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서러운 날의 일기
내일부터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이 열린다. 작년에 여자친구와 함께 갔다가 예쁜 것도 많이 구경하고 좋은 물건도 싸게 샀던 경험이 있어서 올해도 가기로 했다. 어제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사전예약을 하면 10,000원 짜리 입장권을 5,000원에 살 수 있다는 꿀정보를 알게 되었다. 카드를 찾아 예매하려고 하다가, 귀찮아서 '내일 해야지' 하며 잠들어버렸다.
오늘 오후에 문득 떠올라서 다시 들어가보니 이미 사전예매 티켓이 동이 난 상태였다. 갑자기 울컥 화가 났다. 절반이나 싸게 살 수 있었는데, 두 명이면 만원을 아낄 수 있었는데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의 똥멍청이처럼 여자친구에게 카톡을 보내 투정을 부렸다.
"디자인페스티벌 사전예매 끝났어. 안 가! 나 안가!!!!"
그리고 온갖 징징거림 이모티콘을 잔뜩 쏟아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최근에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서 어제 월급날임에도 월급이 절반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의 첫 직장도 급여가 연체되서 퇴사했는데, 왜 내가 가는 곳마다 이러나 싶어서 한창 서럽던 참에 단돈 만 원이 불을 지른 것이다.
나이깨나 먹은 남자친구가 이렇게 징징댔건만 대장부 같은 여자친구는 너무 담담하게 받아주어서 내가 너무 창피했다.
"왜 그게 서럽노 ㅋㅋㅋㅋ 좀 아쉽지만 뭐, 사야겠네."
그래, 그깟 만 원이 뭐라고.
맥주 한 잔 마시고, 이력서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