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베이글, 베이글이야
웨이팅 번호 1080번, 내 순서 284번째
발급된 대기 번호에서부터 알 수 있듯, 평소 가던 맛집들과는 차원이 다른 웨이팅 난이도예요. 하지만 이런 웨이팅도 1년 365일 내내 문전성시를 이루는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는 흔한 일이죠. 베이글 열풍의 시초답게 꼭두새벽부터 오픈런을 하고도 한 시간 남짓을 기다려야 입성이 가능한 수준. 그럼에도 SNS에는 오픈런과 베이글 구매 인증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지요. 이렇듯 얼핏 보면 도넛같이 생긴 밋밋한 빵이 국내외 MZ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을까요?
우선 베이글이 다른 빵들보다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베이글은 유대인의 음식으로 버터와 우유,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비록 지금은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위해 유제품과 설탕이 첨가된 비전통적 베이글이 대다수지만, 그럼에도 담백한 생김새 덕에 웰빙 푸드라는 인식이 꽤 지배적이에요. 그리고 이 같은 인식은 즐겁고 지속가능하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죠. 특히 각종 야채와 햄, 연어 등의 토핑을 넣어 만든 베이글 샌드위치는 일종의 균형 식단으로, 무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들에게 식사 대용으로 선택받고 있답니다.
또 매장의 쇼케이스를 가득 채운 다양한 종류의 베이글과 크림치즈는 매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만 수십 가지로, 직접 자신만의 꿀조합을 찾는 재미도 톡톡히 얻을 수 있어요. 게다가 먹음직스러운 베이글 사이에 알록달록한 식재료들이 가득하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죠?
이처럼 무수한 바리에이션을 가진 베이글의 매력과 더불어, 또 다른 개국공신은 바로 이색적인 콘셉트의 공간 브랜딩이에요.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선두로 하여 많은 매장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억눌린 해외여행 욕구를 제대로 저격했죠. 위의 사진들만 봐도 해외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진심을 다해 꾸몄다는 게 느껴지지 않나요? 단순히 베이글의 구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입장부터 퇴장까지의 전반적인 소비 경험을 향상하는 공간. 이러한 공간 브랜딩이 뉴노멀 소비트렌드와 맞물려 사람들을 끌어모으게 됐답니다.
베이글은 이제 막 대중화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한때 디저트 강자였던 마카롱처럼 일시적인 유행에서 그칠지, 혹은 꾸준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디저트 패러다임으로 자리할지는 아무도 모르죠.
맛과 모양, 더 나아가 공간까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베이글 매장들
그들의 진심 어린 차별화 전략을 살펴봤어요!
<INDEX>
1) 유채꽃 가득한 한옥에서, 베이글베이글러
2) 송파구 뉴욕동 또간집, 니커버커베이글
3) 쫄깃파에게 바치는 화덕 베이글, 베베베
4) 햇살을 가득 담은 베이글 맛집, 포비 브라이트
유채꽃과 백일홍이 가득한 한옥에서, 베이글!
