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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Aug 26. 2023

어쩌다 말레이시아

일단은 다시 돌아와 본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는 대학교 때, 봉사활동을 위해 잠깐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와 미식의 도시인 페낭(Penang)을 선택지에 두고 고민하였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쿠알라룸푸르를 선택하였는데, 이곳은 동남아 대표 저가 항공사인 에어 아시아의 허브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말마다 주변 국가를 여행할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2달 남짓한 시간 동안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에 쿠알라룸푸르는 내가 생각했던 재미가 가득한 이상적인 도시가 아님을 깨달았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페트로나스 타워(Petronas Twin Towers)는 실제로 보아도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의 다른 곳에서는 재밌는 요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랬기 때문에 말레이시아를 떠난 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을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싱가포르로의 출장 덕분에 쿠알라룸푸르를 다시 짧게나마 방문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출장의 공식적인 일정은 금요일까지였기 때문에 주말 일정은 모두 자유 일정이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도 모두 각자의 일정에 맞추어 예약하기로 하면서 문득 쿠알라룸푸르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팀원들과 함께 즐기는 싱가포르에서의 주말도 재밌었겠지만, 너무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쿠알라룸푸르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지금 아니면 다시 만나러 가지 않을 것만 같아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고 바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싱가포르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토요일 아침에 도착한 쿠알라룸푸르의 공항은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과 확연히 비교가 되었다. 1시간 반이라는 시간 만에 내가 보는 모든 곳의 풍경이 정반대로 바뀐 느낌이었다. 싱가포르가 주는 안전함과 편안함이 사라져 다시 싱가포르가 그리워질 무렵, 저 멀리서 마중 나온 친구의 모습이 보이니 그 그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친구 덕분에 편하게 공항을 빠져나와 쿠알라룸푸르의 도시를 향해 한 참을 달리니 저 멀리 페트로나스 타워와 그 주변에 한창 공사 중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쿠알라룸푸르가 5년 전과는 다르게 무언가 다르게 변해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도시를 뒤덮고 있는 뿌연 먼지는 변하지 않고 도시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시에는 KL118이라는 새로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첨탑의 높이까지 합쳐서 아시아에서는 제일 높은 건물로 자리매김할 빌딩이라고 한다. 하지만 멀리서 봤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건물의 모양새와 길쭉한 첨탑이 꼭 청새치 같은 느낌이어서 차라리 건축미는 페트로나스 타워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청새치 같은 KL118은 저 쿠알라룸푸르 시티 센터(Kuala Lumpur City Centre)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골목골목에 수많은 맛집이 숨겨져 있는 곳으로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숨은 맛집을 위해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도 점심을 먹기 위해 당연히 이곳으로 목적지를 정한 것인데, 막상 도착해 보니 이미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곳마다 웨이팅이 있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30분 정도 기웃기웃해서 겨우 웨이팅이 없이 들어간 곳은 Ali, Muthu & Ah Hock이라는 말레이와 하이난 지역의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구글에서의 평점이나 리뷰수를 보면 웨이팅이 없는 게 이상하리만큼 좋은 평가를 받은 곳이어서 우리는 자리가 다 차기 전에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나 우리가 계산을 하고 나올 때쯤이 되니 식당 안에 있는 테이블의 대부분은 손님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메뉴를 펼치니 어떤 메뉴를 먹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친구의 추천대로 락사를 비롯한 네 가지의 음식을 주문했는데, 한 상 가득 푸짐하게 나와 결국 다 먹지도 못하였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음식이 맛있어서 놀랐지만 겨우 2만 원 남짓한 영수증의 가격 때문에 또 한 번 놀라며, 주말을 싱가포르가 아닌 쿠알라룸푸르에서 보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잔뜩 부른 배 때문에 힘겹게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노란색 에그 타르트와 잘 어울리는 노란색 건물에서 에그 타르트의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이곳은 Bunn Choon Restaurant이라는 곳으로 딤섬으로 유명한 곳으로 딤섬 이외에도 일층에는 에그 타르트와 각종 디저트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로 붐볐다. 마음 같아서는 2층으로 올라가 딤섬도 먹고 다시 내려와 에그 타르트를 먹고 싶었지만, 이미 하이난 음식으로 가득 찬 배와 겨우 에그 타르트 한 개 정도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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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도착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벌써 청새치 같은 건물도 보고, 맛있는 점심식사와 디저트까지 정말이지 오랜만에 돌아온 쿠알라룸푸르는 생각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무수한 먹거리가 즐비한 이곳을 5년 전에 왜 몰랐을까를 생각하며, 만약 그때 이곳을 알았더라면 이곳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기도 했다. 그렇게 약간의 아쉬움과 그리고 반가움의 감정을 느끼며,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루를 좀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하고 우리는 더 열심히 시티 센터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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