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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iajero

Viajero-Japan Kumamoto

by Dear Luna

구마모토에 있는 나가사키 지로 카페에 갔어요. 원래는 1층에 있던 서점에 가려고 했죠. 하지만 내가 갔을 때 서점은 폐점 상태였고, 셔터가 내려져 있었어요. 2층 카페는 1874년부터 영업했다고 해요.


5번 테이블에 앉았어요. 테이블 서랍 옆에 흰색으로 숫자가 적혀 있어서 알았어요.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테이블이었어요. 홀에 있는 창가 자리 2인석 제일 끝석이었어요. 나는 맥주를 마셨어요. 곡명을 모르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구요. 카페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야가 탁 트인 큰 창가 쪽 좌석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곳에서 전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촬영하고 있었어요.


GEKKOSO라고 적힌 녹색 수첩이 테이블 위에 있었어요. 검정 볼펜이 꽂혀 있더군요.


그리운 어느 날, 당신이 그곳에 간다면 내가 쓴 글을 읽을 수 있을까요. 테이블 위에 없으면 서랍을 열어보실래요. 거기에 예전에 쓴 수첩들이 몇 권 있었거든요. 150년 전부터였을까요, 언제부터 사람들은 이곳에 잠시 앉아 글을 남기고 갔을까요.


당신이 너무 늦게 간다면 내가 글을 쓴 수첩도 서랍 속에 있을지 모르겠군요. 내가 갔을 때도 그랬으니까요.


만약 거기에도 수첩이 없다면, 당신은 더 이상 나를 찾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때 전차가 지나갈 거예요. 창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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