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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Sep 17. 2023

디즈니플러스 <무빙> 리뷰

#무빙 #강풀

고등학교 시절 강풀 만화를 정말 많이 봤다.


운이 좋게도 내가 다녔던 학교는 도서관이 정말 잘되어 있었고, 대가리소스가 부족할 때마다 개똥폼을 조나 잡으면서 책을 자주 봤던 것 같다. 이과였던 나는 대체로 수학이나 물리로 골머리를 앓았고, 강풀 만화로 좌우뇌의 밸런스를 맞추고자 했다.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지금이야 수작으로 인정받지만, 그때는 그저 웹툰 그저 만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나도 강풀의 작품들을 인문학 충전기로 여겼던 것 같다.


<아파트>, <타이밍>, <이웃사람>, <조명가게>와 같은 미스터리심리썰렁물부터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과 같은 순정만화까지.


책을 덮으면 대부분 멍 했다.

늘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가슴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가슴이 뜨거워지거나, 재킷 안 핫팩을 붙인 것도 아닌데 어딘가 따뜻해졌다.

덕분에 기벡이나 물리 2로 차가워진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 무빙도 마찬가지다.


초능력을 다루는 히어로물이지만 어딘가 굉장히 따뜻하다. 주인공들은 슈퍼히어로라기보다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 자신에게 해가 될 때가 많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괴물 취급을 받는 데는 익숙해져 있으며, 주위의 시기 질투로 배신당하기 일쑤다. 임무를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얽매이고,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의심받는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자식들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몸의 상처는 재생되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낫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재생 능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도록 애지중지 키운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은 오히려 땅의 시기와 질투로 땅에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매정한 엄마가 되어 무거운 가방으로 몸을 누르게 한다.


자신의 능력이 오히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항상 눈치를 보고 조심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거.. 그건 무엇도 아니야


라는 이미현의 말처럼 어쩌면 이들의 초능력은 하늘을 날 수 있거나, 상처를 회복하거나, 괴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더 넓게 돌아볼 수 있는 연민인 듯싶기도 하다.




나는 원체 강풀 웹툰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호불호에 편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가정주부 31년 차로 딸의 결혼, 아들의 독립 이후에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섭렵 중인 콘텐츠 괴물, 우리 엄마가 디즈니플러스에 매주 공개되는 회차를 본방사수처럼 보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직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웹툰을 재밌게 봤다면 강풀의 살짝 개연성 부족한 그림체가 조인성-한효주-고윤정으로 실체화되어 개연성이 채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웹툰을 보지 않았더라도 이 매혹적인 소재와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하나를 보기 위해 디즈니플러스에 한 달 구독료 9900원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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