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만족 개론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개나 생쥐도 도구를 학습하고 사용한다. 인간은 도구를 만든다. 그러나 인간만이 도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제작하기도 한다.
도구 사용은 보다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 생존에 필요한 식량채집이나 농사는 물론, 자신보다 강한 동물로부터 신변을 보호할 수 있게 한다.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본래 가진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일찍이 이 사실을 알아챈 인간은 신체적으로 훨씬 강한 동물들을 제치고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길고 긴 시간이 흐른 뒤, 인간은 여전히 지구에 살고 있었고 이들의 도구는 눈부시게 발전하여 식량부족이나 기후변화로 현 세대의 생존을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천적이 거의 없는 사자는 늘 낮잠을 통해 다음 먹거리를 사냥할 힘을 비축한다. 그들은 하이에나나 독수리 떼를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이 고민하는 것은 다음 먹거리 뿐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은 자연과 닮았다. 2등은 First follower지만, 1등은 Next big thing을 생각한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조차 귀찮아진 인간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인간은 치열하고도 끈질기게 게으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하여 로봇 팔, 엑셀 프로그램, 리니지 매크로를 만들어내어 인간의 생산성을 핵폭발적으로 향상시켰다. 자연의 법칙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진화를 이뤄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내 인간 무리에는 이러한 선구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겨났다.
우리는 그들을 게으르만-족(族)이라고 부른다.
작가의 말: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