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자
상반기 많은 일이 있었다. 몇 개월 간 간절히 바라던 시험을 처음으로 합격했고 최종까지 다녀왔다. 내 하루일과는 7시부터 시작했다. 8시까지 독서실 책상 앞에 앉는 걸 목표로 했고 매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밤 10시까지 그렇게 공부하는 데에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필기만 합격하면 면접은 수월히 볼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더라. 하루 온종일 이론과 문제 풀이 과정을 흡수하기 바빴다. 정답을 맞혀오는 연습은 했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생각하는 연습을 오랫동안 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하는 습관이 딱딱하게 굳어서 예, 아니오 만 대답할 수 있을 뿐 왜 아닌지, 왜 맞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공부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부 이외의 것들은 바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하나에 집중하면 여러 개를 동시에 못하는 스타일이다. 공부할 때도 공부 이외의 것들은 모두 차단한다. 예를 들면 친구들 간의 만남이라던지, 가족과의 여행, 외식 등등,,, 그러다 보니 말하는 법을,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면접을 앞두면 경험정리라는 것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 그런데 단순히 내가 살아온 인생 경험에 대한 정리가 아닌, 그 경험 속에서 내가 느끼고 배운 것이 핵심이 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그 짧은 면접시간 안에서 나의 경험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그 경험 속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려웠다. 나는 단순한 사실, 경험을 나열하기 바빴고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게 왜 중요한지,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실제로 두 번의 면접 자리에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럴 때마다 책을 폈고 불안함을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생각을 지우고 문제를 풀었다. 생각하면 머리 아프고 답답하고 불안하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아이러니하게 내 발목을 잡게 된 거 같다.
충격이 컸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렇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좋았다, 나빴다, 슬프다 등 단순히 나의 감정을 나열할 뿐, '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고 말하는 연습을 평소에 들이려고 한다.
어제 면접 선생님을 만났다. 채용 시장이 닫히고 있고, 힘들게 필기를 뚫고 얻는 면접기회를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만나게 된 선생님이다. 사실 합격해서 찾아뵙고 싶었는데 당장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으로 찾아뵙게 되었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길을 택하고 있는지 가끔 잊는 거 같아요. 작년 통계기준으로 대졸자 기준 상위 4%만이 최종합격해요. 그러니 본인은 엄청난 걸 도전하는 중인 거예요."
단순히 화면으로 합/불만 봤을 뿐 나는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항상 남과 비교하고 남들은 잘만 합격하는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할까 나를 비난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말로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