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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
Nov 29. 2024
사랑의 충고
[감사,땡큐,아리가또]
요즘 들어 예전에 함께 일하다가 헤어진 사람들이 종종 생각난다.
sns를 통해 최근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게 지낸다.
그런데 회사에서 좋지 않게 나간 사람들이 계속 떠오른다.
박부장.
박실장.
박사무장.
쓰다 보니 다 박씨네.
박부장(이번에 까였고)과 박사무장은 연락이 되어 보기로 했는데 박실장은 나를 차단했다.
퇴사를 하며 바로 차단한 건 아니다.
그녀가 근무 중에 저지른 실수들이 많았는데 오지랖 넓게 내가 카톡으로 그 일을 다 알려줬다.
대표가 손해배상을 요구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까지 전했다.
그 당시는 알고 있어야 할거 같다는 말로 포장했으나
그때의 내 마음은 그랬다.
'네가 나를 가르치며 그렇게 구박을 하더니 봐. 너도 똑같잖아?'
말은 그렇게 안 했어도 온몸으로 표현했겠지.
그 후로 나를 차단했다.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오지랖과
복수의 콜라보가
부른 참사다.
회사에 애사심도 없는 내가 회사 입장을 생각해서 그랬을 리는 없다.
지금은 박실장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크고, 정신과에 다니고 있던 그녀가 잘 지내는지 무척 궁금하다.
걱정도 된다.
연락을 할 방법이 없다.
우연히 인스타가 추천되어서 들어가 보니 개점휴업상태다.
혹시 몰라 DM을 보내놨다.
미안했고... 그립다고.
나를 보고 싶다며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해서 나의 대인관계가 꼭 원만한 것은 아님을 안다.
우연히 소원해져서 연락이 뜸한 줄 알았던 친구가 나에 대해 서운함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마음이 안 좋다.
내가 또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
결국은 나의 '말' 때문이겠지.
요즘은 그래서 말 수를 많이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런데!!
그걸로 또 나의 감정을 드러낸다.
회사 대표와 점심을 함께 먹을 때가 종종 있다.
동료와 나는 대표의 큰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 굵고 큰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TMI까지 알려준다.
예전에는 맞장구도 치면서 함께 대화를 했는데 회사내부에 생긴 문제로 관계가 틀어진 후로는 내 입을 닫았다.
대표도 모르는 바가 아니므로 예전처럼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의 말에 반응하면 예전의 행동이 나온다.
나는 점심시간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주문한 식사가 나올 때까지 휴대폰을 본다.
반면 동료는 대표가 말을 많이 하는 게 싫다면서도 이따금 본의 아니게 유도하기도 한다.
내가 그 둘의 이야기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쩌면 기분 좋지는 않을 것이다.
말로 상처를 주는 것.
침묵으로 상처를 주는 것.
어느 것도 올바르지 않지만 가면을 쓰고 리엑션 하는 것 또한 나 자신에게 올바르지 않다.
이러다가 나중에 퇴사하고 또 그리운 전 직장 사람 하나 추가하게 되는 건 아닌지.
있을 때 잘하라는데 나에겐 너무 어려운 숙제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나서는 것도 좋아하고,
침묵하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하던 관종.
그런 내가 말수를 줄인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도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은
"엄마는 대화할 때 자꾸 엄마 이야길 해.
상대방이 말하면 그냥 들으면 되는데...
엄마 얘길 하려고 말 끝나길 기다리는 사람 같아."
라고 예리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지적해 준 아이들 덕분이다.
어디서 지적질이냐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나고 나면 100% 맞는 말이라...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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