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이란 무엇일까
영화 초중반까지 높은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던 아서 플렉이, 인간성과 도덕성을 내려놓고 살인마 조커로서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가는, 그런 명장면이다.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쉽지 않지만, 그 어떠한 도덕성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것은 춤이 절로 나올 만큼 너무나도 빠르고 꽤나 즐겁다.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연애에서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여지를 주어 사람 마음을 미묘하게 가지고 놀면서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폭스처럼,
시스템을 탓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선심 쓰는 척하며 부조리를 행하는 선임처럼,
자신의 성과를 과대포장하거나 조금 일하고 다른 동료의 노력에 미묘하게 묻어가려는 얌체처럼.
완전 개쓰레기처럼 사는 건 아니더라도 그 도덕성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고고한 도덕성을 내려놓고 살짝 쓰레기가 되는 것을 감내한다면 삶의 난이도도 확 낮아지고 오히려 지편한세상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듯하다.
그게 참 별게 아닌 거 같은데.
말로는 누구보다 쓰레기처럼 살 자신이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도덕성 계단을 열심히 올라간다도 하더라도 얼마나 올라왔는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기에.
나 혼자 고고하게 내 도덕성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서도.
다른 사람의 삶이라면 아주 속 편하게 도덕성 계단을 즐기면서 내려가라고 조언하지만.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그 살짝 쓰레기가 되는 거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가 쉽지 않다.
쌓아 올리기는 어렵지만 한 번이라도 지키지 못한다면 모조리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것.
어렵게 올려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것.
올리기는 고통스럽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즐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