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좋아서 하는 밴드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l9MPYAW9NfI
저는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을 때,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지면(紙面)이 곧 지면(地面)이어서, 글짓기가 집짓기와 같다는 말을 믿기 때문인 것도 같아요. 한번 쓰이면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는 문장!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알수가 없어' 노래 제목은 정말 잘 지은 것 같아요. '좋아서 하는 밴드', 밴드 이름도 정말 잘 지었고요. 정말 좋아서 하는 밴드라, 각자 자작곡을 만들면 작곡자가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는 악기를 연주하는 인디 밴드입니다.
책바에 다녀와서 정말 행복한 토요일이야! 했었는데 일요일부터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일이 이렇게 된다고? 할 만큼 계획이 다 틀어진 일요일과 월요일을 보냈습니다. 어제 저녁에서야 긍정적인걸 좀 찾고 오늘은 아 그래도 여기 서향이라 빛이 정말 잘 드네! 할 정도로 괜찮아졌어요. 하지만, 안 좋은 소식도 계속 들리고 몸 상태도 좋지는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려고 해요. 그래서 약도 잘 챙겨 먹고, 산책과 운동도 다녀오고!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도 했어요 :)
긍정 에너지를 더 얻기 위해 핫초코와 함께! 오늘 듣는 인디 노래는 '인생은 알수가 없어'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알퐁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을 추천해요.
카페라테로 사 올걸!
이 노래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일이 틀어지려면 이렇게도 틀어지는구나! 할 때가 있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할 나쁜 일이 일어나면, 아 내가 아침에 버스만 안 놓쳤어도! 어제 늦잠만 안 잤어도! 아니지, 그저께 그걸 먹지만 않았어도! 하고 나쁜 일의 시작점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헤집어 봤자 바뀌는 건 없고, 지금 눈앞에 놓인 걸 해내는 게 훨씬 낫습니다. 정신승리가 아니라 정신건강에 훨씬 좋아요. 저는 그럴 때마다 '인생은 알 수가 없어'를 듣고 기분을 전환합니다.
핫초코를 먹고 싶어서 카페에 갔는데, 갑자기 카페라테가 먹고싶어서 카페라떼를 먹고! 근데 자꾸 핫초코도 눈에 밟혀서 기분 좋게 핫초코를 사서 집에 왔는데, 엄마가 핫초코를 사놨어요. 기분이 유쾌하다기 보다는 아 진짜! 카페라떼로 사올껄! 하는게 당연하죠. 왜 하필 엄마가 오늘 나를 생각해서 핫초코를 사왔나.. 나는 왜 아까 카페라떼 안 샀지.. 해보기도 하고. 아 처음부터 그냥 핫초코를 먹을걸.. 할 것도 같아요. 결론은 인생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인생은 알수가 없어~
알 수가 없는 인생, 하루 밤만에 운명이 바뀐 화가가 있습니다. 3년전 프라하에서 교환학생을 할때 많이 보고, 좋아하게 된 '알퐁스 무하' 예요. 알퐁스 무하의 삶을 잘 알수 있는 책 <알퐁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입니다.
알퐁스 무하의 그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하시면 타로카드를 떠올리셨을 것 같아요. 아르누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하는 클림트, 에곤 실레와 함께 '빈 분리파'의 주축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체코 출신의 가난한 화가였고, 파리에서 굉장히 빈곤한 생활을 했어요. 화가로 성공하기 위해 파리로 왔지만 그를 찾는 사람은 없었죠.
무하는 크리스마스 온종일을 인쇄소에서 보내고 다음날도 남은 일을 마저 끝내기 위해 인쇄소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쇄소의 매니저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르네상스 극장에서 당대의 가장 유명한 여배우인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하는 연극 ‘지스몽다’의 포스터를 주문한 것이었다. 포스터는 새해 첫날 거리에 나붙어야 했지만 정작 포스터를 그릴 디자이너가 없었다. 무하 외에는.
