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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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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진 Oct 10. 2024

음악, 배경, 그리고 A.I.

음악의 창작에 관한 짧은 고찰

 음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다. 신과의 의사소통이라는 주술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 노동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 등이 있다. 이 가설들은 공통적으로 최초의 음악은 독립적인 예술성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고유한 맥락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 주장한다.


 오늘날 음악이 창작되고 향유되는 이유는 몹시 다양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음악이 고유한 배경 속에서 탄생하고 있다. 이중에는 하나의 곡만으로는 작품이 온전히 완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 상황의 대표적인 예시는 앨범 하나가 유기성을 가진 경우이다. 이 경우 곡 하나로도 완결성은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비슷한 주제의 여러 음악들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앨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특히나 작곡가가 앨범 사이 곡들의 유기성을 강조한 경우, 앨범 트랙의 순서를 섞어 듣거나 곡 하나만을 들으면 창작자가 의도한 것과는 크게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된다.


 음악의 창작 배경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두 번째 예시는 시각적, 서사적 요소가 함께 주어지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음악이다.


https://m.youtube.com/watch?v=-euUGPQZoHw

 위 영상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주인공이 영웅으로 각성하며 흐르는 음악은 관객의 전율을 더해준다. 그러나 영상과 이야기라는 부가 요소 없이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떨까.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른 오페라, 뮤지컬, 영화 등의 OST와 삽입곡도 마찬가지다. 이 음악들은 작품의 특정 장면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틀어지는 것을 전제로 작곡되었다. 음악 외의 여러 요소를 사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상정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음악의 독립적 작품으로서의 성격이 옅어지게 된다.


 작품 외적 요인과 음악이 상호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종류의 음악은 특정한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이는 공통의 감상을 불러일으키며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단합할 수 있게 한다. 응원가나 사회비판적 음악이 그 예시가 될 수 있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tBCy_aN0xEA&feature=emb_title

 응원가 <서울의 아리아>의 경우, 웅장한 멜로디와 반복되는 가사를 이용한다. 또한 '무적', '승리' 등의 함축적인 단어로 곡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 여기에 경기장 특유의 열기까지 더해진다면, 관중은 하나가 된 듯한 고양감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얘기해 볼 음악의 갈래는 자아성찰적, 혹은 경험 기반 작품이다. 위의 예시와 마찬가지로 작품 외적 요소가 음악에 개입한다. 그러나 이 종류의 작품에서 다루는 것은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따라서 영화 음악처럼 이야기적 재미를 갖거나, 사회비판적 음악처럼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공감 요소를 가지기는 어렵다.


 대신, 자아성찰적 음악은 고유한 서사를 가지게 된다. 음악을 듣는 이들은 음악을 통해 예술가의 개인적이고 특별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A.I.의 창작 능력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위 장점은 앞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서사는 A.I.가 가지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표출된 예술가의 모습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A.I.가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인간 창작자가 만든 작품의 수요는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다.


 물론 혹자는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작품을 통해 표출되는 예술가의 모습은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고 가공해 만들어진 페르소나일 가능성이 높다. 솔직한 본모습이 아닌 창작의 산물인 것이다. 결국 생성형 A.I.와 다를 바 없는 것은 아닐까?


 다양한 회의론이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는 페르소나와 생성형 A.I.는 본질적인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결국 데이터 뭉치이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결과들 중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만을 표출하는 그 과정에는 인격, 서사,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기계적인 패턴의 처리와 생성, 이를 가능케 하는 지능만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인간이 인격 그 자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한, 예술가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 다룬 것 외에도 음악은 무궁무진한 창작 배경을 가질 수 있다. 음악을 들어보고, 어떤 뒷이야기가 있나 상상해 보고, 실제로 어떤 배경에서 나온 작품인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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