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식 빙수 리뷰
더위를 정말 잘 타는 나는 여름에 빙수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요즘은 2차로 빙수 먹으러 가는 것을 좋아해서.. 어떤 주에는 일주일에 5번 이상 먹은 적도 있달까?
따라서 빙수에 대해서는 굉장히 Strict하다볼 수 있다.
아무래도 더위 이겨내기 30년 차, 이 정도면 전문가이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한국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맛의 기준점이 결코 낮지 않은 음식이다. 그리고 서울대입구역, 특히 샤로수길에 수많은 디저트 카페들이 흥망성쇠 해온 만큼 남아있는 가게들은 실력자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기준은 맛도 당연히 있지만, 당연히 맛있고.. 그 의도된 바가 전해져야 했다. 그렇기에 매번 여기저기서 빙수를 먹을 땐 그 의도를 물어보았다.
“오레오초코몬스터설빙의 초코몬스터는 무엇입니까?”
“리얼통통메론설빙에서 리얼 통통은 어떤 의미입니까?”
“킹망고빙수의 킹은 킹스윙스의 킹과 같은 의미인지요?”
아궁이라는 도구를 전면에 내세운 빙수집이 샤로수길에 처음 생겼을 때 궁금했다. 저 집 셰프는 대체 무슨 의도로 아궁이에서 팥을 삶을까? 그래서 여쭤보았다.
“아궁이 빙수의 아궁이는 무슨 의미입니까?”
그랬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이렇게 답을 하시더라.
“아궁이에서 팥을 삶아 낸 빙수입니다”
따라서 이 집 빙수를 맛볼 때는 아궁이라는 도구의 맛이 잘 느껴지는가 이런 것들을 가장 코어로 삼았고, 나머지 기교들을 음미했다.
나는 그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게 정말 좋았다. 잇몸으로 씹어도 으스러지는 부드러운 식감, 처음 씹었을 때 느껴지는 입맞춤 같은 단맛과 알갱이가 으스러지면서 이내 입 안에 남는 그 고소함과 쌉쌀함. 아궁이로 삶은 팥에 대한 맛의 표현을 정확하게 해 주었다.
이 얼음이 아궁이빙수가 절정 고수임을 보여주는 숨겨진 무기였다. 보통 우유 얼음을 사용한다면 가지는 단맛과 감칠맛, 그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에 넣으면 스르르 사라지는 극강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혈기 넘치는 남궁세가 젊은 검수의 창천검을 부드러운 손길로 흘려내는 무당파 절정고수노익장과 같이, 부드럽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존재감을 보이며 팥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있었다.
아무 맛도 안나는 의미 없는 장식을 음식 위에 얹는 것을 싫어하나, 이 집 빙수의 가니쉬들은 단순 장식이 아니었다. 잣, 해바라기씨, 콩가루, 그래놀라, 연유는 각각 왜 함께 곁들여먹어야 하는지 그 의미를 정확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아궁이 빙수‘가 설입 최고 빙수 맛집이라 생각한다. 이 정도 레벨의 쿠킹을 하는 빙수집이 비단 서울대입구가 아니더라도 서울 안에서도 많지 않다고 본다.
주문하면 최소 40분에서 최대 60분 정도 대기시간이 걸리지만 그 정도 시간쯤이야 최고의 빙수를 먹기 위해 쓸 수 있지 않은가?
맛있는 팥, 맛있는 빙수를 먹고 싶은 사람에게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