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럼 그렇지, 그냥 넘어갈리가 없지

그'님'과 함께한 12번째 추석이야기

by 봉봉



<얼굴 하나 보고 결혼했습니다>를 읽은 분들은 대충 아시리라 믿습니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6일 오후 05_57_31.png 챗지피티가 그린 4컷 만화. 맞춤법좀 틀리면 어떠랴. 내 맘 알아주는데. < C. 텍스투이미지챗지피티>

나의 그 '님'을.

아들이 살던 전셋집 보증금과 대출을 받아 새 아파트에 들어간 그분은

(아들에게 새집에서 살고 싶다고 딱 1년만 살겠다고 했다고 했다.

현재 그님은 주택연금을 받아 평화롭고 안온한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우리가 둘이 합해 2천만원으로 결혼할 때에도

남편의 축의금을 모두 가져갔으며,

맨땅에 헤딩해서 살아보겠다는 늙어 결혼하는 아들에게

보태주기는 커녕 계속해서 본인집의 대출금을 내게하셨던 그분이다.

....

어디 그뿐이랴.

신혼집 대출금 말고도 그님 집의 대출금이 매달 1백만원 가까이 나갈 때에도

그님은 아들에게 '내 용돈은 너희가 알아서 줘'를 시전하셨고

결혼 2년이 넘어서야 원래 약속과는 다르지만 어찌되었건

주택연금을 받으며 우리가 갚고있던 대출금을 까주셨다.


그리고 집값이 막 오를때 즈음엔

내게 (왜 둘이 있을 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제서야 알게 된 똥멍청이... 나)

"주택연금을 더 받고 싶다" 며 "한 100만원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하하하. 무슨 소리지? 머리가 띵했다. 당시에는.

형님도 남편도 아주버니도, 아무도 없을 때 나만 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신 그님의 이야기를

남편에게 말하면 바로 전쟁이란 걸 알기에,

(이상하게 남편은 본인 엄마 얘기만 하면 짱돌을 들었고, 지금도 들것이다. 아마.

똥멍충이인 나도 그걸 결혼 5년차가 넘어갈 무렵부터 깨닳았기에 아예 안한다. 말해봤자 싸움나고 우리만 괴로우니까.)


내 남편의 어머니이자 나의 시어머니이자

내 아이의 할머니인 그님.

스스로 "셈이 빨라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말하는 분.

(유복하고 넉넉하게) 홀로 노후를 보내는 그분...

얼굴만 보면 아프다는 그분...

단 하루였지만 내게 똥기저귀 수발을 (당연하게) 요구하던 그분...


나는 그님을 보는게 힘들었다. 지금도 쉽지는 않다.

늙어가는 모습이 애처로울 때도 있지만,

도를 넘는 이기심에 거리를 두게 된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아무튼 이번 추석 이야기는

추석 전전날 밤으로 올라간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큰애가 집에서 음식을 다 해온다"며 "오지 마라"는 얘기인데

말씀은 "오지마라"인데 "꼭 와라"로 들렸다.

효자 남편은 그걸 혼자 듣고 알았다고 하면 될것을

(엄마가 혼자 계신게 안쓰러워겠지. 니 마누리 심장 터져 죽는것보다)

굳이 스피커폰을 틀어 내게 들려줬다.

"그냥 내일 갈게요. 애들 보고 싶으실텐데."

내가 미때린 女이다. 그냥 애들만 보내거나 남편만 보내거나 하면 될 것을 왜 가서 엄한 소리를 듣고 오는지.


비를 뚫고 달려간 집은 비어 있었다.

큰아들 집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여기서 일단 남편은 쾅, 했을 터.

결론은 큰 며느리가 쌍거풀 수술을 했고, 집에 장을 다 봐두었기에 그냥 집에서 다 한다고.

그러면서 내게 줄게 있다며 아주 오래된 코치 가방을 들고 나오셨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무겁고 낡은 코치 가방..... 십년도 더 전에 생일 선물 받은건데 이제 더는 안든다며 내게 버리려고 아니 주신다고 했다.

다른 명품가방도 많으시면서. 왜 이걸 제게 버리시나요?

그러면서 "쌍거풀 수술 너도 꼭 해라. 너도 사회 생활 하려면 쌍거풀 수술 꼭 해라"라고 덧붙이기까지.


하하하.

그렇지. 이렇게 편안히 넘어갈리가 없지.

아니 누가 누구에게 생긴걸로 훈수를 두는 것인가.

생긴걸로 따지자면 우리 모두 같은 편인데!!!!


