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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날 Jun 01. 2022

혼수보다는 행복이 더 중요하다

[며느리는 백년손님 PART 2] 시부모가 처음인 ‘시린이’를 위한 조언

이혼한 커플이 다시 만나는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중 ‘최고기&유깻잎’ 커플 편에서 최고기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뭐 때문에 이혼하게 됐나?”

“돈 얘기도 그렇고… 만약에 정희랑 다시 만난다고 하면 지금이랑 똑같이 할 거예요?”

“난 (너희 둘이) 만나기를 원하고 있어. 왜 만났으면 하는지 알아?”

“왜요?”

“솔잎이 때문이야. 솔잎이 아니면 너네 살든 말든 난 몰라. 솔잎이 얼마나 불쌍하니. 너희 어떻게 발전해서 재혼한다고 하면, 너희 재결합했다? 내가 너희 앞에 안 나타나요. 솔잎이 하고 행복하다면. 솔잎이가 제일 불쌍하다 이거야. 솔잎일 두고 왜 이혼했느냐는 거야.”


시아버지 입장보다 손주에게 아빠, 엄마가 있는 온전한 가정을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만 하면 당신은 두 사람 앞에서 사라져 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요. 어른의 잘못으로 아이는 부모와 함께 살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으니까요. 대화 끝에 아들 ‘최고기’는 집 장만할 때 2억이라는 돈을 아버지에게 받지 않는 게 나았다는 것을 이혼 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결혼할 때 돈 얘기로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양가가 형편이 되지 않을 때는 더더욱 도움은 최소한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게 시작해서 일궈나가는 것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됩니다. 돌이켜보면 부모가 자식을 결혼시킬 때, 생각보다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저희 부부의 상황을 봐도 그렇고, 제가 결혼할 때 부모님의 형편도 그랬다는 것을 부모님 나이가 되고 보니 알겠더군요. 부모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하고 그 실망이 원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예식도 혼수도 겉치레로 과도한 소비를 하는 것보다 나중에 ‘거대한 스노우볼’을 만들 수 있는 ‘작은 스노우볼’을 만드는 지혜로운 선택을 했으면 합니다.


혼수의 또 다른 문제는 서로 형편이 다른 양가의 혼수로 인해 갑과 을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더 많이 해온 집은 갑, 적게 해온 집은 을이 되어 은연중에 갑의 갑질이 일어납니다. 저도 전세 자금을 처가에서 지원받았습니다. 그리고 결혼 당시 저는 직장도 변변치 못했고 집도 차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모아 놓은 자금도 없었고요. 이러한 상황만 보자면 처가의 갑질이 있을 수 있었지만 다행히 아내는 이 문제에 결론을 내주었습니다. 연상이던 아내는 결혼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꼭 남자가 벌라는 법 있어? 내가 벌면 돼.”


그녀는 아무것도 없던 저와 결혼하겠다며 저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그 뒤에 들리는 얘기로는 장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아내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단 하루만 살아도 이 사람이랑 살고 싶어.”


저도 정말 사랑했고 아내의 선택이 고마웠지만, 살짝 이해가 안 되는 점도 있었습니다. 저보다 잘나고 돈 많은 남자들이 아내를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들에 비하면 저를 배우자로 맞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요. 어쨌든 사랑으로 결혼해서 물론 중간에 여러 고비와 아픔, 슬픔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알콩달콩 (어제도 살짝 말다툼했지만 말입니다.)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가 혼수나 저의 그 당시 능력으로만 저를 판단했다면 지금의 삶과 지금의 아이들은 없었겠지요.




“혼수? 뭣이 중헌디?!”


영화 대사를 흉내 내어 봅니다. 혼수가 행복한 결혼 생활보다 중요할까요? 따지고 보면 혼수는 결혼의 첫 단추일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다면 결혼 생활의 전체가 삐뚤어질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첫 단추를 잘못 끼울 바엔 끼우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첫 단추를 빼고 다음 단추부터라도 제대로 끼워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첫 단추를 끼워보면 잘못 끼울 일도 없습니다. 첫 단추를 위한 자리는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혹 안 끼우면 어떤가요.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혼수(婚需) 문제로 결혼도 하기 전에 양가 모두 혼수상태(昏睡狀態)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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