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인선 Aug 28. 2023

약과로 떠나는 예술여행

 KBS오늘아침 1 라디오 예술로 떠나는 여행

최근 약과가 많이 보이는 이유는?

차례상에나 등장했던 우리나라 전통 디저트 '약과'가 젊어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무려 MZ세대들의 최애 간식으로 강제 소환된 전통 간식이 바로 약과인데요.


브라우니와 마카롱과 같은 쫀득한 식감에 뒤질세라 ‘쭨득 쭨득’한 식감과 강도 높은 당도로 디저트 대란 속에서 순식간에 강자로 떠오른 ‘약과’는 밀가루에 참기름, 꿀, 술, 생강즙 등을 넣고 반죽하여 기름에 튀겨 내어 과판에 찍어내거나 완자형으로 썰어 바싹 말린 다음 기름에 튀겨 마지막엔 꿀이나 물엿을 바르는 즙청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성됩니다. 


새로운 형태의 약과 들. 출처 CJ


한식 중에 유밀과(기름에 튀긴 가짜 과일) 중 하나로 분류가 되는데요. 애청자들께서도 입안에서 상상하시는 그 맛 그 텍스쳐 그대로 달콤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들어 우유나 쌉쌀한 아메리카노에 곁들이면 세상모든 스트레스가 녹아내리는 천상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사상에나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맞습니다. 제삿날이나 맛보던 할머니들의 대표간식 약과는 약과대란, 약켓팅, 장인약과 온라인 구매 간증 등의 수많은 수식어와 함께 어느새 만나기 어려운 고급디저트로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았는데요. 패션, 음식 인테리어 등이 그래왔듯이 2020년경부터 시작된 뉴트로, 레트로의 유행은 디저트 업계에서도 비켜갈 수 없었겠지요? 


약과의 대대적인 유행에 힘입어 약과를 재해석 한 약과 휘낭시에, 약과 아이스크림 샌드, 비건약과, 약과 쿠키 등 다양한 변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려먹고 데워먹고 와플기에 눌러서 먹는 다양한 약과 레시피들이 등장하며 약과의 다채로운 변주! 골라먹는 약과의 다양한 매력에 mz 세대들은 약과 홀릭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K-food의 시초는 약과?    

 약과의 역사는 무려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연등회, 팔관회 등의 불교 행사 때 고임상(의식이나 잔치에 쓰는 음식을 높이 쌓아 올린 상)에 올랐고, 왕의 행차 시에는 고을이나 사원에서 진상품으로 올렸을 정도로 약과는 아주 고급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고려사』에는 충렬왕(1296년) 때 왕이 세자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원나라에 갔을 때 본국에서 가져온 유밀과를 연회에 내놓았더니 그 맛이 입에서 살살 녹을 듯하다며 인기가 대단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병(高麗餠)’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K-food의 시초는 고려시대의 약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고임상 이미지. 높이 쌓아 올리는 이유는 높으면 높을수록 효심이 높다고 봤다. 출처 구글 art


약과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민생이 어려웠다는 말도 있던데?


중독성 있는 달콤함과 쫄깃한 식감 때문에 당시 왕족과 귀족 집안에서 이것을 만들기 위하여 곡물, 꿀, 기름 등을 허비하게 되자 물가가 오르고 민생이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기록되었을 만큼 약과의 명성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명종(1192년) 때에는 유밀과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였고, 공민왕(1353년) 때에도 ‘약과 금지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남아 있을 정도로 약과의 중독성 높은 달콤함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예나 지금이나 많았던 듯합니다.  또 조선시대에는 약과를 먹는 경우에는 곤장 80대를 맞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연리지에서 배우 최성국 씨가 곤장을 맞는 모습. 조선시대에는 약과를 먹으면 곤장 80대를 맞는 시기도 있었다. 


외국인들도 많이 제공되나요?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한국적인 행사를 수차례 연출해 본 저의 경험 상, 떡이나 한과의 Sticky 한 식감 때문에 한식 디저트 메뉴를 고를 때 메인 메뉴 이상으로 굉장히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약과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 레시피 개발을 통해 외국인들과 식사 자리나 케이터링 행사 때 기피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하던 한국 전통 디저트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약과는 페스츄리였는데 약과를 튀기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구워서 만들었던 메뉴입니다.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굉장히 맛있게 드셔주셨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메뉴개발을 통해 베일에 싸여있던 한식 디저트의 달콤한 매력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k-pop 못지않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이 됩니다.


외국 디저트와 비교한다면?

결론적으로 외국인들이 뽑은 가장 맛있는 한국 전통 과자가 바로 약과입니다. 마치 "압축시킨 도넛의 맛이 난다", "이런 과자가 있는데 왜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도 있었죠. 또 "한국의 추로스 같다"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모델 로렌 드 그라프는 자신의 나라에서 약과를 발견하고 약과를 사 먹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도 하면서 약과 사랑을 인증했죠.(내용 출처 스마트인컴)

제가 이렇게 한식 행사들도 연출하면서 약과뿐만 아니라 다른 한식 디저트에 대한 호기심도 높아지고 있을 시기 또 다른 디저트의 신세계를 조우하게 되었는데요,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고 조선시대에 집필된 조리서중 하나인 주방문에 등장하는 ‘이’ 디저트는  작자 미상(하씨성을 가진 생원으로 표기됨)의 음식의 조리·가공법과 술 빚는 방법 등을 수록한 주방문에서 처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약과가 추러스같다고 표현하는 외국인.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nuw0spqW084

   

주방문은 뭐죠?     

주방문은 1600년대 선조들이 먹던 음식들의 소개와 재료, 조리방법 95가지가 수록된 조리서인데요,  이 주방문에는 유밀과와 유과 이렇게 두 가지의 디저트가 등장합니다. (약과가 속한 유밀과는 밀가루에 꿀, 기름을 낳고 반죽한 것을 모양을 만들어서 기름에 지져낸 다음 집청한 것으로 모양에 따라 약과, 콩연약과, 연약과, 중박계, 우근겨가 있으며, 콩연약과는 약과에 같이 기록된 것으로 조리법을 보고 콩연약과라고 하였으나 기름에 지지지 않고 다식처럼 만들어 즙청 한 것) 


유밀과 파트에 등장하는 두 가지 간식, 약과와 연약과는 뭐가 다르지?라는 궁금증에 연약과와 콩 연약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연약과는 부드러운 약과라는 뜻의 전통디저트의 레어템(?)인 ‘연과’의 한 종류라는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주방문 이미지. 출처 선호식품



하지만 연가를 파는 곳도 먹어볼 수 있는 곳도 없었기 때문에 말랑하고 맛이 좋은 약과라고 기재된 그야말로 전설 속의 디저트였는데요. 문헌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연과’를 최근 [연과점의 하루]라는 브랜드에서 복원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구매해서 맛보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한국 디저트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식감과 당도에 k-디저트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맛이었고, 한식 디저트의 신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2가지 맛 중에서 고를 수 있으니 청취자 여러분도 전통 한식디저트 ‘연과’도 꼭 한번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이날은 태풍이 불어 전화로 출연했습니다. 29분부터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OPMKD1KqT4 


매거진의 이전글 한지로 떠나는 예술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