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협업 가능한 일인가

작은지구를위한실험실 x 수원문화재단 x 참좋은수다문화협동조합

지원 없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홀가분하면서 가난한 마음이 드는 일이다. 6월 쓰레기 없는 피크닉존을 하면서 정산 보고하는 과정이 없어 속 시원했지만 예산 없이 하다보니 행사는 휑했다. 다행히도 작은지구를 위한 실험실(이하 작은지구)의 멤버이자 제로웨이스트샵 가치상점을 운영하는 돌멩이가 전날 없이사장(포장재 없는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마켓)에서 나온 수익금을 모두 우리에게 기부했다. 고마웠지만 개인에게 기대어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싶어, 한 번 더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공모사업을 쓰기로 계획했다. 숲과나눔재단 풀씨에 ‘쓰레기 없는 피크닉존’을 주제로 공모사업으로 지원했고 선정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수원문화재단과 참좋은수다문화협동조합(이하 참수다)에서 행사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이 왔다. 


다행히 중복사업이 가능했고 수원문화재단 x 참수다 x 작은지구 첫 회의가 시작되었다. 제안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하반기 행사를 기획하던 수원문화재단은 수원문화로컬직거래장터 수문장을 코로나 4단계로 진행하기 어려워져, 마켓 대신에 쓰레기 없는 피크닉존 캠페인을 통해 방화수류정 피크닉존의 문화를 새로이 제안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함께하자는 제안은 기뻤지만 로컬 브랜드를 알리는 것과 쓰레기 없는 피크닉존에 어떠한 접점이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 고민으로 대화가 멈춰지던 중 "로컬 브랜드로 구성된 수문장만의 피크닉세트를 다회용으로 마련하면 어때요?" 질문으로 던져졌다. 동시에 모두 좋은 의견이라 말했고 그 당시만해도 무언가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회의 소식을 작은지구에게 알렸다. (그 이후부터 나는 회의 소식을 물어 전달하는 제비가 되었다.) 변수가 생겼다. 상반기 평가회의에서 다시 한 번 해보고싶었지만, 막상 하반기가 되면서 멤버들은 각자의 본업으로 바빠졌다. ENFJ성향을 가진 나는 MBTI가 같은 김연경처럼 해보자해보자해보자를 외쳤다. 해보자의 말에 나를 포함하여 5명이 모였다. 호기로운 파이팅의 기쁨 뒤에는 협업, 연대, 콜로시움 등 다른 팀과 함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매번 매 순간 느꼈다.


수문장을 통해 바라는 것이 달랐다.

수원문화재단은 수원로컬브랜드를 확산시키기 위한 수문장이 되기를 바랐고, 참수다는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다 위드코로나가 다가오면서 소규모마켓을 열었는데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지고 셀러의 물건을 구입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작은지구를 위한 실험실은 행사 내에서 불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는 쓰레기 없는 캠페인을 하기를 바랐다. 기획회의를 하면서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알았지만 10월 30-31일 양일간 수문장을 진행하면서 더 더 알게 되었다. 세 팀에게는 ‘수문장’을 열기 외에는 그 어느 공통점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접점을 만들고자 행사를 준비하면서 반 발자씩 뒤로 물러났지만 부족했다. (어쩌면 물러난척 한 것 일 수도 있다.)


첫 기획 때 세 곳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제작된 수문장 피크닉세트 그 누구도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의 탓도 있지만 예상보다 호응도가 낮았다. 수문장 피크닉세트에는 쎄쥬씨와 영청에서 새로이 제작된 돗자리와 담요, 오브아웃사이더스의 일회용카메라, 일회용품의 대안으로 다회용 손수건, 밀랍랩, 용기, 대여한 트레쉬버스터즈 컵과 그릇세트 그리고 소품은 기존의 카페에서 사용하는 것을 사용했다. 그렇지만 이틀간의 행사로 새로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작은지구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러던 차 수문장 피크닉세트를 운영하기로 한 가게에서 질문했다. “작은지구를 위한 실험실은 제로웨이스트를 말하는데 일회용카메라과 새로이 제작되는 물건들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쓰레기 없는 피크닉존은 일회성인가요, 지속적으로 진행되나요?”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진 기분이다.


할 말이 없다. 쓰레기 없는 피크닉존을 위해 새로이 마련된 다회용품 피크닉세트는 다음을 지향지만 온전한 '다음'은 없었다. 그나마 나아갔다면 일회용카메라를 만든 오브아웃사이더스에서 일회용카메라가 재사용될 수 있도록 수리영상을 촬영하고 ‘환승’시스템을 만들어 다 쓴 일회용카메라에서 필름을 교체하여 재사용할 계획이 생겼다는 것이다. 조금 다행이다 싶지만 여전히 아쉽다. 문득 떠오른다. 호기롭게 협업하자 말했던 내가 새로이 생산된 물건들 사이에 한숨을 쉬었을 때 작은지구 멤버 민정이 말했다. “이미 우리가 목표가 다른 두 곳과 한다했을 때, 이 과정은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 그나마 덜 생산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돼요”라고. 뼈가 아프다. 협업은 뼈가 아프다. 



작은지구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 다정이 씀.

작가의 이전글 "우리 회의 몇 번 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