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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아니어도 괜찮을까? (1)

부자가 아닌자의 셀프 위로법

by 봉봉

#부자여서 좋을점 #안부자여서 좋은 점#몇푼의 서운함 #마음 표현은 돈

여름방학이다.

물론 학교에 다니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방학하는 이들의 주변에는 그들의 방학이면 모든 것을 올스톱 + 스텐바이 해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들이 둘이다.

동생은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아들들은 11세 8세 이고, 조카는 6세이다.

동생은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나는 전업주부이지만, 앞으로 평생 전업으로 살 것이 두려워 이것저것 마구 찌르며

묘기 대행진에 가까운 구직활동을 하고 있고, 구해지는 것들은 대부분 수행(?) 하고 있다.

반면 안정적인 직장(?) 직업을 가진 동생은 일하러 가기 싫다며 휴직 기간을 연장했다.


휴직 연장이라니. 이 얼마나 간지 나는 일인가.

평생을 책상 뺄 걱정에 노심초사 살아온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건만,

당사자의 생각은 또 다르다.

동생은 동생 친구들의 부동산과 현금성 자산 등을 부러워하고,

나는 동생의 '휴직 연장 가능한 일'을 부러워한다.

아무리 부러워해봤자, 내것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그녀를, 그녀는 그녀의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다만, 나는 동생 친구들의 재산은 부럽지가 않다.

돈이 많으면 뭐가 좋을까 고민해봤다.

돈이 많으면 먹고 싶은 걸 가격 따지지 않고 그때마다 먹을 수 있겠지.

돈이 많으면 사고 싶은 걸 가격 따지지 않고 그때마다 살 수 있겠지.

돈이 많으면 아이들 학원을 시간만 걱정하며 보낼 수 있겠지.

돈이 많으면 대출금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겠지.

그리고, 돈이 많으면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때문에 내가 마음 상하는 일도,

상대가 마음 상하는 일도, 없겠지.


돈이 많아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하고,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운동하고 관리해야한다.

돈이 많아도 여행을 가려면 이것저거 따지고 맞춰봐야 한다 .


반대로

그런데 그럴 돈(?)이 없으니, 어디 여행하는 상상만 해도 좋다.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 이번생에 갈 수도 있겠지, 라는 희망회로를 돌리면, 잠시 행복해지기도 하니까.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하와이병에 걸린 나는 심심하면 하와이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그 날짜에 맞춰 숙소를 찾아보곤 한다. 비행기까지는 어케 해보겠는데, 숙소가 넘사벽이다. 너무나 가고 싶은 마음에 하와이 캠핑까지 알아본 녀자다. 내가. 남편이 '미쳤냐'고 컷해서 포기했다.

뭐 어때. 날씨도 좋다는데, 안전한 캠핑장만 있으면 캠핑해도 좋겠구만!

물론 아이들을 생각하면 뚜껑과 벽이 있는 안전한 공간에 머무는 것이 낫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렇게 하와이비행기표, 숙소를 검색하고 다이아몬드 헤든지 뭔지와 바다거북 등 여기저기를

며칠 들여다보며 루트를 짜면 마치 여행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계획들이 반복되면,

하와이는 아니더라도 제주도나 일본에 다녀오는 것으로 그 갬성을 대체, 충족시키기도 한다.


아무튼, 하와이에 가고 싶은데 당장 갈 수 없는 사람의 최고 좋은 점은

언젠가 갈수도 있으리란, 희망이다.


희망이 뭘까. 절망의 반대일까?

아니. 희망은 어쩌면 그냥 좋은 생각이지 않을까.

뭐가 되고 싶다, 뭐가 하고 싶다에서 시작해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뭐가 되고 싶다, 뭐가 하고 싶다에서 시작해 그냥 그 장면을 그려보며 한번 웃어보는 것.

아 가면 정말 좋겠다. 아 되면 정말 좋겠다. 뭐 이런거?


사실 돈이 부족해도

나는 먹고 싶은 건 맨날 먹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먹을 수 있고, ,

갖고 싶은 건 다행히 없어서 패스

아이들은 학업에 뜻이 없어서 대충 예체능 다니며 행복해하니 땡큐(나중에 어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출금도... 당장은 세대주 가장이 열심히 일하고 계시니 매달 낼 수 있고

(30년 할부인게.... ㅠㅠ 갑자기 갑갑_)

뭐 괜찮다. 돈이 없다고 인간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네?


요즘 처럼 더운 날, 방 하나에 모여 오손도손 에어컨 바람에 의지해 함께 잔다.

불꺼진 거실에 나오자 마자 숨이 턱 막혔는데,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자 천국이다.


천국이 별건가.

진찌 천국은 안가봐서 모르겠는데,

시원하면 천국이다.


적고보니 한푼 두푼 벌려고 그렇게 애쓸 일이 아니었네?

그럼에도 내가 몇푼이라도 벌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그 몇푼 때문에 감정상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건 특히 가까운 사이에서 그러하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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