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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Jan 26. 2024

나는 자연이다.

요즘 나는 자연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합니다. 남몰래 꿈꾸고 있던 삶이라 그런지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해요. 하나 최근 들어 이면의 모습들이 자주 보입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왕년에는 돈도 잘 벌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라는 스토리죠. 하나 경제적 위기에 봉착하고 가족들 간의 사이가 멀어지며 자연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내가 이 삶을 선택해서 들어오기보단 살기 위해 도망쳐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실제로 월급 없는 삶을 증명해 냅니다. 자연에서 주는 먹거리와, 살아가며 터득한 노하우로 말이죠. 물론 깊은 사정 까지는 잘 모릅니다. 여유 돈이 있으실 수 있고 한 달 정도 자연에서 머물다 도시생활로 돌아가고를 반복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 프로그램이 나를 속이는지 저 사람들의 삶이 진실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 자체에서 희망이 보이거든요. 프로그램 속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는 쓸쓸함과 충만함이 공존합니다. 여러분도 표정을 유심히 보면서 시청해 보세요. 슬픔과 기쁨이 함께 있습니다. 무엇이 좋은 삶이고 나쁜 삶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연을 선택했다면 저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딱 두 가지입니다. 먹고살아나갈 것, 과거를 청산할 것. 이 두 가지가 업보이자 숙제입니다. 도시 속 삶도 마찬가지지만 어딘가의 소속되어 번잡한 생활 속에서 나를 돌아보기란 어렵습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은 좋은 물과 공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 육체적으로 더욱 고되고 바쁠 수 있지만 정신적 해방을 안겨주죠. 그 안에서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 없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공을 세우기 위해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오늘 하루 나의 먹거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잖아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기본에서 벗어나 특별해질수록 삶은 화려해지지만 고단해집니다. 각종 액세서리들을 두르고 싶고 명품 백을 메고 싶으며 값비싼 향수로 나의 진가를 드러내고 싶죠. 왜 그럴까요? 기본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먹고 자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기쁨을 잊어버린 거예요. 사실 이 기본이라 부르는 것들은 가장 특별한 무언가입니다. 최근에 제가 정신과약을 무단으로 안 먹었습니다. 3일 간 잠을 못 잤어요. 근육이 경직되고 온몸이 떨리고 자고 싶어도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생각들이 저를 괴롭혔거든요. 이 순간만큼은 잠을 자고 싶은 욕구보다 우선시 되는 건 없었습니다. 제발 잘 수만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죠. 위기에 봉착해 봐야 압니다. 그냥은 모르죠. 잠은 당연히 자는 거고 밥은 당연히 먹는 것이니까요. 자연 속에 들어간 분들도 똑같습니다. 그냥은 모르셨던 거죠. 내가 잘 나가고 잘 벌 때는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삶을 쳐다나 보았겠습니까? 잃어보니 허탈하고 없이 살아보니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 거죠. 그렇다고 우리 모두 손잡고 산중 생활하자는 건 아니에요. 저도 아직은 로망에 불과하고요(웃음)

하지만 그분들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볼 수는 있습니다. 먹고 잘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하루가 되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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