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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Dec 12. 2023

행복

다이어트 단상

60대의 중증 심혈관 질환 환자가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채식을 한다면 10년은 더 살 수도 있다는 권고를 받았다. 

오랜 세월의 식습관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침내 철저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예상대로 10년을 더 살았고 70대에 암으로 사망했다. 

과일과 야채에 묻은 농약과 방부제들의 발암 효과였다.


평범해 보이는 자연사들이 누리고 간 행복들을

떠난 사람도, 기억해주는 사람들도 정산을 할 순 없다

사는 동안 본인이 기억될 수 있는 행복들은

뚜렷하지 않은 소소한 순간의 즐거움들이 울려주던 

메아리들의 우연한 공명 현상 같은 것이다.


미슐랭급 오도로와 고베 스테이크보다

실비집의 청국장과 꽁치구이의 메아리가 더 큰 공명을 줄 수도 있다,

유기농 청국장과 청정해 꽁치가 아니라 해도

편히 맛있게 먹는 마음이 행복을 짓기 때문이다

병리학자들이 어렵게 설명하는 무병장수의 난해한 과학들도

같은 메아리의 공명들을 그들의 언어로 표현한 것뿐이다

30대 젊은이의 근력을 지닌 오일장터 팔순의 지게꾼 어르신이

평생 드셨는 아침은 날계란 두 개였다 한다

좋은 음식들이 희소한 게 아니었다

감사히 만족하게 먹을 수 있는 마음이 희소한 것이다.


Photo:

around the Nassau

Princeton, New Jers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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