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션글로벌 매거진 2022년 5월호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운영/관리할 때, 우리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마주하게 됩니다. 서비스 시작점인 온보딩부터 사용자가 일으키는 이벤트, 전반적인 서비스 사용 후기, 고객 인터뷰 등 프로젝트 방향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죠.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분석하여 우리는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때, 수집된 모든 데이터는 정성적 데이터와 정량적 데이터로 나눠질 수 있습니다. 숫자로 표현되곤 하는 정량적 데이터는 흔히 구글 애널리틱스, 앰플리튜드, 뷰저블과 같은 실제 고객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집/분석하는 도구를 통해,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량적 데이터 외에, 수치화되기 어려운 정성적 데이터는 사용자의 행동 동기를 알려주지만, 정해진 분석 틀이 없어 상대적으로 데이터를 다루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양의 정성적 데이터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석될 수 있을까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란, 정성적 데이터들 사이의 규칙과 연관성을 발견하여, 해당 내용을 토대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방법론입니다. 수집된 정성적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정리되어 있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을수록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론이죠. 이 방법론을 사용하는 이유는 정성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성적 데이터를 구조화하기 위함이며, 그 분류 기준은 ‘의미상으로 얼마나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입니다. 이모션글로벌에서도 컨설팅 프로젝트 진행 시 해당 방법론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모션글로벌만의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아래에서 같이 만나보아요.
내부에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진행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리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정책입니다. 참여자들이 해당 내용을 모두 숙지하여야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돕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모션글로벌 내 팀원 간 공유되는 정책은 이렇습니다.
1. 참가자들이 모두 해당 세션 주제를 명확하게 이해한 상태로 참석해야 합니다.
2. 세션 내 데이터 간 그룹핑(Grouping)이 일어나면서, 그룹 기준이 명확하게 나올 때까지 진행합니다.
3. 그룹핑이 일어날 때마다, 토의를 진행합니다.
4. 그룹핑을 토대로 그룹 사이의 연계성이 도출될 때마다 토의를 진행합니다.
5. 원하는 결과값(인사이트)이 도출될 때까지 그룹핑 - 논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합니다.
- 한 그룹핑에 대해 긴 시간 토의했지만 특별한 인사이트를 도출하지 못한 경우 해당 값을 포기하고 재 그룹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6. 무의미한 (최소단위인) 데이터 값은 버립니다.
- 그룹핑이 새로 일어나는 경우, 해당 데이터들은 재사용될 수 있습니다.
7. 토의를 위한 최소인원은 3명으로, 그 이상의 인원이 세션에 참석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8.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 문장으로 기재합니다.
9. 그룹핑 라벨에 핵심이라 생각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작성합니다.
10. 그룹 기준을 먼저 구체적으로 정하고 데이터를 끼워 맞춰 분류하지 않습니다.
위 리스트를 확인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시작해봅시다.
STEP 1. 개별 데이터 생성하기
먼저 수집된 Raw data를 정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때, 수집된 데이터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1) 정성조사 결과값 : 기존에 수집했던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정성적 설문조사 결과 등 정성적 조사 방법론 진행 후 얻은 결과값에 해당돼요.
2) 아이디어 회의 : 팀원간 아이디어 회의 후 나온 의견들이 하나의 데이터로 취급돼요.
목적에 따라 수집된 정보 중 중요한 정보들을 추려 포스트잇에 적고, 유사한 정보 또한 합쳐서 하나의 포스트잇에 작성해야 합니다. 데이터 하나당 포스트잇 하나에 개별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는 모 통신사 서비스 APP 개선 프로젝트를 예시로 데이터가 작성되었어요.