<알퐁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66p.g
1894년 파리의 크리스마스 연휴, 무하는 갑작스러운 친구의 부탁으로 인쇄소에서 최종 교정작업을 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내요. 포스터는 연휴 중에 인쇄를 돌려 새해 첫날 아침부터 파리 거리를 도배해야 했지만, 이전에 그린 포스터들은 사라에게 퇴짜를 맞은 상태였습니다. 다른 후보 디자이너들은 모두 휴가 중이었어요.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감히 꿈도 못 꾸던 사라 베르나르를 그릴 기회가 무명의 무하에게 찾아온 거죠. 정말 인생은 알수가 없지 않나요?
물론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누구나 그걸 잡는 건 아닙니다. 무하가 그린 사라 베르나르는 포스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지극히도 복잡했어서, 인쇄소 사장은 인쇄가 어렵다고 말해요.
극적이게도, 집으로 돌아온 무하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포스터의 주인공인 사라가 중세풍의 신비로운 이 그림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며, 당장 계약을 맺자는 소식이었어요.
1895년 새해 첫날 시내 곳곳에 포스터가 걸리자, 사라의 광팬들이 포스터를 뜯어가기까지 합니다. 강렬하고 직설적인 포스터만 보다가, 아름다운 포스터에 모두 매료된 거죠. 사라는 무하가 제작한 이미지를 좋아한 나머지 무대의상과 보석 그리고 무대 디자인까지도 무하에게 맡겨요. 무하는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사라의 유명세와 함께 순식간에 세상에 알려집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1900년, 무하는 무려 파리 만국박람회의 포스터 제작을 맡습니다. 불과 몇 년 전 파리로 넘어와 작은 작업실에서 콩만 먹고, 난로도 없이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무하는 파리의 새 유행인 아르누보의 대명사가 된거죠. 책을 덮고 나서 저는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구나! 싶었습니다.
만약 크리스마스에 교정 작업을 맡겼던 친구와 무하가 절친하지 않았더라면, 크리스마스 연휴를 떠나지 않았던 사라의 디자이너가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무하의 그림은 평생 알려지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타로카드 그림이 이렇게 예쁘진 않았겠죠!
저는 상처 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그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는 큰 위로를 받고 기운을 얻어서 단단한 말랑이? 가 되어가고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고, 제 주변에는 착하고 가끔은 위로가 필요한 말랑이 친구들이 모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주변을 참 많이 돌아봐주는 말랑이 친구 한 명과 통화를 했어요. 반강제로 일을 하러 갔던 타지에서 고생하고 밤마다 울었는데 전화를 할 기운도 없어서 울기만 했다는 말에, 화도 나고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상처 준 사람한테 내가 다 복수해줄께! 하는 위로는 하지 못했어요. 당장 내일 인생도 알수가 없는데, 말랑이한테 상처준 사람들은 빨리 잊어버리고 부정적인걸 뽑아내! 했습니다. 내일부터라도 행복해지라고요.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능력이 생겼으니, 주변에 점점 좋은 사람들이 모일 테고! 상처를 준 사람들은 계속 삶에 얼룩이나 남기면서 나중에 다 되돌려 받을 거라는, 늘 제가 하던 말을 해줬어요.
당장 핫초코를 먹을지 카페라테를 먹을지! 어떤 게 좋은 선택일지 모르는 오늘 내일! 언제라도 저는 말랑이 편인 게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밤마다 울고 힘든 와중에도, 기념품 샵에서 친한 말랑이들 (3 dummers) 선물 살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그 말에 힘들었던 저도 위로받았어요.
인생은 알 수가 없지만 따숩다~! 너의 인생 내가 응원해~!
'인생은 알 수가 없어' 노래를 처음 들으면 멜로디가 유치할 수도 있지만! 세번만 들으신다면 하루종일 머리속에 핫초코와 카페라떼만 생각이 나실 거예요. 그때 마다 인생은 알 수가 없으니, 조금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도 긍정적으로! 넘겨보면 어떨까요? 내일은 이럴일 없을 꺼야! Take out~! 해도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알퐁스 무하의 크리스마스 밤 기회를 보면, 알수가 없는 인생이라 더 매력적일 수도 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