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하게 살기 리뷰
방탕이란 무엇인가?
최근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방탕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방탕하게 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 결심 자체는 ‘이제 빤스 벗고 댕겨야지 싯팔’에 가깝게 자극적으로 했으나, 어느 하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빤스도 항상 제대로 착용 중이다.
우선 방탕 경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젊었을 때 놀아봐야 한다’ 거나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라는 말이 체감된다. 어렸을 때는 미팅도 몇 번 나갔지만 술게임만 재밌게 하다 왔고, 소개팅은 한 번도 안 해봤으며, 내 댄스 실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클럽도 한두 번 밖에 가보지 못했다.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부담스러워 멀리했고, 길에서 번호를 따는 행위는 개쫄보라 하지 못했다. 예쁜 여자와의 섹스가 인생의 목적인 ‘여미새’의 삶이나, 영악하고 계산적으로 어장을 관리하는 소위 ‘알파메일’의 삶도, 내 안의 씹선비 DNA가 거부감을 일으켰다.
방탕하게 같이 놀 사람도, 그럴 시간도 부족하다.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오랜 연애를 하고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어 놀기 어려우며, 논문과 연구실 프로젝트, 그리고 외부활동과 스터디들로 바빠져서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허함을 달래고자 학내에서 진행하는 6개월짜리 퀀트 전문가 과정을 질러버리거나, 교수님 하시는 수업들 강의조교도 여러 과목을 맡다 보니 이제는 일정들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원래였으면 그냥 친구들과 술이나 많이 마실텐데, 요즘은 헬창모드로 몸 관리를 하느라 술도 자제하고 있어 약속이 있어도 2차로 카페를 가거나 빙수나 먹는다.
그래서 운동만 방탕하게 하고 있다.
아침 출근 전 한 시간 반, 퇴근 후 두 시간씩 이보다 더 방탕할 수 없게 운동하고 있다. 케이블이나 렛풀다운처럼 인기가 많은 기구의 경우 그립을 3번씩 바꿔가면서 4세트씩 방탕하게 독점하고 있다. 단백질도 두스쿱씩 방탕하게 먹고 있다. 최근에는 운동 중 BCAA, 운동 후 크레아틴까지 방탕하게 먹으면서 운동한다.
때론 밤에 너무 허할 때면, 낙성대 공원이나 서울대 대운동장을 5km씩 방탕하게 뛰거나, 무인테니스장에서 볼머신을 방탕하게 두 시간씩이나 친다.
더 늦기 전에 나도 한번 방탕하게 살아보고 싶었다.
근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방탕 전문가들의 컨설팅이 필요할 듯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