STEP 2. 연관 있는 데이터간 그룹핑하기
모든 개별 데이터를 포스트잇에 작성하였나요? 이제 서로 연관성이 있는 개별 데이터(포스트잇)별로 묶어 그룹으로 정리할 차례입니다. 모 통신사 서비스 app 데이터 기준으로는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려움’, ‘나에게 맞는 맞춤 정보 부재’, ‘화면 구성요소가 산만함’, ‘app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 총 네 가지 분류로 그룹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분류되지 않는 데이터도 있을 수 있어요. 버려지는 데이터는 나중에 쓰일 수 있으니, 한 구석에 모아둡시다.
STEP 3. 그룹간 관계 분석 하기
그룹까지 무사히 잘 만들었다면, 팀원과 논의하며 그룹 간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상관/반대/인과의 관계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화면 구성 요소가 산만하기’ 때문에 ‘원하는 기능을 쉽게 찾기 어려운 결과를 낳고, ‘원하는 기능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 은 ‘app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 과 영향을 주고받는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또한 app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인 나에게 맞는 맞춤 정보 그룹과는 반대의 성향을 띠고 있죠. 이렇게 상관관계를 알아본 후, 1차로 가장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요소는 불편한 사용 경험의 원인인 화면 구성요소의 산만함을 줄이는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화면 내 우선순위를 세우고, 그에 따라 정리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후 상황에 따라 원하는 기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또는 사용자가 원하는 맞춤 정보 등을 제공하는 방식 등 순차적으로 다른 그룹 내 내용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파악하고 있는 모든 것이 인사이트로 작용합니다.
STEP 4. 기존 그룹을 초기화 하여 다시 그룹핑 - 논의 반복(선택 과정)
앞 단계까지가 그룹핑 - 논의 - 인사이트 도출의 한 사이클입니다. 만약 이전에 만들었던 그룹핑을 통해 도출된 인사이트가 크게 의미 없다고 느껴 지시나요? , 혹은 더 다양한 인사이트가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이전의 그룹 체계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 그룹을 만들고 팀원과 논의를 반복하며 여러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이때 기존에 그룹에 속하지 못했던 미사용 데이터는 복구되어 다시 활용됩니다.
간단한 예시 프로젝트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 값은 예시보다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렇게 간단하게 분류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이모션글로벌만의 쉬운 그룹 만들기 팁을 알려 드릴게요. 이모션글로벌에서는 최근 한 리조트 서비스의 컨설팅을 맡으며,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방법론을 통해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IN-DEPTH 사용자 인터뷰에서 수집된 사용자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룹핑 - 논의 - 인사이트 도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도출된 인사이트를 컨설팅에 반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인터뷰 내용을 데이터로 활용하다 보니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데이터가 많았습니다. 이때,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빠르게 데이터를 파악하는 방법은 첫 번째 그룹핑을 긍정/부정으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리조트 서비스 자료의 경우 해당 리조트에 방문했을 때 받았던 쾌적한 느낌, 좋은 인테리어, 고급스러운 느낌 등이 긍정으로 분류될 수 있겠고, 모바일로 예약이 쉽지 않다는 점, 매끄럽지 못한 추가 시설과의 연계 등이 부정적 경험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분류하는 이유는 세션 초반, 데이터들이 눈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팀원들 모두가 데이터를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며, UX분석적인 관점에서도 긍정/부정의 분류를 통해 사용자의 Pain point, Wow point, needs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션 진행 후 도출된 그룹핑 기준들은 그 자체로 인사이트가 되어 UX 개선 포인트 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토대가 되어줍니다. 여기에 이어, 서비스의 타깃 사용자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싶다면, 페르소나 방법론까지 연계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개별 유저보다는 한 유저의 집단을 파악하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에, 개개인 사용자의 특성을 대변하는 개별 포스트잇 내용보다 사용자의 공통적인 특성을 대변하는 그룹핑 기준 라벨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살펴본 ‘그룹 간 연계성을 찾는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출된 그룹 간 관계, 인사이트 기준으로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성격, 행동, 역할 생성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번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통해 페르소나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결과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좋은 방법론일지라도 항상 단점은 존재합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지만,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체력적으로 지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죠. 