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감정만 글로 쓰면 싫어하지 않을까
이 나이 먹고도 사랑 받고 싶어
제목을 쓰고 보니 나는 우울해서 쓰는 글에서조차 누군가에게 미움 받는 걸 두려워하나보다 싶다. 의연해지고 싶다. 하나하나 다 계산하고, 이러면 좋아하겠지, 이러면 미워하지 않겠지 하고 더듬더듬 발을 뻗는 내 자신이 싫다. 그러고도 돌아오지 않는 호의에 또 상처 받는 모습이 참 너무도 싫다. 가장 편안해야 할 가족이 불편해서, 다른 데에서는 오히려 더 무뎌져서, 인스타에 돌아다니는 '사랑받은 티를 내면 남이 함부로 하지 않는다'를 아주 역으로 잘 실천하고 있다. 나는 누군가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인가.
속상한 마음에 술을 먹자니 몸에게 미안하고, 뭔가를 먹자니 해 먹을 힘이 나지 않는다. 결국 다시 또 누군가에게 기대자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대화를 캡쳐, 나와 함께 욕 해줘- 하고 말을 했지만, 결국은 내 허물을 또 누군가의 술안주로 넘겼나 싶어 금세 후회 중이다. 저 사람도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점점 나에게 함부로 대하게 되지 않을까? 하다가도 혼자 괴로워할 바엔 털어놓고 가벼워지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얼만큼이나 말을 해도 되는가.
나는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가, 누구까지 믿을 수 있는가? 나는 믿을 수 있나? 나의 불행을 가십거리로 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바로 나였다. 나를 지키지 못 하고 있는 것도 난데, 내가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게 잘못된 걸까? 아까는 생각이 뻗고 뻗다가 부모자식 간에 정이 별로 없다던 사주도 생각나도 사실 부모님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내가 소시오패스라 별로 부모님을 좋아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해봤다. 음 나도 이제 서른이니 객관적이게 볼까. 그래도 이런 관계에서 상처받고 있는 걸 보면 소시오패스는 아닌걸까, 그냥 관계에만 서툰 걸까. 그치만 엄마아빠보다 할머니만 좋고, 별로 애틋하지도 않은데. 사실 예전엔 좋아했는데 진즉에 포기한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근데 이 나이 먹고도 이런 것에 연연해 해야 하나, 내가 가장 안 아픈 손가락이라는 건 언제나 알고 있었는데, 언제나 부탁 하나 하려면 정말 어려워하면서도 핀잔을 듣고 상처받을 걸 알고 있었는데도, 눈물이 찔끔, 난다. 이번엔 진짜 내 잘못 아닌 것 같은데, 내 말투가 이상한 걸까. 왜 내가 저런 말 하면 화 내면서 언니가 저런 말을 하면 언니를 달래는 걸까. 나를 빼고 하자는 말은 왜 쉽게 하는 걸까. 내가 일정 맞추느라 몇 주째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는데. 나는 왜... 내겐 왜... 나도 하나도 안 아파하고 싶다.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싶다. 할머니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