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멋진 한국의 서원
오늘은 어디로 떠날까요?
오늘은 한국의 사립대학이라고 불리는 서원으로 떠나는 예술여행입니다.
서원과 향교, 성균관의 차이는?
향교는 나라에서 세운 공립교육기관이고 서원은 조선 중기 이후 사대부들이 설립한 사립 교육 기관인데요, 여기서 좀 더 깊이 있게 학문을 이어갈 친구들이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성균관으로 진학을 했겠죠? 그래서 성균관은 국립대학, 서원은 사립대학, 향교는 공립중고등학교라고도 볼 수 있죠. 서당은 초등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제사를 지내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서원은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이 있었는데요, 향배라고 하는 조선의 국교였던 유교의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기도 한 거죠.
그래서 학업과 과거 합격이 주목적이었던 성균관이나 향교와는 그 기능이 조금 달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서원과 중국 서원의 다른 점은?
그래서 로컬스러운 문화가 훨씬 강했던 서원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중국 서원이 초기 사립학교에서 후에 관학으로 발전하고, 관료 양성이 목적이었다면 우리나라 서원은 처음부터 줄곧 사립 교육기관의 역할을 담당했고,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기능의 역할이 컸습니다. 특히 출세보다는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배우고 익히며 학식과 인품을 갖춘 진정한 선비의 품성을 갖춘 인성을 키우고자 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서원에 입학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1000여 개가 넘는 서원이 운영되게 됩니다.
그 많던 서원들은 어디에?
조선의 건국 때부터 유교 중심 정책을 취하다 보니 전국 각지에 많은 서원이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큰 서원들은 프랜차이즈까지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이런 첩설들이 성행하자 규모가 큰 서원들이 특권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지(田地)와 노비를 점유하고 당론의 소굴이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생들은 향교보다도 서원에 들어가 붕당에 골몰하였고 심지어는 서원을 근거로 양민을 토색 하는 폐단이 심해지자 역대 조선왕들은 여러 차례 서원의 정비를 꾀하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때 등장한 흥선대원군은 서원철폐령을 내려 집정 초기부터 서원의 비행과 비리를 낱낱이 적발케 하는 동시에 사설(私設)과 남설을 엄금하라고 지시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라는 뜻인 거죠.
그리고 고종 즉위당시에는 조정의 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원을 일제히 정리하라고 지시하면서, 1000여 개가 넘었던 전국의 서원은 47개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서원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던 한국의 서원에게 2019년 엄청난 빅이벤트가 일어나는데요,
바로 2019년 7월 6일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 즉 유네스코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9개 서원을 지정하여 한국 성리학 교육의 산실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게 됩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홉 개의 서원은 정읍의 무성서원,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도동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까지 총 9개의 서원이 지정되게 되면서 한국의 서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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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서원은?
제가 올해 9월에 굉장히 멋진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신 전 문화재청장님께서 서원 건축의 백미라고 극찬을 하시며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 꼽힌다고도 적어주셨던 안동의 ‘병산서원’에서 멋진 행사를 함께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얼마 전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던 서원이기도 합니다.
병산 서원은 어떤 곳?
본래 이 서원의 전신은 고려시대 안동 풍산현의 풍악서당(豊岳書堂)이었는데요. 1572년(선조 5)에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 선생이 병산으로 서당을 옮기시면서 지금의 위치에 지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류성룡선생님의 후예들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기도 하겠죠?
그 후 병산서원에서 많은 학자를 배출하였으며, 1868년(고종 5)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 내렸을 때에도 훼철(毁撤)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현재 류성룡선생의 문집을 비롯하여 각종 문헌 1,000여 종 3,000여 책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병산서원까지 간 이유는?
네 한국을 문화재들을 관리 감독하는 문화재청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멋진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고 그 기획에 한 파트를 연출하게 되어서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9월 한 달 동안 유생들이 묵었던 방에서 하룻밤 편히 쉴 수 있도록 1박 2일로 기획된 병산서원스테이 연출에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 서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템플스테이와 같은 서원스테이를 만든 것인데요,
제가 요청받은 내용은 "유교, 역사, 선비문화의 중심지인 병산서원 일대의 풍부한 역사문화와 낙동강의 아름다운 수변경관 등 생태자원을 동시에 만끽하면서 간고등어, 찜닭, 안동소주등 다양한 안동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최고급 한식파인다이닝을 제공해 달라는 미션이었습니다.
