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이전 편,
텀블벅의 프로젝트 기획 인터페이스는 깔끔했다.
워낙 상세히 나뉘어져있어 칸을 채워 넣기만 하면 됐다. 그렇다 해도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는 방식은 각 기획자마다, 브랜드마다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우리 프로젝트에 맞는 어조와 태도를 찾아야 했다.
우선 제품 컨셉을 잡으면서 쓴 글을 두고 그 위, 아래로 글을 더하기 시작했다. 우리 브랜드의 출발점, 사업에 접근하는 우리의 시각, 제품을 만드는 태도, 신제품의 레퍼런스 이미지와 계기, 이번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풀어 썼다.
사업을 하는 이유와 우리의 목표, 지향점은 오래 전부터 하던 고민이라, 오히려 너무 많이 쓰였다. 쓰고 다듬기를 반복했다. 너무 솔직해서 ‘사업해서 힘든 건 알겠는데, 내(후원자)가 이것까지 알아야 해?’ 하는 푸념같이 들릴 말은 삭제했고 또 너무 허황돼서 ‘상자 하나 만들고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고?’ 싶은 상상은 줄였다. 줄줄 쓴 글을 텀블벅의 인터페이스 안에 요리조리 맞춰 넣었다.
텀블벅의 프로젝트 기획은
기본 정보 / 펀딩 계획 / 선물 구성 / 프로젝트 계획 / 창작자 정보 / 신뢰와 안전 탭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 프로젝트를 상세하게 설명하게 되는 ‘프로젝트 계획’ 탭은
- 프로젝트 소개
- 프로젝트 예산
- 프로젝트 일정
- 프로젝트 팀 소개
- 선물 설명
칸으로 구성되어있다. 글과 이미지를 넣고 텍스트 스타일을 조정할 수 있다. 각 칸마다 어떤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상세한 설명과 예시가 쓰여 있어, 설명을 따라 필요한 이야기들을 변형해 채워 넣다 보면 금세 칸을 채울 수 있었다.
우리와 유사한 프로젝트나 지금 인기 있는 프로젝트를 참고해가며 형식을 채워갔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글을 완성했고, 이번 텀블벅 심사에서는 ‘구매’라는 단어를 사용한 부분들을 ‘후원’으로 수정할 것 정도를 권고받았다.
2019년에 처음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는 기획 글을 쓰는 데에만 몇 주를 보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 미룬 것도 있었고 주절주절 쓰느라 글이 질척여졌었다. 지금은 제품 상세페이지나 브랜드 소개 글, 포트폴리오 등을 여러 번 쓰면서 나름의 글쓰기 스타일을 만들게 됐다.
처음엔 양껏, 마음껏 쓴다. 그리고 한 숨 잔다. 자고 난 후 다시 글을 추리고 정리한다. 처음 쓴 문장을 두 번째 마주할 땐 모나고 끈적한 부분들이 보인다. 그 부분들을 다듬고 닦고 바꾼다. 푸념도 몇 번 툭, 툭, 털고 나면 ‘의견’이 됐다. 감정이 뚝뚝 떨어지는 글은 형용사와 부사를 덜어내고 서술어를 담담한 톤으로 정리하면 ‘경험’이 됐다. 그렇게, ‘보여져도 괜찮다’ 싶은, ‘이만하면 됐다’ 싶은 선을 찾아 덜어내고 덜어냈다.
The Love Letter, 19세기 낭만을 담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