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제주도의 어느 카페에서
비오는 여행지에서의 카페. 여행지에서 맞는 비는 반가울 수 없는 손님이다.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비가 오면 아무래도 실내를 찾아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카페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여행지이기에, 그 카페는 집 근처 익숙한 장소가 아니라 항상 낯선 공간이다. 낯선 장소에서 보내는 비오는 날의 휴가. 무언가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에서 벗어서 여유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가. 비가 와서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라도 달래본다.
여행지에서 찾아가는 카페는 새로운 커피 맛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현재 위치에서 구글맵을 켜고 근처에서 평이 좋은 카페를 찾아본다. 인테리어, 커피맛, 가격 등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카페를 물색한 후 출발. 이동하는 동안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찬다. 나는 특히나 커피맛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카페는 커피맛이 어떨까가 가장 중요하다.
오늘 여행지에서 만난 카페에서는 메뉴에 플랫화이트가 눈에 띄었다. 보통은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플랫화이트라는 메뉴가 보여 단박에 주문하였다.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플랫화이트 역시 레이더망에 항상 들여놓고 있다.
플랫화이트는 카페라떼보다는 우유양이 적고 거품이 많지만, 카푸치노에 비해서는 그 거품의 입자가 작다. 카푸치노는 입자가 굵은 거품이 커피 위에 불룩 얹어져 있는데에 반해, 플랫화이트는 카페라떼처럼 평평해(플랫) 외관상으로는 카페라떼와 비슷하다. 단지 카페라떼보다 작은 잔에 서빙되어 농도가 진할 뿐.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 카페마다 커피를 만든 방식이나 재료가 너무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한 카페에서 카페라떼, 카푸치노, 플랫화이트를 모두 동시에 주문하여 한번에 맛보면 정확히 비교할 수 있겠지만, 한번도 그래보지는 못해서 아쉽다. 한번에 놓고 맛보아보면 차이를 비교하기가 편할텐데 말이다. 사실 이 카페에서 맛보는 카페라떼가 다른 카페에서의 플랫화이트와 비슷할 수도 있다. 어쩌면 다 거기서 거기인데 상술일수도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태리에서 먹어본 카페라떼가 워낙 진해서 우리나라에서 파는 플랫화이트와 비슷했다.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입맛이 진한 맛에 익숙해져서 점점 진한 커피를 찾게 된다.
여튼 비오는 날 갑자기 여유로워진 일정 속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카페가 마음에 들고, 이 곳에서 만난 플랫화이트가 유럽에서 맛보았던 카페라떼를 떠오르게 하여 몇자 적어보았다.
2020.7.19. 작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