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지휘자 쿠렌치스의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가 지난 2018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뮤직에테르나(MusicAeterna)를 이끌고 모두 5번의 공연을 통해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였을 때 마지막으로 연주한 9번 교향곡은 당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이번 9번 교향곡 공연은 올해 2월에 있었던 그리스 아테네에서의 실황입니다.
우선 템포의 측면에서 보면, 지난 잘츠부르크 공연 때에는 베토벤의 메트로놈 표기보다 더 빨랐다는 리뷰가 있었는데, 이번 아테네 실황에서는 그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작위적인 개입이 없는 일관된 템포 설정은 쿠렌치스의 기존 베토벤 교향곡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개인적으로 2악장 스케르초의 트리오 부분의 템포 설정이 기대에 비해 좀 아쉬웠습니다. 이 트리오 부분의 템포는 늘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만, 1악장 끝과 2악장 끝의 느낌을 비교해보면 좀 쉽게 직관적으로 템포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즉, 1악장의 맨 끝의 울림과 2악장의 맨 끝의 울림이 사실 동일한 음형을 사용하여 끝나는데, 1악장은 알레그로이고 2악장은 프레스토입니다. 그런데 쿠렌치스는 이 트리오 부분에 대해 악보에 표기된 프레스토가 아닌 안단테로 느껴질 정도로 예상 밖의 느린 템포를 적용하였는데, 그러다가 마지막 코다에서 다시 반복될 때는 그게 너무 느리다 싶었는지 살짝 템포를 올리는 등 지휘자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하여 아직 확고한 신념이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트리오의 템포 등 베토벤 9번 교향곡의 여러 감상 포인트들에 관하여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뒤나믹스나 음향의 밸런스의 측면에서는 우선 1악장 재현부에서 (다른 연주들과 달리) 점점 위로 치고 올라오는 첼로의 상행 음형의 움직임을 매우 분명히 부각시킨 점 등도 만족스러웠고(9:12 이하, 다만 그 이후 바이올린 등에 압도 당해 끝까지 첼로 파트의 투쟁이 부각되지 못한 것은 아쉬웠네요), 4악장에서도 솔리스트들 4명 사이의 음향 밸런스와 무엇보다도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한 점도 좋았습니다.
뮤직에테르나(MusicAeterna)는 악기 구조상 앉아서 연주할 수밖에 없는 경우 외에는 모두 서서 연주하는데, 이는 전통적 세팅에 익숙한 많은 분들께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연주자들의 자발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창단마저도 노래할 때 몸을 음악에 맡기며 이리 저리 흔들기도 하는데, 이러한 과도한 몸 동작 역시 거부감을 느끼실 분도 있겠으나 저는 연주의 생동감을 더하는 요소로 참신하게 보았습니다.
이러한 비주얼한 측면은 음향의 밸런스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데, 특히 우루루 무대에 서서 연주하는 현악기들의 경우 (자칫 합창단이나 금관과 타악기 등에 비해 존재감이 약화되기 쉽상인데)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곡 전반에 걸쳐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고 부각되었고, 특히 무엇보다 1악장의 푸가토 부분에서 바이올린 등의 6잇단음의 동기적 진행이 뚜렷하게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7:35 이하).
내츄럴 혼 등 워낙 다루기 어려운 시대 악기들의 음향도 무난하게 잘 연주되고 통제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8:32 이하는 좀 뜬금없기는 한데, 1악장의 재현부에서 구축되는 클라이막스에 대한 무슨 전조와도 같이 특이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인상적이었습니다). 4악장의 경우 도입부의 저음현의 레치타티보를 너무 부드럽게 처리한 것이 약간 아쉬움을 납깁니다.
그리고, 자주 조율해주어야 하는 시대악기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기는 한 문제이기는 한데, 3악장 후 바로 그와 대조되는 4악장으로 연결되지 않고 악기 튜닝을 위해 한 동안 시간을 쓰는 바람에 이어지는 공포의 팡파레와의 콘트라스트가 충분히 살려지지 못한 것 역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습니다.
유튜브 음원의 녹음 상태는 Christos Lambrakis Hall의 음향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다소 투명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충분히 훌륭하여 음악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이후 정식 음반이 발매된다면 더 투명한 녹음이 담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아무튼 백문이 불여일청! 이 유튜브 음원은 일정한 기간 공개된 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그 이전에 (최근에 공개된 Petrou나 Savall의 실황 등과 함께) 꼭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