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투어 시그니처 투어
몽골에 다녀왔다.
탁바오의 결혼 전 훈바오와 셋이 대자연으로 흠뻑 부라리덜 샤워를 할 목적이었다.
나혼자산다를 보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으나, 예약하고 보니 굉장히 핫한 여행지가 되어 있었다. 주변에 갔다 왔다는 사람도 꽤나 많았으며, 어딜 가도 한국 사람들이 조나 많았다.
하지만 몽골은 인스타에서 보는 것만큼 쉬운 여행지는 아니었다.
포장과 허상, 그것이 인스타의 본질이니까.
애초에 비포장도로 운전이 빡세기 때문에, 자유여행이 불가능한 몽골 패키지는 하루에 하나의 장소만 간다. 새벽같이 일어나 씻지도 못한 채 6시간 이상 이동하여 도착한 장소를 단지 한두 시간 정도만 관광한다는 의미다.
멀미가 심하다면 흔들리는 푸르공에서 10분에 한 번꼴로 머리가 천장에 꽂히는 이동 시간이 힘들 것이고,
화장실 이슈에 민감하다면 초원 노상방뇨나 똥파리 가득한 푸세식 화장실이 힘들 것이며,
샤워에 민감하다면 겨유 이틀에 하루꼴로, 졸졸 나오는 샤워기로 밖에 씻을 수 없다는 것이 힘들 것이고,
잠자리에 민감하다면 숙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통 게르의 딱딱한 침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힘들 것이며,
핸드폰 없이 살지 못한다면 인터넷도 겨우 터지고 충전도 매우 어려운 디지털 노마드 생활이 어려울 것이다.
위에 하나라도 도저히 참지 못할 것이라면 당신에게 몽골 여행은 꽤나 스트레스풀한 여행이 될 것이다.
다만,
흔들리는 푸르공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하늘과 그림 같은 구름들,
노상방뇨 시 눈앞이 펼쳐지는 광활한 초원과 들판의 말/소/염소/양/낙타/노루 친구들,
씻지 못해 꾀죄죄하지만 나의 그 추레한 꼴을 가려주는 미친 풍광과 배경들,
이내 꺼진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끝없는 지평선 너머 해질녁의 노을과 새벽의 일출들,
원형 게르 가운데 도란도란 모여 앉아 몽골 보드카를 홀짝이는 시간들,
모든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별빛들과 손에 닿을 것 같은 은하수들.
이것들이 당신의 불편함을 극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몽골로 떠나도 좋을 듯싶다.
기숙사 시절 칫솔을 룸메와 공유할 정도로 낮은 위생 의식을 가졌고,
수세식 푸세식 들판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배변 폭격기이며,
에버랜드 더블락스핀 5연속 탑승에도 아무렇지 않은 강한 달팽이관의 소유자이자,
베개에 대가리만 대면 10분안에 인간 프로포폴인 나조차 불편함을 느꼈으니, 아마 정상인이라면 꽤나 불편함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다만,
자갈길에서 타이어가 터져 아무것도 없는 뙤약볕에서 하염없이 수리를 기다리던 순간들,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며 조리하는 가이드식을 먹고 나서 두통과 폭풍 설사 겪는 순간들,
말에 붙어있던 파리가 내게 옮겨와 온몸을 뒤덮던 순간들,
8차선 도로에서 푸르공이 갑자기 멈춰 모두 차에서 내려 밀고 가던 순간들.
이 모든 순간들에서 불편해하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는 좋은 동행들과 함께한다면 그 역시 행복한 경험으로 남는 듯싶다.
따라서 나에게 행복한 몽골 여행을 만들어준,
일행이었던 탁바오 훈바오는 물론, 동행으로 만났던 03년생 애송이 식바오 혁바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