아 그때 "어머니가 수술비 대주세요!" 시전했어야 했는데 또 바보같이 버벅 거리다

이렇게 여기에다 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나는 작년에 심장을 지졌다. 40년 넘게 멀쩡하던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 죽을 뻔 했다.

의산선생님 왈 "심장이 멈추면 죽습니다"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하하.

화면 캡처 2025-10-06 180516.jpg <출처:픽사베이> 나도 수술하면 이런 미인 되는거나? 그냥 눈에 줄가는게 아니라 진짜 미인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도전!!!! 나, 다시 태어날꼬야.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돈주고 버려야 하는 가방을 선물이라고 주려고 한 그분,

내가 그런거 주면 본인은 좋다고 받으시려나?

행복한 돼지로 잘 살고 있는 내게 왜 ... 성형수술을?!? (하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근데 그걸 다른 사람에게 사회생활하려면 수술해라, 라고 듣는 건 거북하다는 뜻이다. 그것도 나한테 정말로 뭐 하나 해준 것 없는 분이.... 외모 지적질까지 하다니... 결혼전 처음 인사를 간 후, 두번째 갔을 때 형님이 나를 보고 한 첫마디가 "괜찮네 뭐..." 였다는 것도 떠올랐다. 그래, 나 못생겼다. 근데 뭐 보태주셨나?


그리고 오늘 추석 당일..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려는 아이를 깨워 그집으로 갔다.

형님은 (성형)수술한 몸으로 모든 걸 다 준비해뒀다. 눈에 줄이 간채로....

늘 항상 애쓰는 형님에게는 나쁜 감정이 없다. 존경할 뿐.

돈을 빌려가서 안갚은 건 형님이 아니라 형님의 남편이자 내 남편의 형이니까.


"고생하셨다"고 하는 내게 형님은 "설날은 동서가 해. 내가 추석 했으니까. 앞으로 한번씩 나눠서 하자"고

빅 써프라이즈를 날려주셨다. 암요. 눼눼.

형님에게 물었다. 나는 늘 돈을 시어머니에게 보내는데, 그럼 시어머니가 형님에게 돈을 주느냐고.

그렇다고 했다.

신혼초부터 이 집은 돈 이야기를 제대로 안한다.

빌려간돈도 "못 갚는다" 하고 끝.

언젠간 갚아준다던 대출금도 시어머니는 몇년이나 지나고서야 겨우....

(심지어 내가 먼저 말도 못했다. 남편도 안하는걸 내가 할 순 없다고..... 죽어라 남편과 피터지게 싸워댔을 뿐이다. 남의 행복을 빼앗아 누리는 모든 것들이 과연..... 올바른 건가요? 시어머니이자 본인 스스로 항상 '어른'이라며 '어른 대접' 받고 싶어하는 그 분께 묻고 싶다.)

한번은 제사 때 돈을 시어머니 계좌로 보냈더니, 돌아가는 아들(내 남편)을 붙잡고 돈 달라고 하는 시어머니...

계좌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다. 그런 분이시다.

왜 제사를 내가 몸도 쓰고 돈도 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본인도 힘들어서 못하시는 걸 왜 며느리들 힘을 빌어 기어코 하려고 하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근데 이게,,, 상식이 문제가 아니다. 그냥 그분이 그러자고 하면 모두가 따른다.

이제 가끔 큰 아들 큰며느리 눈치는 보는 것 같긴 하지만,

내게 돈내고 버려야 할 가방을 하사하려던 걸 보면...... 나는 아직 멀은 것 같다.


부모한테 받은거 하나 없다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어느땐 원망스럽기도 하다.

특히 이런 날. 왜 자기 몫을 제대로 못 챙기나, 싶기도 하고... 아니다. 아들이 본인 어머니 챙기는데 내가 어디 감히 입을 대랴.....

그렇게 사회생활하는 며느리가 걱정되면 좋은 가방을 주시거나 하나 사주시거나 하면 되겠구만.



아니다..

"니가 무슨 고생을 해. 내가 니들 결혼할 때 2억이나 해줬는데."


.... 기절.


이상한 계산법을 가진 '셈이 빠른' 그 분을 내가 이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여기서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칠뿐.....


그래서, 손주 생일도 모르는 할머니. 왜 자꾸 장손장손 하는 겁니까?

장손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래요.

따로 해줄 것도 없고, 각자 살아야 하는 인생

장손이라는 짐 얹을 생각 어미인 저도 없는데, 진짜 그러지 마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자가 아니어도 괜찮을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