병산서원에서의 역할은?
네 저는 이번 병산서원스테이 프로그램에서 안동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페어링과 안동에서 유명한 국화차를 비롯한 안동식해 등 안동의 맛을 경험해 드릴 수 있도록 아침 온죽상, 온휴반상, 다과상 차림을 기획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에서 진행되는 고품격 스테이인만큼 두 달 동안 많은 공을 들여서 기획을 했고 서울에서 국가대표 한식셰프님을 초빙해서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안동에 머물면서 한국 전통 선비의 맛을 소개해 드릴예정입니다.
준비과정은?
안동 선비의 맛을 재현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안동의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메뉴개발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 안동 충효당 서애 종가 종부님을 찾아뵙고 자문을 얻었는데요.
충효당은 안동을 대표하는 가문 중에 하나인 예안 이 씨의 가문의 종택입니다. 충효당 같은 경우는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님께서 내한하셨을 때 방문하셔서 다과를 드시고 김장 담그기 체험을 하셨던 곳이기도 한데요. 안동 하회마을에서 충효당에서 거주 중이신 충효당 종부님을 뵙고 엘리자베스 여왕님 방문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서 정말 어렵게 음식을 준비하셨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지금의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구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특히 충효당에서 처음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예법을 존중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기고 가셨다고 합니다.)
병산서원의 아름다운 스폿은?
네~정말 아름다웠던 곳이 바로 병산서원의 만대루인데요 ‘만대’는 - “푸른 절벽은 오후 늦게 대할 만하다 [翠屛宜晩對]”라는 뜻에서 따온 것입니다. 병산서원 앞에 바로 병산이 있고 이산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이 만대루 앞 방형 연지에 비치는데요.
서원 안마당에 달빛이 가득 내리면 병산서원은 그야말로 푸른색 절벽이 물에 비추는 뷰 맛집이 됩니다. 병산서원에 가시면 2층으로 건축된 만대루에서 바로 이 멋진 절경을 감상하실 수 있는데요 그래서 만대루에서 보는 노을과 풍경 병산서원에서 가장 예술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만대루는 우리나라 서원중에서 옆으로 가장 긴 건축물이기 때문에 200여 명은 함께 모여 강학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큰 망루였는데요 흥미로웠던 점은. 만대루를 떠받치고 있는 휘어진 모습 그대로의 기둥들과 주춧돌, 커다란 통나무를 깎아 만든 계단까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건축물에 담아냈기 때문에 선비의 기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낙동강의 모래사장과 병산의 절벽이 마치 병풍의 화폭 같이 멋지게 펼쳐져 있는 것이 잊히지가 않을 정도로 멋진 절경을 감상하실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병산서원의 포토존은?
네 당연히 있습니다. 병산서원에 가시면 400년 동안 잘 자라고 있는 배롱나무가 있는데요. 아주 새빨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이 배롱나무는 일 년에 세 번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일 년에 석 달 반 정도 피어있는데요. 7월부터 요즘이 배롱꽃이 만개할 시기라고 합니다. 서원에 가보시면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배롱나무꽃은 한 송이가 오래 피는 게 아니라 꽃망울이 연이어 새로 피어나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꽃을 감상할 수 있고 병산서원의 멋진 포토존으로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총 몇 개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현재까지 총 15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22개의 인류무형유산과 18개의 세계기록유산이 추가로 더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1988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에 가입하였고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종묘(1995), 해인사 장경판전(1995), 불국사ㆍ석굴암(1995),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경주 역사유적지구(2000),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 조선 왕릉 40기(2009), 하회·양동마을(2010), 남한산성(2014), 백제 역사유적지구(2015), 한국의 산사 6곳 (통도사·부석사·봉정사·법주사·마곡사·선암사·대흥사(2018)), 한국의 서원 9곳까지 총 13개의 문화재와 한국의 갯벌,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까지 두 개의 세계자연유산까지 15개의 국보와 자연환경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들로 지정이 되어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