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인선 Sep 28. 2023

소반으로 떠나는 예술여행

알고 보면 풍요로운 한국 소반의 문화

    

소반 어디까지 아시나요?


식생활도 식단도 양식이 보편화되면서 집집마다 꼭 하나씩은 소장했던 소반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그럴수록 더욱 귀하고 소중하게 지켜가야 하는 것이 대체불가한 우리 전통문화를 잘 이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반의 예술로 떠나보겠습니다.  

우리의 반상(飯床) 문화

우선 소반에 대해서 알려면 한국을 대표하는 식생활을 반상(飯床) 문화를 먼저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상 문화란 밥이 주식이 되고 반찬이 부식이 되는 상차림을 말하는데요, 반찬의 수가 많든 적든 다인용 식탁에 식구가 둘러앉아 음식을 공유하는 겸상(兼床)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독상이 원칙인 우리 문화

우리 전통 상차림 문화는 ‘독상’이 원칙이었습니다. 조선시대 1인 반상차림은 밥을 주식으로 하고 반찬으로 부식으로 구성하여 밥, 국이나 찌개, 김치, 장을 담은 종지를 제외한 반찬 수를 기준으로 3첩, 5첩, 7첩 반상 등으로 구분 지었습니다. 양반가의 기본이 되었던 5첩을 기준으로 차려진 반상은 채소, 육류, 마른반찬, 제철 채소로 만든 나물 등으로 전체를 조화롭게 구성하였고 단백질, 지방 등 식품군 별로 골고루 균형 있는 식단을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반상문화의 토대가 된 소반은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한 사람을 위한 작은 식탁의 의미를 지녔다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1인 1반, 한 사람마다 소반 하나를 따로따로 정성껏 차려 소담한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이 한국인의 진짜 밥상이었던 것입니다.          

대표적인 소반은?

아무래도 집집마다 썼던 생필품이 바로 이 소반이다 보니 종류와 형태가 지역마다 가문마다 다를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황해도 해주, 전라남도 나주, 경상남도 통영의 소반이 오늘날까지 뚜렷하게 남았습니다.     


해주식 소반은 다리와 상판을 모두 같은 목재로 사용하며 판형의 다리구조와 상판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상판은 단순하나 운각과 판각을 장식하여 화려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주식 소반은 변죽을 따로 제작하여 상판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다른 지역의 소반보다 전(변죽)의 두께가 두껍게 제작되어 상판이 수축팽창해 휘는 것을 방지해 목재의 활용도 높이고 다른 지역의 소반보다 간단한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통영식 소반은 다리와 운각의 형태, 다리와 천판의 결속방식 등에서 다른 소반들과 차이점이 있는데요

다리를 연결시켜 주는 윗중대와 아랫중대 두 개가 상하로 배치되고 상판에 홈을 파고 다리를 직접 결합해 제작된 조립식 소반입니다.     


나중에 청취자분들께서도 예쁜 소반을 하나 소장하시게 될 때 개취 그러니까 개인의 취향에 따라 나는 화려한 스타일이다 하시면 해주식 소반을 고르시면 되고 나는 미니멀한 디자인이 좋다고 하시면 나주식 소반 이렇게 골라보는 재미와 매력이 있는 공예품 중 하나가 소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역에 따라 소반의 이름이 달랐다?

 무조건 지역이름을 앞에 붙여 구분했던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것이 소반의 다리의 모양을 동물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다리가 호랑이 형태로 호쾌하게 구부러지면서 바깥을 향해 둥글린 것은 호족반, 상대적으로 가는 두께에 개다리 모양을 닮았다 해 붙은 개다리소반, 말의 다리 같다 하여 붙은 마족반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상판의 모양이나 쓰임 등에 따라 그 구분과 명칭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다리가 하나인 외족반이나 판 가운데가 뚫려 있어 전골틀을 올려놓을 수 있는 전골반 등 특이한 종류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만 6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소반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반, 어디서 보나?

