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받는 편지와 우리가 보내는 편지
주기적으로 후기 답글을 남긴다.
한 달에 2-3번씩은 했었는데, 올해 들어 제품 리뉴얼이다, 전시다, 텀블벅이다 해서 들여다보지 못한 게 벌써 4월부터 모여있었다. 보통 후기를 남겨주시면 바로 읽긴 하지만, 자세히 읽고 답글을 남기고 싶어서 아예 날을 하루 잡는다.
답글을 쓸 때는 이메일이나 편지에 답장하는 기분으로 인사부터 시작한다. 여러 번 글을 쓰다 보니 자주 사용하게 되는 형식이 생겼다.
- 안녕하세요, 마마리입니다.
- 고객님께서 저희 반짇고리에 만족하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 작성해주신 내용에 대한 답변
- 반짇고리가 오래 사용되는 물건인 만큼, 정성 들여 꼼꼼하게 만들었습니다.
- 댁에서 오래도록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건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 다시 한번 구매와 소중한 후기/의견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작성하는 시기의 날씨와 그에 따른 건강, 평안, 행복 기원
보통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글을 남긴다. 형식적으로 복사, 붙여 넣기를 하지는 않고 일일이 처음 인사말부터 쓴다. 후기 글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되기 때문에 어차피 똑같은 말을 쓰게 된다 해도 처음부터 다시 쓴다.
원단을 칭찬해주시면 원단 자랑을 조금 하기도 하고, 제품 칭찬을 해주시면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한다. 대단하게 스마트한 기능이 있는 제품은 아니다 보니, 우리가 전할 수 있는 건 정성이나 내구성, 꼼꼼함, 오래 이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솜씨 같은 것이 전부다. 너무 과하지 않게, 넘치지 않게, 오만하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적다 보니 지금의 글이 되었다.
크기가 작다거나 가격에 비해 별로라는 후기가 있으면 그렇게 된 이유와 상황을 설명하고 개선 방안과 우리의 의지, 그리고 향후 노력을 다짐한다. 한번 구매하신 분들 중 만족하지 못하신 분들이 다시 구매하시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그래서 제품을 개선한다 해도 그 의견을 남겨주신 분께 이익이 되는 건 아니지만, 구매하신 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이자 앞으로 구매하실 분들에게 전하는 우리의 다짐이기도 하다.
실제로 답글에 나온 이야기들을 반영해서 제품을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내부 원단이 얇아서 가위나 바늘 등에 찔려 망가지기 쉬울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에 제품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고급 벨벳 원단으로 내부를 바꾸었고 제대로 된 마감을 위해서 아예 마감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그 외에는 크기에 대한 의견을 가장 많이 주신다. 보관하고자 하는 물건이 많으신 고객님들의 경우에 반짇고리의 내부 공간이 작다는 의견이 있다. 금형 제작이 필요한 부분이라, 다른 식으로 크기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후기들은 아이디어스 쪽에서 보게 된다. 아이디어스에서 지향하는 창작자와 고객의 관계, 마케팅 덕분인지, 조금 더 사람이 사람에게서 물건을 받는다, 라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간단히 제품에 대한 만족도보다 왜 이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사적인 속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사연이 담긴 후기를 만날 때면 나도 편지에 답장을 하듯이 글을 쓰게 된다. 창을 띄워놓고 구매자분께서 해주신 이야기 한 줄 한 줄마다 그렇셨구나, 하면서 답장을 쓴다. 쓰다 보면 한 바닥을 쓰게 되기도 한다. 알림이 울려 그분에게 전달될지, 혹은 확인되지 않은 채 답글로 남을지 모르지만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쓴다.
마마리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후기 글을 쓰는 곳이 대화 창구처럼 느껴진다. 좋은 이야기도, 좋지 않은 이야기도, 한 분의 의견을 들을 수 있기에 값지고 소중하다. 기분 나쁜 것보다 의견을 보내주셨다는 사실에 더 감사하다.
그래서 처음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었을 때부터 후기를 돈을 주고 만들 수 있다는 광고성 메일이 자주 오지만, 그런 식으로 그곳을 채우고 싶지 않았다. 마마리의 스마트 스토어나 아이디어스에 올라와있는 모든 후기는 제품만 보고 구매해주신 분들이 남겨주신 글이다. 더 많이 판매하는 대형 스토어에 비하면 적은 숫자겠지만, 그럼에도 그 숫자만큼 편지를 받은 기분이라 흐뭇하다. 우리 제품을 구매해주신 분들 중 한 달에 한분이라도, 일 년에 다섯 분이라도 긴 긴 글을 남겨주실 만큼 물건에 큰 의미가 있으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 후기를 만나고 나면 한 두 달은 거뜬히 에너지가 솟는다. 만들어진 후기 100개, 1000개보다 진짜 고객님이 써주신 글 1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든다.
우리의 브랜드 마마리는 더 많은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후기와 답글은 우리가 받는 편지이자 우리가 보내는 편지이다. 그렇기에 이 작고 귀여운 우체통에 광고성 전단지를 잔뜩 넣어둘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