이런 팀플레이가 익숙하지 않은 팀원에게는 혼자 데이터를 검토해 볼 시간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체 팀원이 실시간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항상 넓은 공간, 참여할 팀원, 활용할 도구들이 필요하다는 큰 단점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이 단점이 해당 방법론을 진행하는 데 있어 큰 허들로 작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온라인 협업툴의 발달로 원격 진행이 가능 해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 업무 진행이 익숙해진 요즘, 어피니티 다이어그램도 온라인 툴을 통해 충분히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의 단점이었던 오프라인 공간의 제약이 이제는 크게 다가오지 않게 되었죠. 실시간 협업을 지원하는 툴이라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해당 방법론을 진행할 수 있으나, 보다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방법론에 최적화되어 있는 멋진 온라인 화이트보드 플랫폼 Miro, mural 2가지를 소개합니다. Miro와 mural은 실시간 협업에 특화되어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협업 및 화상 채팅을 제공하며, 마인드맵,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페르소나 등 각종 예시 템플릿도 사용 가능합니다. 이 두 플랫폼은 모두 무료 플랜을 제공하고 있어, 무료 플랜 체험 후, 주어진 상황과 자신의 성향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해 사용하길 추천해 드립니다.
Miro는 팀의 규모가 크거나, 프로젝트 일정이 길어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추천하는 툴입니다. 일반적인 플랫폼과 다른 miro의 특징은 온라인에서 작업했던 보드 내 작업을 쉽게 로컬 파일로 변환하여 저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원한다면 논의했던 내용들을 출력하여 손쉽게 아카이브 해 둘 수 있겠죠. 또한 Slack, Microsoft Teams, Adobe, Salesforce, Google Drive와 같은 다양한 앱과 연동되어 기존에 쓰던 사내 메신저나 자주 사용하는 화상채팅 앱과 연동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도 상대적으로 끊기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죠. 미로는 무료 플랜으로 수정 가능한 3개의 보드를 만들 수 있으며 대부분의 기능 및 템플릿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료 플랜 구매 시, 무제한으로 보드를 사용할 수 있고 많은 수의 게스트, 편집자를 추가할 수 있으며 유료 구독자만을 위한 기능(SSO, 스마트 미팅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Mural의 경우 소규모 그룹이나, 라이브 워크샵에서 활용할 때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보드의 owner가 개별 참가자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어권 기능도 있고, 투표로 팀 다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이 가능하죠. 비공개 개인 모드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만들고, 이후에 공개 모드로 전환되면 팀원 모두 나의 작업내용을 볼 수 있는 프라이빗 모드도 제공하고 있어, 팀 단위의 회고 및 브레인스토밍 시 유용합니다. Mural은 보다 좀 더 디테일하고 세심한 기능들이 제공되는 점이 Miro와 차별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찬가지로 mural 또한 무료 플랜을 제공하여 총 3개의 보드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템플릿, 주요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유료 구독을 해야 프라이빗 모드, 무제한 화이트보드 제공, SSO 제공 및 무제한 게스트 초대 등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UX 방법론이 그렇듯,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또한 진행하는 데 있어 정답은 없으므로 항상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디어 도출이 목적이라면 세션 초반, 데이터 작성 때부터 토의를 진행하여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고, 반대로 빠른 데이터 분석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그룹을 만들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그룹으로 묶을 때도, 생성된 그룹이 항상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용자의 행동 동기를 파악할 수 있는 정성적 데이터들은 서비스 개발/개선/운영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항상 데이터들을 지속해서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개인보다 팀 단위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더 다채로운 시각으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전체 팀원 간 프로젝트 이해도도 높이고, 협동력까지 같이 기를 수 있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이번 정성적 데이터 분석은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방법론을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작성자
이모션글로벌 | 손봉경 UX consultant
customer eXperience
*매거진 원본 - 2022년 5월
https://www.emotion.co.kr/magazine/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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