네~ 경기도 파주에 가시면 약 200여 개의 소반을 보실 수가 있는데요

사람은 물론 햇빛·바람·습도 모두가 작품을 손상하는 요인이 되기에 외부와 철저히 차단했던 국립 박물관 수장고(收藏庫)에 가시면 소반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수장고는 어떤 곳?  

네 바로 민속유물 10만여 점을 보유한 경기 파주의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이하 파주관)’에 위치한  ‘열린 수장고’에 가시면 소반을 만나 보실 수가 있는데요. 그간 꼭꼭 숨겨두었던 수장고를 시민들에게 개방해서 누구나 들어가 가까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미리 사이트에서 예약을 하시면 소수정예로 수장고에 있는 다양한 민속유물을 관람하실 수가 있습니다. 전통 소반은 16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데요. 참고로 가실 때 주의할 점은 꼭 바람막이나 얇은 점퍼를 챙기셔야 됩니다. 왜냐하면 16 수장고에는 소반 뿐만 아니라 “떡살·반닫이와 같은 나무로 만든 유물이 보관된 곳이기 때문에 온도 20℃, 습도 55%로 항온 항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추우시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유물들을 위해서라도 조금 불편하시더라고 따듯하게 챙겨 입으시고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소반의 장인

 대표적인 분이 서울에서 평생 소반을 만들어오신 이인세(李仁世) 소반장이 1992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아 활동을 시작하고 2009년에 별세한 이후, 그의 아들 이종덕(李鍾德) 전승교육사가 이어받아 2대째 소반의 명맥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특별한 점은 북한의 황해도 지역에서 만들어졌던 해주반의 명맥을 이어오고 계시는데요. 남북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황해도 해주와 상대적으로 인접한 수도권 기반의 장인이 소반장으로 활동하며 해주반의 원형을 유지하고 전승하고 계신 것인데요. 이외에도 전라도 나주 기반의 김춘식(金春植) 소반장과 경상도 통영 기반의 추용호(秋瑢鎬) 소반장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외국의 소반    

네 있었습니다. 가까운 중국에요

그런데 저희가 중식 하면 떠오르는 것은 중식당에 가면 가운데가 돌아가는 큰 원형 식탁을 떠올리실 텐데요

하지만 중국도 예전에는 좌식생활을 했었고 그때 사용되던 중국식 소반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판과 다리의 구조 그리고 목재를 많이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한․중 양국이 유교적 사상에 영향을 받아 한국 같은 경우 남녀 간 사용소반이 달랐고, 중국은 신분과 부유함에 따라 사용소반이 달랐습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소반에는 다양한 문양이 등장하는데요 한국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매난국죽)등의 식물의 문양을 통해 사대부의 청렴, 고결, 강인, 어떠한 일에도 굴복하지 않는 의지와 숭고함을 나타내었고, 중국은 주로 연꽃 문양을 통해서 인격의 고상한 품격을 주로 나타내었습니다.     



중국 소반 스타일은?

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비슷하지만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한국 같은 경우는 소반의 상판, 그러니까 음식을 올려놓는 부분의 모양이 정말 다양했습니다. 기본적인 사각 상판뿐만 아니라 팔각형. 12 각형, 원형, 꽃무늬 모양의 화형, 반달무늬의 반월형 등 상판모양이 상당히 다양했는데요. 이에 반해 중국 같은 경우는 대부분 사각상판을 썼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중국은 자주 주연 즉 연회, 파티를 즐겨했다고 해요 그래서 삼각반과 사다리꼴의 상판을 만들었는데요. 이게 어떤 연관성이 있냐 하면 이러한 소반의 특징은 소반의 새로운 조합으로 주연회에 손님이 많고 적음에 따라 연결하여 각기 다른 도형을 만들어 내는 모듈구조의 개념으로 활용이 가능했다는 것인데요. 소반으로 다양한 대형을 만들어서 식사를 했다는 것이죠.     


이런 것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 소반은 다양한 모양과 문양을 통해 입체감을 추구했고 중국과 같은 경우는 매끄럽고 세심한 재질을 추구하면서 대칭감을 중시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년이'의 여성국극을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