at 베이글베이글러
“베이글이 감성이 된 시대. 런던 st, 뉴욕 st ••• 천년고도 경주라면 한옥 st! 요즘 베이글 가게의 콘셉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드 톤의 매장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거친 벽면, ‘런던 골목에서 마주할 것 같은 오래된 베이글 집.‘ 잘 알려진 베이글 가게의 대중적인 브랜딩이죠! 화려한 기교 없이 담백한 베이글의 맛과 참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 대부분의 매장이 인스타 성지가 되곤 해요. '베이글베이글러'는 이러한 대중적 톤앤매너에 한국의 멋을 더해 경주를 대표하는 베이글 성지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에요. 다양한 베이글 라인업과 쫄깃한 베이글 특유의 식감은 물론이고, 통창으로 즐기는 365일 능뷰와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백일홍이 정원을 가득 메워 뷰 맛집으로도 유명하죠! 완성도 높은 베이글 맛에 한국스러운 멋을 더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경주의 베이글 집. 맛과 특색을 고루 갖춘 베이글 성지로 임명합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촌길 18 베이글 베이글러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인스타그램 @bagel.bageler
베이글의 본고장 뉴욕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at 니커버커베이글
“그거 아세요? 사실 런던과 베이글은 연관이 없어요. 한 베이글 매장이 공간에 런던 문화를 입히며 유명해진 것뿐이죠. 본래 베이글의 도시는 ‘뉴욕’이에요. 그런 뉴욕의 브루클린에 위치한 유명 베이글 맛집이 한국에 2호점을 냈으니 ‘서울 3대 베이글’에 속할 수밖에 없죠. 이름부터 뉴요커를 지칭하는 ‘니커버커베이글’은 그야말로 정통 뉴욕 베이글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랍니다. 매장 내부에는 뉴욕의 상징들을 담은 액자와 그림들이 가득하고, ‘I♡NY’ 문구가 적힌 MD까지 찾아볼 수 있었어요. 또 시그니처 베이글인 ‘록셔리베이글’도 본토에서 맛봤던 연어 베이글과 굉장히 흡사한 맛이었고요. 이렇게까지 뉴욕 감성을 찐하게 느낄 수 있는 베이글집은 아마 한국에서 여기뿐일 거예요. 그리고 베이글을 포장해서 바로 앞에 있는 석촌호수 벤치로 들고 가면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은 장소가 되죠. 이제 곧 피크닉의 계절인데, ‘니커버커베이글’에서 쫄깃한 베이글을 품에 안고 잠실 안의 뉴욕을 느껴보세요!”
주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268 1층 109~112호
영업시간 평일 09:00~18:00 / 주말 09:00~19:00
인스타그램 @knickerbockerbagel_official
귀여운 베어패밀리가 반겨주는 촉촉한 베이글 맛집
at 베베베
“한남동에 상륙한 독일풍의 빨간 벽돌집. ‘베베베’는 매일 특별한 베이글을 구워내요. 최고급 프랑스산 밀가루와 독일산 흑맥주, 호밀을 이용해 무려 ‘화덕에서’ 신선하게 베이글을 만들죠. 그래서인지 맛과 식감도 좋고, 시금치바질, 프레즐, 감자베이컨 등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고르는 재미도 있어요. 촉촉하게 구워낸 맛 좋은 베이글로 만든 샌드위치들도 일품이에요. 금귤 망고, 시나몬 넛츠 등 베이글과 찰떡인 크림치즈도 잊지 말고 확인해 보시는 걸 추천해요.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독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맥주’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각 층마다 사뭇 다른 인테리어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 원하는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베맥(베이글+맥주)’하기 딱이랍니다. 귀여운 베이글베어 친구들도 곳곳에 있어서 포장만 해가기엔 아쉬운 공간이었어요. 쫄깃 베이글파인 분들께 후회 없을 ‘베베베’, 추천합니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46-12
영업시간 매일 10:00~21:00
인스타그램 @_bbb.official
수많은 외국 프랜차이즈 카페 속 피어난 한국 로컬 카페
at 포비 브라이트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한국 로컬 카페, '포비 브라이트'. 베이글이라는 단일 메뉴 하나로 한국 베이글의 가치를 담은 브랜드이지요. 베이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공간에 대한 전략적인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어요. 1호점인 광화문점은 ‘로컬 카페’라는 아이덴티티로 차별화를 이루어냈어요. 서울 중심에 나란히 늘어서 있는 외국 프랜차이즈 카페들 속, ‘한국 베이글 카페’는 응당 매력적일 수밖에 없지요. 높은 층고와 유리창은 포비 브라이트를 ‘햇살 맛집’이라고 불리게 한 공간 마케팅의 결정적인 포인트. 카페 안 대나무와 햇살이 어우러져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깔끔하고 도시적인 내부가 세련된 공간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었어요. 현대적인 건물 안에 포비가 온기를 살짝 더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베이글 맛집으로 유명한 포비 브라이트의 베이글은 2천 원, 음료는 3천 원대로, 매일 아침 카페를 찾는 직장인들을 고려한 착한 가격이 인상적이었답니다. 다양한 베이글과 커피, 공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햇살 맛집 '포비 브라이트'는 따스한 햇살 아래 지친 현대인이 부담 없이 쉬어가는 힐링의 공간,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76 콘코디언 빌딩 1F
영업시간 평일 7:30~20:30 / 주말 10:00~20:00
인스타그램 @fourb.hours
트렌드 맛집에서 지식을 뽐내고 싶다면
@trying_fry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