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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 Travel Mar 16. 2023

피자와 파스타의 나라 (1부)

두근두근 첫 유럽, 이탈리아

모스크바에 사는 것 중 아주 큰 장점은 유럽과 바로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항공편도 많은 편이고 한국의 '티웨이'와 같은 유럽의 다양한 저가 항공사들이 많기에 비행기 값도 저렴하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다. 모스크바에서 가까운 유럽은 기차로 12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비행기를 탄다면 서유럽 끝, 그러니까 포르투갈까지도 5-6시간 안에 갈 수 있다. 모스크바에 사는 동안 누군가는 독일 가는 비행기를 5만 원에 샀다느니 이탈리아도 5만 원에 샀다느니 하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 오는 사람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참고로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다면 어떤 항목에서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탑승전 하루나 이틀 전에 체크인을 요구하는 저가 항공사가 있는데, 이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메겨 이를 짭짤한 돈벌이로 여긴다니 조심해야 하고, 당연히 기내용 캐리어 외에 부치는 짐이 공짜인 줄 알았지만 웬걸 다 비용이 청구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여하튼 각설하고, 이렇게 비행기 값도 저렴한데 3주 정도의 짧은 겨울 방학이지만 놀러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학 다닐 적 이탈리아에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매우 인상적으로 듣기도 했고, 한 때 재밌게 했던 게임(어쌔신크리드:브라더후드)의 배경이 로마였는데 캐릭터로 여기저기 로마 유적을 랜선체험을 해서 그런지 꼭 먼저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하지만 유럽으로의 배낭여행은 처음 계획해 보는 것이라 막막했지만 예비학부 과정을 따라가면서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 틈틈이 여행 계획을 세웠다. 도착지와 출발지는 저렴한 항공편을 찾다 보니 로마에서 인(in), 그리고 북쪽으로 올라와서 베로나에서 아웃(out)으로 결정했고, 각종 기차표와 숙소도 모두 예약한 상태로 준비를 마무리했다.


아내와 함께 모스크바를 떠나 로마 푸미치코 공항에 도착했는데, 모스크바와 사뭇 다른 공기에 이질감을 느꼈다. 이렇게 생각에 잠기는 것도 잠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시내로 이동할 수단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버스를 타고 로마 시내의 테르미니 역까지 이동 후 숙소도 찾을 수 있었지만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는지 아내 또한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나름 많이 준비하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를 수도 있기에, 내가 짠 계획, 나만 믿고 따라온 아내까지 있으니 이 모든 것들이 나를 긴장 속으로 빠뜨리기 충분했다. 그래도 숙소를 찾고 짐을 풀고 나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여유를 찾고 나니 슬슬 숙소 바깥에 있을 미지의 세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여행책에서 알려준 대로 로마패스를 샀고 부슬부슬 비는 내렸지만 아쉬운 데로 숙소 주변을 구경 다녔다. 정처 없이 가는 바람에 길을 잃어버려 주변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봤지만 영어를 전혀 못했고 오히려 단어를 러시아어로 물어보니 이해하는 듯 보였다. 러시아어가 이럴 때 예기치 못한 도움이 되다니! 어둑해지는 로마 시내를 뒤로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따듯한 물로 씻고 나니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몇몇 국가의 유명한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는 현지 투어 서비스가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어딘가에서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관광지를 차례로 둘러보는 것이다. 역사에 워낙 관심도 없고 그냥 보기만 해서는 '아 그랬지' 정도만 하고 돌아갈 것 같아 이것저것 투어도 신청해 놓았다. 첫 투어는 로마 시내 투어였고, 기독교인들이 숨어 지냈다는 카타콤베를 비롯한 로마 시대 건축물 등을 보여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진행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닌 가이드에게 이것저것 궁금했던 것들을 능동적으로 물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이용하는 방법,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많이 사가는 기념품, 혹은 다른 나라 여행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다행히도 우리 가이드는 붙임성도 좋고 설명도 친절히 해주었기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소변에도 세금을 메겼었다는 로마의 이야기도 있듯 현재의 이탈리아에도 꽤나 독특한 세금이 있다. 이탈리아의 조세제도에는 '자릿세'라는 개념이 있는데, 입식 테이블을 사용하면 내지 않아도 되지만 자리에 앉는 순간 바로 영수증에 포함이 되는 세금이다. 거기다가 관광세가 있어서 관광 온 사람이라면 숙소비에 포함되는 세금도 있다. 다른 나라에 가면 사람도 문화도 다르지만 한국인이 보기에 다소 특이한 조세제도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랄까 (물론 지불할 때는 피눈물 난다). 이탈리아엔 한국 사람들이 유독 사랑하는 물건들이 많은데 그중 "마비스 "치약과 "크루치아니" 팔찌를 사보았다.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게 없다더니... 마케팅의 수혜인 듯 치약도 그렇고 팔찌도 그저 그랬다. 로마 시내 관광을 어느 정도 마치고 우리는 눈길을 이탈리아 남부로 돌렸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은 현지인들 조차 조금 위험하고 북부지역의 세련됨과 다른 투박함이 있다고 하니 남부를 여행하기 위해선 잘 짜인 투어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남부투어를 통해 볼 수 있는 관광지에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화산재에 파묻힌 폼페이와 소렌토 등이 있고, 당일치기의 여정이지만 새벽부터 로마로 돌아오는 저녁까지 아주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탈리아의 피사에 가면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볼 수 있다.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앞에는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예를 들면 사탑이 기울어지는 걸 막으려 노력하는 듯한 포즈 말이다. 사탑 안도 입장권을 끊으면 올라가 볼 수 있었는데 탑이 기울어져서 그런지 기울어진 탑 안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갈 때 한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이 아주 생소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사탑 옆에는 꽤나 멋진 두오모(특정 도시를 대표하는 대성당)와 너른 잔디밭이 있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외에도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피사 구경을 마치고 다음 여정은 피렌체 근처에 있는 아시시라는 도시와 시에나라는 도시를 하루 안에 보는 것이었다. 아시시는 성이 있는 작은 유럽 마을 느낌이었고, 시에나는 조개모양의 캄포광장이 아주 인상적인 도시였다. 여담으로 시에나의 길이 조금 복잡해서 광장을 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중에 길을 잃었는데 날이 어두워지고 있고 기차 시간은 다가오고 현지인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굉장히 불안했었던 기억이 난다. 기차역에는 좀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기차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서 기차를 탈 수 있었다는...


피렌체에선 다시 가이드 투어를 했는데, 피렌체를 중심으로 막대한 권력을 가졌으며 교황까지 배출한 메디치 가문에 대한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피렌체에는 구찌 카페가 있는데 커피 향도 뭔가 더 고급진 것 같고, 화장실이 아주 깔끔했던 것이 기억에 난다. 다른 건 살 엄두가 안 나고 카페에서 주는 구찌 마크가 있는 휴지라도 아내에게 몇 장 챙겨주었다. 아주 유명하다는 우피치 미술관에도 방문했지만 예술적 감각이 없어서 그런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도 뭐가 대단한지 영 감이 안 왔다. 피렌체를 여행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미켈란젤로 언덕이다. 그냥 버스로도 갈 수 있는 그렇게 높지 않은 언덕이지만, 언덕 자체가 별로 없는 피렌체에서 피렌체 시내와 두오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고, 해 질 녘에 간다면 저무는 해와 함께 야경도 끝내주는 야경맛집이다.


(2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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