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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Nov 20. 2023

조커 계단 리뷰

도덕이란 무엇일까

영화 <조커>의 계단춤 장면이다.


영화 초중반까지 높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던 아서 플렉이, 인간성과 도덕성을 내려놓고 살인마 조커로서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가는, 그런 명장면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쉽지 않지만, 그 어떠한 도덕성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것은 춤이 절로 나올 만큼 너무나도 빠르고 꽤나 즐겁다.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연애에서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여지를 주어 사람 마음을 미묘하게 가지고 놀면서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폭스처럼,


시스템을 탓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선심 쓰는 척하며 부조리를 행하는 선임처럼,


자신의 성과를 과대포장하거나 조금 일하고 다른 동료의 노력에 미묘하게 묻어가려는 얌체처럼.


완전 개쓰레기처럼 사는 건 아니더라도 그 도덕성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고고한 도덕성을 내려놓고 살짝 쓰레기가 되는 것을 감내한다면 삶의 난이도도 확 낮아지고 오히려 지편한세상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듯하다.




근데 참 그 한번쯤 쓰레기가 되어볼까 하는 그거.

그게 참 별게 아닌 거 같은데.

말로는 누구보다 쓰레기처럼 살 자신이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도덕성 계단을 열심히 올라간다도 하더라도 얼마나 올라왔는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기에.

나 혼자 고고하게 내 도덕성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서도.

다른 사람의 삶이라면 아주 속 편하게 도덕성 계단을 즐기면서 내려가라고 조언하지만.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그 살짝 쓰레기가 되는 거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가 쉽지 않다.




쌓아 올리기는 어렵지만 한 번이라도 지키지 못한다면 모조리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것.

어렵게 올려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것.

올리기는 고통스럽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즐거운 것.


도덕은 참 비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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