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I Travel Jan 11. 2023

따뜻한 설경, 소치

안 추운 동계올림픽 개최지

201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소치는 한겨울인 1,2월에도 평균 영상 5도 정도의 안 추운 도시다. 실내에서 이뤄지는 경기들은 소치에서 진행이 가능했지만, 눈 위에서 해야 하는 동계올림픽 종목들은 사실은 소치가 아니라 크라스나야 빨라냐라는 소치에서 차로 30-40분 떨어진 캅카스 산맥 아래의 작은 도시에서 진행이 되었다.


소치에 방문한다면 올림픽경기장, 소치시내, 그리고 크라스나야 빨라냐 이렇게 세 군데로 나눠어 보면 좋다. 올림픽이 있고 나서 1년 뒤인 2015년 1월에 방문했기 때문에 아직은 올림픽 경기장이 잘 보존된 상태였다. 올림픽 경기장 내에도 잠시 들어가 봤지만 텅 빈 경기장 말고는 볼 게 없었고 경기장 주위로 간단하게 즐길만한 액티비티와 먹을거리가 있었다. 평평한 아스팔트가 잘 깔려있기에 롤러스케이트 등의 탈 것을 가지고 나온 사람도 종종 보였다. 그리고 특이하게 원숭이 같은 동물원에나 있을 법한 희귀 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장사꾼도 꽤나 있었다. 경기장 옆에는 놀이공원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장사는 영 안 되는 듯했다. 올림픽 공원을 맞은편으로 조금 걸어가면 얼마 안 가 부둣가가 나오는데 여기서 보는 캅카스 산맥이 절경이다. 따뜻한 겨울 날씨(당시 영상 10도)에 흑해 바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까지 따뜻한 소치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데워지는 듯했다.


소치 시내에는 근사한 소치 공원이 볼만하다. 아내와 밤에 방문했는데 사람도 올림픽 공원보다 많았고 화려한 조명과 놀이공원은 아주 잘 어울렸다. 공원 내에 여러 식당이 있어서 야경을 즐기며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매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올림픽 공원과 소치 시내 중심부에는 투어(러시아어로 "엑스쿠르시아")를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인들 사이에 껴서 딱히 설명을 다 들어도 재미있는 게 없기에 편하게 여행 다니기에는 엑스쿠르시아를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내와 말고 친동생이 방문했을 때 같이 엑스쿠르시아를 나갔는데 저렴한 가격에 많은 곳들을 데려가주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추천!


스키장이 있는 크라스나야 빨라냐는 소치에서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함께 온 지인 둘이 저녁에 도착을 했는데 3명까지 들어갈 수 방을 예약했고 한 명은 추가로 돈을 내야 했지만 괜찮다며 일단 들어가서 짐을 풀었다. 다음 날 숙소 주인이 네 명인데 세명 방에 추가금 없이 예약을 했다며 우리를 혼냈다(법보다 혼내는 게 우선). 미안하다며 주인을 잘 타이르고 5천 루블(당시 약 10만원)을 주려했지만 그런 거 안 받는다며 우리를 혼내는데 열을 더 올렸다. 일전에 주인이 어린 딸과 함께 다니는 걸 기억해 내고는 주인 딸에게 장난감이라도 사주면 참 좋아할 거라며 뇌물이 아니고 미안함의 표시라고 정중히 다시 얘기하니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며 유유히 갈 길을 갔다.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러시아에선 되는 것도 안되고, 되는 것도 안된다." 이 말 인즉, 규정상은 돼야 하는데 자신이 가진 권한으로 보통은 귀찮음으로 안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또 규정상 안될 것 같아 보이는 것도 약간의 성의(?)를 보이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여행에서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다면 지갑에 어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자. 


스키인들 사이에서는 슬로프가 좋기로 유명하다고 하여 여러 유명인사들도 방문하고 겨울 휴양을 즐기러 온다고도 한다. 꽤나 이름 있는 관광지임에도 리프트권과 장비대여 등이 그다지 비싸지 않았고 마을에는 마트도 있어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었다.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래도 스키장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주요 슬로프에는 리프트가 아닌 곤돌라가 있어서 춥지 않게 슬로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첫 곤돌라는 산 아래 광장(장비 대여점들과 식당들이 있다)에서 스키장까지를 연결해 주었고, 두 개의 곤돌라를 더 타야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3일을 탔는데 안타깝게도 날씨가 안 좋아서 첫째 날 외에는 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없었다. 캅카스 산맥 중 하나의 정상에 올라 더 넓게 굽이굽이 펼쳐진 다른 산맥들을 보는 것도 운치가 있었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설경을 즐기는 것 또한 즐거웠다. 또한 이 스키장의 슬로프는 10분 리프트 타고 5분이면 내려오는 한국의 짧은 슬로프와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스노보드를 잘 타는 편은 아니지만 안 넘어지더라도 중간중간 힘들어서 쉬어야 했고, 산 정상에서 시작점까지 돌아오는 데는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스키장 일정을 마치고 러시아식 사우나인 "반야"까지 했다면 더욱 완벽했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데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둘러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