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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 Sep 13. 2016

원격근무에 대한 욕망

혼자서도 잘해요

주의. 이 글은 원격근무를 해보지 않은 평범한 노예직장인의 판타지를 기록한 글로써, 현실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를 하고 있거나 경험해보신 분들은 적극적인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원격근무에 대한 욕망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먹고 산다. 일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흔히 쓰는 시쳇말로 '초급'이다. 업종의 특성상 신입 때부터 일이 있는 곳으로 전국으로 팔려 다니다가 정착생활(?)을 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파견지에서 숙소생활을 할 때는 몰랐는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원격근무에 대한 욕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수년 간의 떠돌이 생활에 지쳐서 정착생활을 바랐지만, 정착생활을 하게 되니 다시 '노마드'를 꿈꾸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다음 세 가지다.


1. 시간 낭비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 요즘은 2호선-4호선을 환승해가며 출근하고 있는데, 출근시간이 편도 1시간 가량 걸린다. 서울에서는 짧은 시간이 아니라지만, 여차저차 하다보면 넉넉하게 왕복 세 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 시간이 아까워서 한동안 책을 들고다니며 읽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30분씩만 읽어도 매달 몇 권은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가방 없이 출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브런치만 읽게 되었다. 소모되는 체력도 문제다. 꽉 찬 지하철에 몸을 부대끼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이미 지쳐있다. 제 시간에 도착해도 일을 하기까지 삼십 분에서 한 시간까지 시간을 죽이게 된다. 시간은 곧 돈이다.(야근한다고 돈을 더 주지 않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딱히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만..)


2. 주거비용

방바닥에 쏟아 붓는 돈이 너무 크다. 서울에서도 1인가구가 많고 인구밀도가 유독 높으며 노후된 다세대주택과 닭장형도심형 생활주택이 많아서 월세가 비교적 저렴한 '눈물의 2호선' 라인에 산다.('눈물의 2호선'은 내가 대충 지어붙인 이름으로, 직장 때문에 홀홀단신 상경한 시골쥐들이라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매달 수십만 원의 돈을 모르는 사람에게 줘가며 사는 것은 눈물나는 일이다. 그것도 이런 코딱지만한 방에!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월급의 가장 큰 부분을 주거비가 차지한다. 보증금이라는 목돈을 마련할 형편이 안되는 나 같은 사람은 더욱 그렇다. 집을 옮겨볼까 하는 생각에 직방이나 다방을 샅샅히 뒤져봐도 서울 시내에서는 사람답게 살만한 방을 찾기 힘들고, '역세권'을 벗어나자니 뚜벅이로써 숱하게 길바닥에 뿌려야할 시간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같은 돈이라도 외곽으로 삐죽삐죽 벗어나다보면, 그나마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모습을 가진 방이 간~혹 보인다.


3. 주체성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다. 병아리 시절이 아니고서야 평생을 지고 가는 것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졌다거나 따위의 이유를 떠나서, 모든 일정과 업무가 정해져 내려오는 top-down 방식의 업무방식이 괴롭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더 큰 책임감이 생기고 자율적으로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된다. 원격근무를 통해서라면 일과 삶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나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세 가지로 나누어 썼지만 3번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은 내 인생에서 느슨한 결합을 가지고, 내가 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리모트 워킹은 선택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꺼야 꺼야 할거야! 혼자서도 잘 할거야

혼자서도 잘해요

리모트 워킹에 대한 욕망은 충분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중에 커서 과학자가 되야지' 같은 공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원격근무-재택근무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며, 원격근무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무슨 도구로 의사소통을 하는지, 출퇴근 할 때와 페이(...)는 차이가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를 모른다.


나를 모른다는 것은 혼자서 일할 때의 내 모습을 모른다는 말이다. 학창시절에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할 때를 떠올려보자면 나는 동료들 없이 원격근무-재택근무를 하면 망하기에 최적화된 사람이다. 그러나 가끔 혼자서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불타오르는 코딩의 불꽃을 보면(?)의외로 잘해낼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부러워만 하지 않고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원격근무는 정말 내가 고민하는 점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나는 원격근무에 적합한(혹은 가능한) 사람일까?


앞으로 이 매거진에는 원격근무 미경험자가 쓰는 원격근무 판타지와 블로그-브런치-깃헙 개인 프로젝트 등 돈 안되는 개인 프로젝트들을 통해서 내가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인지 탐구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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