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
한 사람을 잘랐다. 물론 사무실 막내인 내가 누군가를 해고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결정적으로 나와 함께 일하라고 뽑았던 사람이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는 내 평가가 영향을 끼쳤을 것임은 틀림없다.
그 사람은 IT 용역업체(일명 IT보도방)에 파다한 경력날조가 분명했다. IT쪽 경력은 있지만 개발이 아닌 시스템 엔지니어였고, 프로그래머로 방향을 틀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서른 초중반의 나이에 어디든 신입으로 들어가기에는 영 만만찮았을 것이다. 특출난 실력이 아닌 다음에야, 고생고생해서 들어가더라도 온갖 불이익과 부정의를 감수하며 수년 간 버텨내야했을 것이다. 그래서 경력을 날조하자는 보도방 헤드헌터의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다. 그는 결국 모든 걸 털어놓고 우리 사이트를 떠났다.
그렇게 한 사람을 잘랐다.
오늘도 한 사람을 잘랐다.
계약만료가 되어가는 차장님 한 분의 계약을 연장하는게 나을지, 이대로 끝내는 것이 나을지 물었다. 왜 그런 곤란한 이야기를 사원 나부랭이인 나에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분이 짠 코드가 대체로 유지보수하기 정말 어렵다고 했다. 대체로 일 마무리를 대충하는 편이라서 뒤끝이 좋지 않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해지하는 것이 낫겠다고 이야기했다.
우리회사 관리자 분들의 생각도 나와 같다고 했다. 계약해지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영 개운치 않다. 바로 어제, 그쪽 회사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서 거의 반년째 월급이 찔끔찔끔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월급 밀리는 회사에 다녀본, 퇴직금을 퇴사 후 일년만에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평가를 받게될 것이다. 지금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