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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선 Apr 02. 2024

지푸라기는 태초의 공예 재료였다.

알고 보면 흥미로운 지푸라기와 예술


오랜 기간 이어진 지푸라기의 예술

유사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이어온 예술 작품이 있다면 과연 몇 년 정도 되었을까? 끊임없이 이 부분에 고민을 했는데 나름 해답이 나왔다. 바로 1만 년 전에 시작한 신석기 혁명으로 인해 농경사회로 전환되며 탄생한 예술. 즉 유사 이래로 가장 오래된 예술인 지푸라기라는 판단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로 이 지푸라기 예술, 전문 용어인 풀짚 공예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업사이클링의 원조인 풀짚 공예

풀짚공예란 한다미로 풀로 만드는 예술작품이다. 풀짚이란 벼의 낟알을 떨어내고 남은 줄기다. 또 풀은 줄기가 연하고 물기가 많아 목질을 이루지 않는 식물을 뜻한다. 사실상 먹을 수도 없고 추수를 하고 나면 버리는 폐기물이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여기에 공예를 더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바로 업사이클링. 이 업사이클링의 원조가 바로 풀짚공예다.


풀짚공예박물관의 작품들. 출처 풀짚공예박물관 http://www.pulzip.com



그래서 이 풀과 지푸라기를 이용, 씨줄과 날줄을 묶고, 얽고, 매거나 엮어서 다양한 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풀짚공예의 핵심이다. 지리적 환경과 생활 습관에 따라 원재료는 조금 달라지지만, 이러한 풀들로 도구, 바구니, 의류, 여기에 집까지 만드는 모든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어떤 풀을 사용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4가지 풀을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벼다. 벼의 경우에는 나락, 즉 쌀과 볏짚이 얻어지는데, 이것을 사용한 것이 잘 알려진 짚신, 가마니, 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옷을 만드는 풀도 있는데 바로 모시풀이다. 모시풀의 줄기의 껍질을 채취, 얇게 갈라서 실로 만드는 과정을 진행한다. 이 과정 속에서 흡수와 발산이 빠르고 흰색 빛 깔을 가진 옷감으로 탄생하게 된다. 여름에 생각나는 모시옷 역시 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시잎과 모시옷. 사진 출처 한산모시갤러리 및 위키피디아


여기에 주로 방석, 신발, 그리고 도롱이라고 하여 예전에 입었던 우비 등을 만드는 재료가 있는데, 바로 부들이라는 풀이다. 안 쪽에 공기층이 있어서 푹신한 질감을 가진 풀인데, 이러한 특성을 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돗자리, 모자 등에 쓰이는 것은 바로 왕골. 완초라고 불리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다. 이 왕골 줄기를 쪼개서 건조한 후에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방석,신발, 도롱(우비)의 재료인 부들. 공기층이 있어서 푹신한 질감이 있다
삶 그 자체였던 지푸라기 공예

실제로 지푸라기는 의식주 모든 것에 관여를 했다. 지푸라기로 옷도 만들고, 집도 초가집으로 만들었다. 음식을 담는 그릇과 모자와 신발까지 모든 것을 지푸라기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풀과 짚으로 만든 것은 플라스틱 및 스티로폼 등 석유화합물로 대체가 되고, 이러한 전통적인 문화는 너무나도 빨리 사라져 버렸다. 

요즘 말로 우리 문화는 지푸라기에 진심이었던 것이다. 





결초보은이란 단어도 지푸라기에서 이어진다.

춘추전국시대, 진(晉) 나라 군주 위무자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애첩이 있었다. 그런데 병석에 눕게 되자 아들을 불러 자신이 죽으면 애첩을 위해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내라고 한다. 

하지만 죽기 직 전, 위무자는 외롭다고 느껴졌는지, 자신의 무덤에 애첩도 묻으라는 순장을 지시한다

아들은 여기서 고민을 하지만 산사람을 같이 묻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 그래서 순장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낸다. 


