 소회가 적혀 있어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관1 “기자님으로서 영화 <성덕>의 냉철한 별점 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각을 잡는 영화는 아니니 편안하게 봤어요. 뒤로 가면서 저와 시위대가 나오는 장면부터는 저도 모르게 빵터져서... 몰랐는데 감독님이 정말 미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인터뷰 끝나고 감독님이 나중에 영화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문래동에서 맥주 한 잔 하자고 했었거든요. 영화를 완성하실 수 있을까 했는데, 일 년 정도 지나고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화제가 되고 이렇게 정식 개봉까지 한다고 해서 크게 놀랐었어요”

관2 “그 사건이 보도됐을 당시 기자님의 상황이나 심경이 궁금해요”

 “사건이 보도된 후에 2년 정도는 제가 쓴 기사에 악플들이 달렸어요. 저는 제 커리어에 대해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이런 일로 주저앉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서도 이 사건이 세상에 나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19년에 사건의 진실이 알려지면서 정말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죠. 또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져 오늘의 자리에 참석까지 하게 되어서 기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네요”

 <성덕>은 시각의 확장을 제시한다! 

 “인터뷰이들이 기자님과 비슷한 마음이더라고요. 영화가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될 줄 모르고 참여했다면서 투정을 부리더라고요. 덕분에 영화가 잘 풀렸으니 인터뷰이들을 평생 잘 보필해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인터뷰이들의 비중이 많기도 하고 그들의 화려한 언변이 영화의 키를 쥐고 있잖아요. 제가 생각만 하고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그들이 해주기도 했고, 인터뷰이들이 제가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죠. 감사합니다”

“제가 연예부 기자로 일하면서 누군가의 팬들을 많이 보게 되거든요. 연예계에는 워낙 사건 사고가 많기 때문에 그 자체를 담아내기에 급급했는데, 이렇게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 있다는 시각의 확장을 보여주셨어요. 연예인의 사건 사고가 덕질한 사람들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또다른 <성덕>의 주인공, 인터뷰이! 

관3 “인터뷰이들을 어떻게 섭외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자님 외에는 다 지인들이었어요. 인터뷰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떠한 기준을 세워서 섭외를 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팬덤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유명한 팬을 섭외해야 하는건가 생각도 했는데,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덕질이 있듯이 누군가의 심정을 100% 대변할 수는 없을지라도 솔직한 심정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엄마에게도 그런 과거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섭외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화를 하다가 엄마가 그래도 그 분에게 고맙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셔서 너무 충격을 받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마치 테라피와 같은 GV 시간! 상처받은 자, 다시 사랑하라!

관4 “5년간 정준영 씨의 사진을 찍던 사람입니다. 상처가 컸는데 지금 또다시 덕질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아이돌도 그 사람처럼 될까 적당히 사랑하자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좀 더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고 생각했어요

 “채팅으로 진행하다 보니 바로 어떤 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아는 분이거나 혹은 제가 그 시절에 이 분의 사진을 무수히 저장했었겠네요. 마음이 애틋해지는데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시간을 회상시키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고, 여전히 팬인 분들도 있어서 저를 다소 안 좋게 보는 시선들도 있는데 모두 정말 감사해요. 이따 끝나고 인사 나눴으면 좋겠어요”

관5 “혹시 그 분 노래 이제 안 들으시나요? 저는 다른 가수 팬이지만 그 노래에 추억이 많이 담겨있어서 힘들어요”

 “저희 지금 질문이 아니라 고민상담 시간인 것 같은데요. 저의 직업은 테라피스트로 정해졌네요.(웃음)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면 추억이 같이 재생되는 기분이 들고, 정말 이 노래만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순간도 있잖아요. 저는 영화를 만들면서 저의 마음을 잘 정리해야 내레이션도 쓸 수 있고, 과거의 저를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 노래를 몇 번 듣게 됐어요”


관6 “영화를 완성한 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 현재는 덕질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편집 단계에서 구성을 하는 2~3개월 동안 엄청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저도 마음 정리를 많이 했어요. 영화과 아름답게 끝나는데 사실 지금 저도 반반이에요. 사랑한 우리는 잘못이 없고 사랑함으로써 얻는 행복을 계속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덕질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고 삶에 너무나도 큰 재미를 주는데,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게 안타까워요. 이런 점 때문에 덕질 자체는 당연히 잘못이 없는데 저도 자꾸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관7 “사건 이후로 다른 덕질을 하실 때 전만큼 최애를 사랑하는 마음이 드시는지요. 저는 이제 그런 마음을 다소 잃은 것 같습니다”

 “인간 자체에 대한 믿음은 저도 사실 많이 잃은 것 같아요. 예전만큼 순도 100%의 사랑을 누군가에게 누구라도 줄 수 없을 것 같고요. 최근에 연예인이 아닌 사람한테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데 궁금하고 좋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덕질에서 호되게 당했기 때문인지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요. 

기자님은 직업적인 특성상 사회적인 문제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시는데 인간에 대한 믿음의 관점에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기자 생활을 한 지 22년 정도 되어서 저도 비슷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요. 항상 크로스체크를 하지 않으면 덫에 빠지기 쉽고, 확실하다고 생각할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거였어요. 취재 기자원들한테 하는 말 중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말라는 뜻의 '불가근불가원'이 있어요. 사적으로 만나 친해지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들이 연예계에 정말 많지만, 만약 나중에 이 사람을 보도해야 할 때 친분 때문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해요. 그리고 일반 사람을 좋아할 때도 우리가 그 사람을 너무 우상화하면 당연히 실망하게 되잖아요. 제가 성당을 다니는데 신부님도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결점이 보이거든요.(웃음) 모든 사람을 급격으로 추앙하면 문제가 발생하는데 부족한 점을 발견하는 것이 비로소 진짜 사랑이 나오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나에게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길 바라면서 덕질하듯이 사랑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관8 “마지막으로, 덕질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누군가를 간절히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행복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연애를 쉬고 있을 때 누군가를 좋아했던 경험 자체가 삶의 에너지가 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자체가 삶에 플러스가 될 거예요”

 “덕질하면서 좋은 시간도 많았지만 그만큼 힘들고 답답하고 슬픈 일도 많았을 거예요. 여러분들이 그 시간 동안 즐겁고 행복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어쨌든 그 사람을 좋아했던 건 저니까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입덕 했던 게 벌써 10년 전인데 그 시절의 저를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고 짠해요. 하지만 그 시절의 전 행복했기 때문에 그걸로 됐다고 위안을 삼고 싶고 여러분들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했기 때문에 고통받았던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그 심정을 헤아렸던 시간, 이 여정 속에서 내 안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요? 관객과의 대화였지만 마치 테라피같았던 즐겁고 따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저 덕후의 실패 경험담이 아닌 시각을 확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 <성덕>,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에 마당지기도 정말 즐거웠답니다! <성덕>의 더욱 뜨거운 흥행 질주를 응원하며 다음에도 뜻깊은 시간을 마련하도록 할게요! ୧( “̮ )୨



이미지 출처: 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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