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얼굴을 뵈니
코로나 시절에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있다. 나같은 경우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초에 이사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필라테스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새로 알게 된 강사님들이 있다.
사람은 신기하게도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고 기존에 내 머릿속에 있던 사람의 얼굴로 인식을 하는지, 근래에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됨에 따라 처음으로 보게 된 강사님들의 맨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사람의 얼굴에서 하관이 이리도 중요하던가. 이건 예쁘고 안 예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의 인지의 문제이다.
'이 분은 누구… 아! 그 강사님?'
띠용띠용! 머리가 혼란스럽다. 마치 하루아침에 처음본 사람이 나타나 '내가 네 엄마다.'와 같은 말을 한 기분이랄까.
이 분은 내가 인식하고 있던 얼굴은 아니지만 심지어 그보다 훨씬 미모가 뛰어나시다.(필라테스계의 안유진이 따로 없다.) 그렇지만 눈앞의 이 분이 지난 2년간 봬온 그 분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어머 누구세요? 아아 그분? 이때
어머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쁘셔서 몰랐어요 라고 하는 건
우등 포스트코로나사피우스
당황하는 얼굴을 숨기기라도 하면 프로 포스트코로나사피우스
아 어, 그 분 아닌 것 같은데…하면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면 하수 중의 하수다. 이런 분은 코로나시대를 견뎌와 이 광명의 시대를 다시 맞이한 포스트코로나사피우스로 볼 수 없으므로, 다시 달나라로 돌아가시길… (단, 2020년 이후 출생이면 인정)
코로나시대의 후유증이랄까. 그 시절에도 내가 살아있었고 새로운 사람도 만난 것 같은데, 마치 그 시절이 통째로 날아가버린 것만 같은. 그때 습득한 정보들이 전부 바이러스에 오염된 거짓이었던 것만 같은. 일상의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평범 그 이상의 소중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 시절의 나는, 우리는 무엇을 했던걸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