세월이 흐른 후, 아들은 진나라의 장수가 되어 전투에 나가서 적군을 뒤쫓고 있는데, 갑자기 적군의 앞길에 쌓여있던 지푸라기들이 스스로 꼬여지더니 올가미를 만들었다. 이 올가미에 적군들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 그는 전투에서 승리는 했지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꿈에 자신이 살려준 애첩의 아버지가 등장을 한다. 바로 이 지푸라기를 묶어 자신의 딸을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것. 그리고 이 내용이 사자성어가 된 것이 바로 결초보은이다. 


이것 말고도 세찬 바람이 불어야 풀의 강함을 알 수 있다는 질풍경초(疾風勁草), 풀에 의지하고 나무에 붙는다는 '남의 권세를 등에 업고 나쁜 짓을 한다는'. 의초부목(依草附木), 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그늘과 꽃다운 풀'이라는  '녹음방초(綠陰芳草)'와 같은 다양한 사자성어가 있다. 그만큼 일상에서 늘 가까이 있는 것이 지푸라기였기에 이런 스토리들이 많은 것이라고 본다. 


지푸라기 예술마을도 있다

최근에 친환경이나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공예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주민 들 모두를 공예 작가로 데뷔시키는 프로젝트도 생겨난 것.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이 마을은 마을 전체가 짚풀마을 공동체이다.


2017년도부터 짚풀공예 기능 보유자이신 홍성우 명인님과 마을 주민 전체를 짚풀 공예 지도사와 재료 및 제작자로 양성 중이다. 모두가 이 짚풀 공예를 배우니 공동체 활성화 효과 및 짚풀 공예품의 전시까지도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지푸라기 박물관도 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는 풀집공예를 잘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이 두 개나 있다. 하나는 종로에 있는 짚풀생활사 박물관이다. 설립자이신 안병선 관장님이 1983년부터 짚풀문화를 조사, 기록, 수집하여 1993년 설립하셨다. 방문하면 짚풀 관련 생활용구, 농기구, 민속자료 등 약 9,000여 점의 짚풀공예품들을 관람이 가능하다. 짚풀문화와 관련된 한국의 전통 생활사에 관한 전시와 다양한 교육 문화 체험도 가능하다. 


<짚풀 생활사 박물관>


또 한 곳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풀짚공예박물관이다. 2006년 개관한 이곳은 풀과 짚을 이용 해 민속생활도구와 공예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전시하는 공간은 물론, 풀짚공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주말에 나들이 갈 때 방문해 보면 좋다. 


<풀짚공예박물관>

외국에도 있는 지푸라기 문화

대부분의 나라들이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다양한 풀짚공예가 발달했다. 벼농사가 발달한 동양에서는 볏짚, 빵이 주식인 유럽에서는 밀짚과 보리짚을 많이 사용한다. 


일본 니가타현의 지푸라기 예술제. 출처 https://niigata-kankou.or.jp/event/3390


거친 비주얼의 볏짚은 질기고 튼튼해서 초가지붕·짚신·멍석 등의 재료로 사용했고. 밀짚은 볏짚보다는 약해서 집을 만들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주로 생활용품이나 공예·장식에 주로 사용한다. 서양에서는 이런 풀짚공예를 바스켓 트리라고 부른다. 


동남아에서는 바나나 잎으로 만든 바구니나 기념품 같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유럽이나 동남아에서는 한국보다 바스켓트리가 훨씬 더 대중화되어 있고 잘 보존되고 있어서 부러울 때가 많다. 또 일본에서는 아예 지푸라기 공예 축제를 진행한다. 이탈리아의 전통의 키안티 와인은 이렇게 짚으로 포장을 한다.




이탈리아 전통의 끼안티 와인 디자인. 이렇게 짚이 병의 보호 기능을 한다. 출처 /www.dragee.co.jp


한국에서도 앞으로 많은 분들이 풀짚공예를 경험해 보거나 관심을 가진다면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가 더욱 잘 보존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우리의 문화 자체도 더욱 성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 문화의 향유은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이어질 것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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